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llen rabbit Jun 30. 2023

맛있는 순댓국을 찾아서

꼭 이래야만 했나.

순댓국에 꽂혀 있다. 뭔가 내 마음에 딱 맞는 순댓국을 찾고 싶은 가 보다.

아직 호기심이 많을 나이.

나는 중년 아저씨.


지난 일요일 종로 3가에 갔었다.

일을 마치고 6시가 넘어서 근방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이OO순대국곱창집으로 향했다.

15분 거리지만 한여름이다. 나는 그날 오후 내내 종로 거리를 걸었고 배불뚝이라 힘이 달렸다.

하지만 맛있는 순댓국이 나를 구원하리라.

도착해 보니 일요일에는 문을 닫는단다.

발등 찍혔다.

재빨리 다시 검색을 했다. 가까운 낙원상가에 호O순대국이 유명하단다.

그런데 여기도 문을 닫았다. 

이런 조팝나무!

낙원상가엔 순댓국집이 많다.

배가 나온 아저씨가 배가 꺼지면 걷기는 무리다.

하지만 이 동네 순댓국은 좀 아슬아슬하다. 몇 차례 실패한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한 바퀴 돌아보고 사람이 많은 곳에 들어갔다.

결국 나는 반만 먹고 그냥 나와야 했다.

더 먹으면 순댓국에 대한 내 사랑도 끝장이 날 것 같은 맛이었다.


수요일이 됐다.

이번엔 6시에 시립미술관 갈 일이 있었다.

이번엔 반드시! 맛있는 순댓국을 먹으리라 굳게 다짐했다.

광화문에서 유명하다는 화O순대국집이 타깃이다!

그 집에서 시립미술관까지는 걸어서 20분 거리.

5시에 도착해서 후루룩 순댓국 먹고,

후다닥 걸어가면 6시까지 충분히 도착할 수 있을 터였다.

계획은 완벽했다.

5시에 칼같이 순댓국집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 가게는 브레이크 타임이 5시 반까지란다.

기다릴 수가 없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주린 배를 잡고 땀을 뻘뻘 흘리며 시립 미술관으로 향했다.

시립미술관에서 나오니 8시다. 너무 배가 고팠다.

남산만 하던 배가 3번 요추에 붙은 기분이었다.

도저히 다시 20분 거리를 걸어서 화O순대국까지 갈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찾아보니 10분 거리에 농민OO순대가 있다!

할렐루야! 땡큐!

부지런히 걸었다.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계획이 다 틀어져서 짜증 났고, 더위에 지쳤고, 다리도 아팠고, 배가 많이 고팠다. 이 마음을 누가 알아줄까? 어딜 가냐고 누가 날 붙잡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죽고 싶어?! 놔!”

가게에 도착하니 내부 사정으로 오늘 문을 닫는다고 붙어 있다.

...

나는 흐려지는 의식을 간신히 붙잡고 버스를 탔다.

지난 일요일의 실패를 반복할 수는 없었다. 나는 다시 화O순대국으로 갔다.

가게 안은 손님들로 바글바글했다.

이렇게까지 순댓국을 먹을 일인가?

나는 혼자 순댓국을 먹으며 울었다.

사람들은 중년 아저씨가 왜 우는지 아무 관심도 없었다.


그리고 이 일이 뭐라고 이렇게 쓸 일인가.

자괴감이 든다.     

순댓국 찾았지? 여기 없어.
작가의 이전글 스토리의 보고(寶庫) <동야휘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