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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en rabbit Apr 06. 2023

한국영화의 위기를 말하다. 1> 영화 제작 환경

영화가 위기라고 어느 천만 감독이 말한다. 투자도 안 되고 관객도 없고 영화판이 참 힘들다고 한다. 그 천만 감독님을 보면서 생각한다.

당신께서 이미 영화판의 위기였다고.

한때 세상의 투자금을 모조리 다 빨아들이셨는데, 그 돈 다 어디다 쓰시고 이제 와서? 우리나라라고 영화에 투자하기 위한 돈이 무한정 공급되진 않는다. 그분이 빨아들일 때 다른 쪽은 손을 빨았다. 물론 그분 잘못은 아니다. 그분이 잘하니까 돈이 몰렸던 것뿐이다. 하지만 책임도 지셔야지. 그때 하신 모든 일들이 지금의 결과를 낳는데 일조를 했는데, 이제 와서 투자 좀 더 하고, 관객들아 니들도 영화 좀 더 봐야 우리가 살지. 하는 식으로 말하는 건 비겁해 보인다.

다 뿌린 데로 거두는 거다.     


이렇게 말하니까, 나도 영화판에 있는 사람인데, 아무 책임감도 없이 그저 누군가를 손가락질만 하는 걸로 보이겠다.

그런데 맞다. 손가락질.

나는 내내 손가락 빨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이제 쓸 수 있는 게 손가락밖에 없다.      


지금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할 말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이 판에는 항상 머리 좋고 말도 잘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내가 그 이야기를 하려고 들다간 쿠사리나 들을 게 뻔하다. 조목조목 논파 당하고 영혼이 너덜너덜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그걸 피해서 이런 방식으로 이 일을 좀 정리해 보고 싶다.

바로 돈의 관점이다.     


일단 돈이란 금융자본을 말한다. 현재 영화판에서 제작비를 동원하는 방법은 대게 거대 투자배급사들이 30%를 그리고 여러 캐피털이나 투자사들이 십시일반 하는 방식으로 나머지를 채워서 영화 제작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건 코로나 이전의 이야기다.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에 투자했던 영화들이 코로나로 개봉을 늦추게 되고, 그러자 이 돈들이 몇 년씩 묶이게 됐다. 아직도 창고에는 코로나 시기에 개봉을 놓친 영화들이 쌓여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거대 투자배급사들의 투자 지분이 60프로까지 올라갔다는 말을 들었다. 이렇게 되면 영화가 실패했을 때 리스크도 2배로 커지기 때문에 투자배급사는 4배로 조심하게 되고, 나 같은 사람은 16배로 일 따기 힘들어진다.      


이즈음 영화 제작에는 순 제작비만 50억 정도 든다. 물론 이 제작비는 사람들만 나오는 영화가 그렇다는 거다. 한복 입은 사람이 나오거나. 총질, 칼질, 자동차 폭발이 수시로 나온다든지, CG로 만든 물건이 많이 나오는 영화가 되면 제작비는 2배 3배로 마구 늘어난다. 영화는 제작만 해서 끝이 아니다. 마케팅 비용이 또 제작비만큼 든다. 근데 관객이 만 명 들고 말면 모조리 매몰 비용이 돼버린다. 그러니까 어떤 영화는 커다란 구덩이를 하나 파서 50억을 쏟은 다음에 불 지르는 꼴이 된다는 거다.

“아휴 아까워라.”     


금융자본이 영화판에 들어온 건 벌써 30년이 되어 간다. 금융자본이 움직이는 방법은 간단하다. 돈이 되는 곳에 몰린다. 현재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이자가 1.5 프로 높다. 그러니까 내가 가진 전 재산 10만 원을 미국에 이채하면 한 달에 125원을 더 벌 수 있다! 물론 이 정도 이익을 고 돈이 움직이진 않는다. 하지만 만일 내가 돈을 벌어 주겠다며 100억짜리 펀드를 조성했다면? 나는 당장 있는 돈을 모조리 미국은행으로 옮겨 놓을 거다. 그럼 매달 공돈 1250만 원이 생긴다.  내 전 재산의 네 배가 넘는 돈이 매일 들어온다.

금융자본은 이렇게 이윤에 민감하다. 30년 전 영화판에 돈이 몰린 건 거기 돈이 생길 거 같았기 때문이다. 돈이 돈 냄새를 맡았다고 할까? 이 돈에는 눈이 안 달렸다. 따뜻한 온기도 하나 없다. 그저 돈 냄새를 맡고 돈을 좇아 움직인다. 그렇게 우리나라 영화는 금융자본의 수혈을 받으며 몸집을 키웠다. 그리고 마침내 이 돈에 따라 영화판도 재편된다. 기존의 제작사들이 모두 투자사에 목을 맸기 때문이다. 영화를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그 돈은 투자사가 제일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마치 삼성 아래로 수만 개의 하청 기업들이 줄 서기 하듯, 수많은 영화 제작사가 하청 받듯 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금융자본은 손해를 싫어한다. 때문에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몇 년씩 시나리오 하나 들고 움직이던 제작사들은 이제 돈을 벌면 다행이지만, 만일 돈을 잃으면 자기 신장을 파는 방식이 되어갔다. 그러자 수많은 제작사들이 신장 두 개를 다 팔고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그러자 금융자본은 이때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다.

“아니, 제조사의 기술자들을 빼 와서 그때그때 따로 계약하면 제작사에 지불하던 경상비를 줄일 수 있잖아.”

그리고 정말 그렇게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제는 피디들이 감독과 혹은 작가와 한 팀이 되어 시나리오를 들고 배급사를 돌며 방문판매를 하기 시작했다. 이즈음에서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진짜 금융자본이 너무하네.”

혹은

“솔직히 돈이 무슨 잘못이 있나 돈을 움직이는 인간들이 나쁜 거지.”

라고. 하지만 다 틀렸다. 그냥 돈은 인간 따위 계산에 넣기엔 너무 바쁠 뿐이다.


앞에서 돈이 영화판을 어떻게 바꿨는지를 설명해 봤다. 이제 돈이 영화 자체를 어떻게 바꿨는지 설명해 보겠다.           


To be continue!

커밍 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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