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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en rabbit Feb 07. 2023

쪽팔림은 나의 몫. 나의 시간은 너 보다 오래되었다

인사

“안녕하세요.”

작업실 건물 입구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여성에게 인사를 했다. 출퇴근 때 가끔 건물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곤 했는데, 이제 서로 얼굴이 좀 익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6개월 전에 옮긴 작업실은 한 층에 원룸이 하나밖에 없는 4층짜리 조그마한 건물이다. 그러니 이 건물에 몇 명이 살겠는가. 그래서 입구 옆에 있는 걸 보고도 모른 채 들어가기 뻘쭘했다. 하지만 내가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자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물었다.

“누구세요?”

“아, 저도 이 건물에 있어서요.”

“저 아세요?”

친절한 웃음을 짓고 있던 나는 갑자기 당황스러웠다.

이건 뭐 병... 빈병

아내 친구 중에 IMF 이후 호주로 이민을 간 사람이 있다. 그녀가 최근에 남편과 함께 여행을 갔던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인들을 상대로 하는 관광지 단기 투어가 있길래 신청했는데, 짧은 기간이지만 사이좋게 지내려고 인사를 했더니 아무도 인사를 안 받아줘서 황당했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이민 간 사람들은 이민 갔던 시절의 한국에 생각이 고정된다잖아. 요즘엔 우리도 이웃 잘 모르고 사는데.”


나는 대체 어떤 시간에 멈춰있는 걸까? 우리는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 걸까? 하지만 만일 내가 박보검이었다면? 나는 기지를 발휘해서 재빨리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잘못에는 빠른 사과가 최고다. 나는 사과를 하고 꽁지가 빠져라 재빨리 건물로 들어갔다.

쪽팔림은 나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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