작업실 건물 입구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여성에게 인사를 했다. 출퇴근 때 가끔 건물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곤 했는데, 이제 서로 얼굴이 좀 익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6개월 전에 옮긴 작업실은 한 층에 원룸이 하나밖에 없는 4층짜리 조그마한 건물이다. 그러니 이 건물에 몇 명이 살겠는가. 그래서 입구 옆에 있는 걸 보고도 모른 채 들어가기 뻘쭘했다. 하지만 내가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자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물었다.
“누구세요?”
“아, 저도 이 건물에 있어서요.”
“저 아세요?”
친절한 웃음을 짓고 있던 나는 갑자기 당황스러웠다.
이건 뭐 병... 빈병
아내 친구 중에 IMF 이후 호주로 이민을 간 사람이 있다. 그녀가 최근에 남편과 함께 여행을 갔던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인들을 상대로 하는 관광지 단기 투어가 있길래 신청했는데, 짧은 기간이지만 사이좋게 지내려고 인사를 했더니 아무도 인사를 안 받아줘서 황당했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이민 간 사람들은 이민 갔던 시절의 한국에 생각이 고정된다잖아. 요즘엔 우리도 이웃 잘 모르고 사는데.”
나는 대체 어떤 시간에 멈춰있는 걸까? 우리는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 걸까? 하지만 만일 내가 박보검이었다면? 나는 기지를 발휘해서 재빨리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