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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Mar 24. 2024

나의 성격 형성

자기 파괴적인가

지금 머리가 맘에 든다. 며칠 전부터 거울을 보면 밋밋한 짧은 단발이 내 눈에도 내가 어려 보이고 예뻐 보인다.


한 달 전에 이 머리를 자르고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무 금방 끝났고 내가 생각했던 스타일이 아니었다. 몇 차례 이용한 미장원 원장을 믿었다. 옆머리, 뒷머리 커트가 달라 층이 지고 손질하지 않아도 멋스러움이 있는 머리. 말로 하면 이상적이지만. 전에 했던 머리스타일이었다. 그런 머리를 원했다.


그런데 몇 번의 가위질로 끝났고 학생 단발머리 같았다. 머리 자르기 전에 머리를 길 생각이라고 말했는데 뒷머리도 짧게 잘랐다. 시간도 짧게 걸리고 몇 마디 말도 없었다.


집에 와서 현관 거울로 보고 또 봤다. 학생머리 같았다. 딸아이에게 물었다.

- 엄마 머리 이상하지 않아?

- 응.. 뭐...

별말은 없었다.


성의 없다 느꼈을까. 고지된 커트비보다 더 비싸서였을까. 그렇게 금방. 별 스타일 없는 머리를 자르고선 요금은 비싸게 받는다고 생각했다.

전화했다. 이상해 다시 손질하고 싶다고. 원장님이 머리하고 계셔 연락 준다고 했다. 연락이 없다. 빨리 손보고 싶어 마음이 급했다. 미용실로 갔다. 손님 대기용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손님 머리를 마친 후 원장이 내게 와서 물었다. 다르게 하고 싶다고 했다. 다르게 하려면 커트로 잘라야 한다고 했다. 머리를 길고 싶어 더 자르고 싶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돌아왔다. 머리는 자고 일어나면 까지고 볼품없었다. 빗자루머리 같고 몽실언니머리 같고. 믿었고 기대했고 생각 못하고 있다 요금을 많이 냈다. 불만족스러웠다. 모든 게 성의 없게 느껴졌다.


이틀 후 산란한 머리에 불만이 쌓여 터트리고 싶었다. 네이버로 예약했고 후기 적는 난이 있었다. 안 좋았던 내 마음을 허용 글자수를 다 채워 썼다.


안 좋아도 넘기는 나였다. 맘에 안 든다는 의견 피력하는 글을 올린 건 거의 처음이었다. 하고 나선 마음을 표출해 후련했다. 할 말을 한 거 같았다. 한참 후 지웠을까 하고 다시 가보았다. 원장의 덧글이 달려 있었다. 읽기가 무서워 안 읽었다. 꽉 채운 글의 첫 시작과 끝만 보았다. 나는으로 시작하는 입장대변인 거 같았고 화나있는 거 같았고 그동안 감사? 같은 끝맺음의 말이었다. 무서워 창을 닫았다.


그런데 머리가 맘에 든다. 한 달 지나고서 자리 잡은 듯  맘에 쏙 든다. 그 글을 지울까 생각했다. 그리고 그때 내 감정상태가 안 좋았던 걸까.


그 무렵 다른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있었다. 그 사람과 원장이 결이 같은 사람 같아 원장에게 그 사람의 이미지를 대입해 보았던 거 같다. 원장도 나를 무시한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였다.


상황은 일어난 일에 대한 나의 해석인데. 난 부정적으로 해석했고 억울했고 감정표출까지 했다. 좋았던 단골 미용실을 잃었다.


이런 경우 자기 파괴적인 성향이라는 말을 어제 들었다. 부정적 정서가 자리 잡힌 사람은 자기 파괴적 인상황으로 만들어 가는 경향이 있는 거 같다고. 그 말에 이번일이 떠올랐다.


내가 그 일을 부정적으로 해석하지 않았다면 맘에 덜 들 수는 있지만 어쩔 수 없어하고 무탈하게 넘길 수 있는 일이었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나에 대한 비난, 무시, 무가치로 형성된 부정적 정서가 그 상황을 부정적 해석으로. 결국 자기 파괴적인 결과를 만든 게 아닐까. 하고. 나의 고칠 점을 발견한 거 같다. 나의 사고 패턴의 개선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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