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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en rabbit May 21. 2023

빌런이 창궐하는 세상에서 착하게 살아남기

착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

나는 아파트 6층에 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면 아파트 주차장에 차들이 빼곡하다. 일찍 차를 빼려고 하면 이중 주차된 차들을 이리저리 밀고 빼고 해서 나가야 한다. 

매일매일. 여기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예외 없이.     

그래서 나는 이 광경이 경이롭다. 암묵적인 배려가 전제된 거대한 협동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이중주차를 해야 할 때가 있다. 그때는 완전히 차를 막지 않도록 주의를 해서 차를 댄다. 이중주차 된 차를 밀고 빼고 나가야 할 때는 차를 가로막았다고 화를 내거나 테러를 하지 않는다. 이런 암묵적인 동의가 가능하다니 얼마나 경이로운 광경인가!     

생각해 보면 우리가 도로에서 운전을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모두가 암묵적인 배려하에 움직인다. 옆 차선의 차가 갑자기 차선 변경을 하지 않을 것이고, 나도 그럴 거라는 전제하에 도로를 달린다. 이런 믿음 없이 도로를 시속 100킬로로 달리는 것은 그냥 자살행위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도로 위에서나 주차장에서나 이런 암묵적인 동의가 깨졌다고 생각할 때 화가 난다.      

간혹 도로 위의 광란자, 주차장의 빌런들에 대한 이야기를 뉴스를 통해 듣곤 한다. 만일 그런 뉴스가 매일매일 계속된다면 어떨까? 행여나 내가 그런 일을 당하지 않을까, 혹시 내 행동이 빌런의 그것이 아닐까 경계하느라 우리의 일상은 지금보다 엄청나게 피곤해질 것이 분명하다. 내 앞에 갑자기 누가 끼어들 거라고 생각하면 그전에 움직이게 되고, 모두가 다 이렇게 행동하기 시작하면 도로는 아수라장이 될 게 뻔하다. 이중주차를 해도 별문제가 없고, 시속 100킬로로 달려도 괜찮았던 시절이 거짓말처럼 느껴지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주차 문제나 도로 위의 광란자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뉴스를 통해 이런 비슷한 상황을 많이 경험한다. 그 소재는 종종 중국인이 되기도 하고, 이슬람인이 되기도 하고, 어느 정치인이나 유명인 혹은 노조가 되기도 한다. 이런 빌런 찾기가 생기는 이유는 세상의 변화에 맞춰 우리가 어떻게 공동의 선을 세울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사이드 이펙트라고 나는 생각한다. 새로운 인구 유입이 일어나고 다문화가 촉진되고 새롭게 만들어진 다양한 집단의 이익 충돌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클릭 수만 쫓는 기자들이 이런 문제들을 불쏘시게로 여기저기 불만 지르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불편함과 피곤을 느끼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자가용이 폭증하면서 오래된 아파트의 주차장이 협소해진 문제를 우리는 이중주차를 하며 해소했다. 누구라도 이중주차를 할 수 있다는 다정한 배려가 전제되어야만 가능한 방법이다. 그러니 우리에게 닥친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도 이처럼 다정하고 배려있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어떤 누군가만 부당하게 이익을 얻는다며 나도 절대 손해 보지 않겠다고 언제나 대결하고 갈등하는 방식으로는 세상을 아수라장으로 만들 뿐이다. 나는 매일 아침 이중 주차된 주차장을 보면서 생각한다. 여전히 우리 대부분은 신뢰할만하고, 우리들은 앞으로 닥쳐올 문제들도 이렇게 다정하고 배려 있는 방법으로 해소할 수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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