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썸머 Apr 05. 2024

숨기는데 에너지를 너무 쓴 거 같다

나 드러내기

아침시간. 오늘의 우선순위는 전공공부라고 어제저녁 미리 생각을 정했다.

그리고 아침.

어제저녁 자기 전에 냉장고에 넣어 저온발효 중인 반죽을 꺼냈다. 7시간 만에 감격할 만큼 훌륭히 도, 잘 부풀었다. 가스를 빼내고 싱크대 선반을 빨아둔 재사용 행주로 훔치고 그 위에 올려두었다. 마르지 않게 싱크대 하부장 구석에서 유리볼을 꺼내 씌워주었다.

잘 부푼 반죽이 이뻐서 찍고, 발효 기포를 손으로 눌러 꺼트리는 걸 동영상으로 찍고, 공기가 빠져 작아진 반죽을 찍고, 싱크대 선반 위에 올려 유리볼 씌운 걸 찍고, 똑같은 사진을 가스레인지 후드등을 켜고 다시 찍고, 반죽이 이뻐 유리볼 들고 인사하듯 또 찍었다.

찍은 사진이 있으니 매일 같이 몇 개씩 순간의 생각, 감정, 감각을 떠오를 때마다 핸드폰을 들고 기록하는 베터에 올리려고 했다.

베터에 기록이 습관이 돼서 간간히 하던 인스타도 글과 사진을 들고 노크하게 됐다. 오늘은 핸드폰 화면에 있는 인스타를 먼저 터치했다. 그곳에 먼저 기록.

사진을 하나 선택하고, 여러 장 버튼을 누르고, 동영상을 선택하고 음원 넣기를 선택해 처음으로 배경음악도 넣어보고, 음악에 맞춰 동영상 길이를 편집하고, 시간 순서 대로 다른 사진들을 선택하고, 조명에 따라 다른 분위기의 같은 사진을 선택했다(머릿속 혼자만의 선택과정을 글로 풀어 본다).

사진 선택 후 글쓰기. 인스타는 사진이 먼저인 감성글을 쓰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있다. 내 글이 그렇게 쓰인다. 베터에서는 생각나는 대로 손으로 핸드폰 자판 두드리는 대로 써지는 것과 다르다. 생각이 껴들어 글이 뚝뚝 끊어지고 말 어미가 이상해 읽고 또 읽으며 수정한다. 글은 짧은데 글 올리는 데까지는 시간이 두 배, 세배 든다. 그만큼 생각을 많이 한다.

무슨 생각. 다른 사람 생각. 좋아요 하나 눌리지 않는 개인 인스타임에도 둘러볼 누군가를 의식한다. 어쩌다 한번 좋아요 누르는 누군가, 팔로우해 놓은 누군가, 혹시 연락처에 있는 누군가에게 추천으로 떠 들르게 될 경우. 이런 불필요한 생각들이 머릿속에 많아도 너무 많았다. 이건 빙산의 일각이다. 내 머릿속 남에 대한 생각은 프로이트가 말한 수면 아래 있는 빙산의 무의식만큼이었던 거 같다.

그것도 무의식이란 이름으로 있었다.

행동하기의 삶으로 변화하면서 생각이 껴들기 전에 행동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생각이 나면 바로 확인하고 적고 해결하고. 행동이 바로바로 된다. 일상의 작은 일들부터. 문득 소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찾고 보고 나서 확인한 걸로 끝나지 않고, 장바구니에 넣어둔 것까지로 끝나지 않고 구매까지 마치는 것을 하려 한다. 확인해야 할 메일이 있다. 수정해 보내야 한다가 떠오르면 바로 노트북을 켜고 그 일부 터 해결한다. 책을 읽고 싶고 글을 쓰고 싶지만 시험이 가까워 옴에 따라 마음을 심란하게 하는 전공공부를 우선순위에 두고 아침일기를 건너뛰고 책부터 본다, 로까지 우선순위를 챙기는 게 가능해지고 있다.

생각이 떠오르면 베터에 기록하던 게 쌓이고 쌓여 변화가 생긴다.

글은 나를 기록하는 일. 글을 쓰며 나를 알게 된다. 확신이 생긴다. 취향을 알아간다. 감정변화 추이를 본다. 배움과 깨달음을 얻는다. 긍정적인 사고로 변화한다. 괴정을 즐길 줄 알게 된다. 나 드러내기가 쉬워진다. 나를 인정하게 된다. 그대로의 나를 보이게 된다. 그런 나를 내가 받아들인다. 나를 계속 드러낸다. 선순환의 무한궤도에 들어섰다.

그러다 생각이 떠올랐다. 그동안은 나를 숨기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구나.

나의 취미를 올리고 나만 알기를 바랐다. 나의 일상을 올리고도 나만 알기를 바랐다. 모르는 누군가에게 공개글은 쓰기 쉬웠다. 스쳐갈 사람이라 의식되지 않았다. 아는 누군가는 달랐다. 보고 알은체를 하면 싫을 것 같았다. 거기에 대해 말을 얹고 싶지 않았다. 혼자 즐기는 베이킹 취미에 "응 나 이거 좋아해" "이렇게  했어 ", 오고 가는 대화를 즐기는 게 아니라 설명해야 하고 알려야 함을 귀찮아했다. 아는 게 싫은 것만은 아니었구나. 거기에 이렇다 저렇다 나의  개인적인 얘기를 나누는 걸 원하지 않았던 거구나. 이 또한 글을 쓰면서 더 정확하게 알아간다.

글은 나를 드러내게도 해주지만 쓰는 과정에서 알게 해 준다. 쓸수록 쓰는 순간 나에 대해서 알아가는 게 매번 생기는 걸 느낀다.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내가 나를 초월해 가는 과정이다. 그 길의 입구에 들어선 거 같다.

알게 되고 깨닫게 되는 이 느낌이 좋다. 배움의 욕구가 큰 내게 나를 알아가며 배우는 기쁨 역시 매우 크며 소중하다.

남이 알면 신경 쓰일까 봐. 거기에 말을 덧붙이며 대화 나누는 게 쉽지 않은 사람이라서, 그런 대화를 원하지 않아서, 난 나를 감추었다. 숨겼다.

그런데 생각이 바뀌었다. 매일 기록하면서 있었던 일을 쓰고 보인다. 거기에 대한 다른 사람의 반응은 신경 쓰이지 않는다. 나는 나의 일상을 쓰는 기록을 통해 나의 삶을 살 뿐이다. 내 생각이 주가 되고 다른 사람 생각은 그 사람의 것으로 볼 뿐 내 것으로 가져오지 않게 됐다. 그러자고 글로 쓰고 쓰고 했던 것에서 이젠 생각 않고 그렇게 된 거 같다. 나의 기록이 나를 해방시켜주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브런치에 기록한다.

브런치는 글에 무게감이 더 있어야 할 것 같아 방금 든 이 생각을 베터에 쓰려다가 어렵게 생각하는 브런치에 써보자 하고 내 생각을 넘어서 브런치를 터치했다. 어렵게 생각하는 것 그게 가장 스트레스 요인이고 그게 우선해야 할 일. 그래서 전공공부를 내가 좋아하는 아침 일기 쓰기보다 먼저에 두었듯, 잘 써야 할 것 같은 브런치를 어려워 말고 바로 여기에 써보자 생각을 하고 쓴다.

정말 생각이 바뀌니 행동이 바뀐다. 삶이 가벼워진다. 활짝 활짝 오픈된 삶이 글쓰기란 길라잡이가 있어 가능하다. 글쓰기는 마법봉 같다. 내 손은 두드리기만 하면 된다.

삶은 연습장. 연습장에 매일의 기록. 삶을 기록하고, 나를 알게 되고,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그대로를 존중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가벼워지고, 내 생각이 중심이 되고, 오늘 할 중요한 일을 먼저 생각하게 되고, 그 일들을 기록하고, 해나가고, 한일을 기록하고, 완성도를 갖춘 일상에 흐뭇함을 느끼고, 함으로써 더 편해지고, 글도 가벼워진다.

연속이다. 삶이 둥근 바퀴를 단 자동차처럼 굴러간다. 글도 계속 이어진다. 그렇게 살아진다. 계속 이어지면서.

글쓰기가 열쇠였다. 문을 열어주었다. 터널 밖 쏟아지는 빛처럼 찬란한 빛의 향연 속으로 나를 던져주었다. 밝은 곳으로 그저 뚜벅뚜벅 걸어 나아간다. 그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성격 형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