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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Apr 10. 2024

똑똑똑, 일찍 눈 떠진 새벽 글쓰기

am. 2시

새벽 두 시에 깨어 있다.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본다. 핸드폰 액정에 뜬 알람들을 터치해 하나식 확인했다. 블로그 이웃들의 글을 읽었다.

5월의 베이킹 수업 수강 신청글을 보고 가고 싶어 이리저리 궁리했다. 수업시간을 바꿔 들을 수 있게. 아침에 교수님께 문의 전화드려보자. 지금 수업 듣고 있는 교수님과 시간 옮겨 들어야 할 교수님에게. 교수님 전화번호는 다 있나 생각했고 다 있을 거라고 안심했다. 그리고 수업시간표를 확인하니 하루가 아니라 3일 수강시간이 바뀌게 된다. 그러면 근로장학생 근무시간에도 지장이 생긴다. 이렇게 변경된 수업은 받을 수 없겠다 결론짓고 수강시간 바꿔 베이킹 수업 들으러 가겠다고 꿈꾸던 마음을 접었다. 안 되는 걸 알고선 바로 받아들였다.


자다 일어나 잠 못 들고 핸드폰 확인 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베이킹 수업 생각에 꿈에 부풀다가 그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에 2,30 분의 시간이 흐르고 3시가 되어 가는 시간.

다시 잠에 들기에 애매한 시간이 되었고 정신이 또렷한 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일어나 글을 쓴다. 아니, 덕분에 브런치에 글을 쓴다. 불 꺼진 어두운 방 침대에 엎드려 핸드폰으로. 핸드폰 자판을 두 엄지 손가락으로 두드리면서.

왼손 엄지 손가락은 빵칼로 치아바타 옆면을 포뜨듯이 자르다 손톱과 손톱밑 살점을 베었다. 잘 못 건드리면 붙어 가는 베인 살점을 벌리게 되고 아파 움찔대듯 놀라지 않게 대일밴드를 붙인 채로. 왼 엄지로 치는 오타 부분이 늘어난 채로.

 

지금 이 시간에 깨어 있는 건.

우선 걱정과 불안에 먹잇감을 주는 내  성격에 기인한다. 다다음주로 시험을 앞두고서 일 주 전, 이 주 전부터 불안해서다. 걱정으로 일정을 조율하며 책 읽을 시간을 못 내고, 운동 갈 여유를 삭제하고, 그 시간에 취미 베이킹으로 한눈을 팔고, 거기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다.


공부에 집중하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꼭 해야 한다는  마음이 클수록 하기 힘들어진다. 정신이 늪에  빠져 못 나오고 허덕이는 상태다.


마음이 불안정하다. 그 불안정함이 어제는 포텐 터트린 날. 이번 학기 근로장학생 근무를 시작한 첫날이었다. 그 둘이 겹쳐서 그랬을까, 우연찮게 그렇게 된 걸까. 이른 새벽 공복 시부터 참을 수 없이 배고팠다. 탄수화물 제한식을 하고 있는데 전날 만들어 둔 두부치아바타를 몇 개를 먹었다. 그리고도 배불러오지 않았다. 근무지인 도서관에서 챙겨간 아보카도와 삶음 달걀로 점심도 먹고, 오후 수업받기 위해 자전거로 학교에 가서 학교 앞 편의점에서 땅콩을 사 먹고 수업 끝나고 작은 아이 유치원 하원시켜 집에 와 어제 아침에 만들어 둔 빵을 또 먹고, 계속 먹었다.


하루 6시간이나 8시간 사이 한 두 끼만 먹던 것에서 하루 12시간 이상 세끼를 고탄수화물 식사로 채우고서도 배부름을 못 느낀 채 계속 먹었다.

그 결과가 지금 볼에서 특히, 허벅지에서 타는 감으로 느낀다. 많이 먹고 세포가 활발히 증식하며 운동해 느끼는 발열감이지 않을까. 많이 먹을 때 자주 느끼는 느낌이다. 내가 감지하는 내 몸의 변화. 살찌는 느낌. 정말 싫은 느낌 그리고 두려운 느낌이다. 살찌고 싶지 않으니까.


책 < 최강의 식사>와 <비만혁명>을 읽고 저탄고지 중심의 식생활중이다. 나쁜 음식 안 먹기, 공복시간 지키기, 단순당, 정제 탄수화물 줄이기, 탄수화물 줄이기를 생각하며 지키고 있다.


그러던 것이 어제 와르르 무너졌다. 너무 배고팠고 내가 만들고도 먹지 않던 빵을 배부름을 못 느낀 채 엄청 많이 먹었다. 아침에 그렇게 여러 개의 빵을 먹고 그래 오늘은  치팅데이다라고 생각했다. 평소에 치팅 데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그걸 갖지 않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가능했다.

한 끼 정도는 그럴 수 있다. 두 끼 까지도 그럴 수 있다. 평소 두 끼 식사를 하니까. 그런데 세끼가 그랬다. 식사하지 않는 저녁 식사 시간 까지도 많이 먹었다. 평소 저녁 시간에는 습관이 되어 배고프지 않고, 먹을 생각이 들지 않고, 따라서 음식 참는 것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제는 그렇게 배고프지 않았고, 땅콩 먹은 이후 진정되어 저녁은 안 먹어도 되겠다고 몸으로 느꼈는데도 집에 와 빵부터 먹었다.


매일 같이 빵을 만들고 있어 빵이 많이 있는 환경이 안 좋은 요인 중 하나였다. 오전 근장으로 공부하지 못하고 오후에 공부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자극시킨 게 또 다른 요인이다. 그로 인해 인슐린이 분비되고 음식을 먹게 했다. 스트레스에 몸이 반응한 것이다. 몸이 아닌 정신적인 이유로 빵을 끓어 당겼다. 그래서 계속 먹었다.


그때 이틀 전 베이킹몰에서 구입한 택배가 왔다. 블로그에서 오발틀에 구운 마카다미아 휘낭시에를 보고 만들고 싶어 재료들을 구매했었다. 바로 택배 박스를 뜯고 오발틀을 씻었다. 블로그를 보며 재료를 계량하고 따라 만들었다.

사과박스보다 더 큰 베이킹재료가 왔는데 안 만들고 남기면 이것도 머리 무거운 일로 남기는 게 된다. 만들려고 산 재료들이니 미루지 말고 바로 만들자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했다.


그리고 그 생각의 기적을 금방 맛봤다. 만들고 싶었던 오발 모양의 휘낭시에를 만들 수 있었다. 마카다미아가 들어간 그리고 화이트 초콜릿 커버춰로 코팅해 준 내 기준 근사한 디저트를 만들었다.


이것도 세 가지 이유에서 좋았다. 미루지 않고 바로 해서 머리 무겁고 가슴 답답한 일로 만들지 않아서 좋았고, 바로 함으로써 미루면서 머리 무겁고 가슴 답답한 일을 만들던 습관에서 나 스스로 벗어난 게 좋았고, 실천력으로 나 자신에게 작은 성공 경험을 주었다는 것이 좋았다. 이 세 가지 모두가 나를 기분 좋게 해 주었다. 내가 나를 기쁨의 상태로 만들 수 있었다. 그런 나를 정말 칭찬해주고 싶다.


잘했어. 하고 싶은 거 바로 해보기로 결정하고 구매한 것도, 택배 도착 후 바로 만들기 해 본 것도. 최고야. 너 참 잘했어.


지금 제일 하고 싶은 건 책 읽기. 내가 일어나는 새벽 시간에 책 읽을 거라는 생각으로 일어난다면 알람에 지체 없이 벌떡 일어나 책상 스탠드 불을 켜고 바로 1초 만에 몰입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이 좋으니까.


한 달에 한 권씩 벽돌책 읽기 독서모임에서 <코스모스>, <이기적 유전자>에 어 세 번째로 <사피엔스>를 읽고 있다. 이번달 셋째 주 토요일인 20일이 독서 줌모임일이다. 한 달 전에 3분의 일 분량을 넘겨 읽었고 멈춰 있다. 다른 책 읽기와 시험 전 공부에 대한 부담감으로 그 책에 손을 못 대고 있다. 독서모임에 참석하고 싶고 그러려면 책 읽기는 기본으로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다 안 읽고서 참석은 가능하다. 참석이 아니더라도 그 책이 읽고 싶어서 읽고 싶다. 지금 사피엔스를 읽어야 한다면 2시에 깼어도 즐거운 마음으로 일어나 책을 읽었을 것 같다. 공부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무거운 마음이 되었고 잠 못 들고 있었다. 그럴 바에 브런치에 글 쓰자는 생각으로 이곳에 와 있다. 덕분에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니 역시나 나쁜 게 나쁜 만은 아니다. 내가 배운 최고의 말 중 하나 '나쁜 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글 쓰며 어제의 나에 대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어제 먹었던 이유는 시험대비 불안, 긴장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었고, 만들고 싶어 산 재료를 이용해 미루지 않고 바로 만드는 실행력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의 난 사피엔스 책을 읽고 싶다. 독서모임에 참석하기 위한 준비를 지금 해야 할 때이기도 하다.

하고 싶은 거를 필요한 지금 하자. 더군다나 오늘은 선거일로 휴일이다.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휴일에도 쉬는 것에 대한 계획 없이 공부 외의 시간은 죄짓는 불편한 마음으로 지내왔다. 오늘은 그 생각을 바꾸고 쉬는 날 하루의 휴식을 갖자. 내가 지금 하고 싶고 읽어야 할 책을 읽으면서.


걱정으로 이른 새벽에 깨어 잠 못 들어 글을 쓴 덕분에 나를 돌아볼 수 있어 좋았고, 지금의 나를 위한 결론을 스스로 지을 수 있어 좋았고, 해결책과 더불어 좋은 처방까지 내린 거 같다. 역시 불안할 때, 문제가 있을 때는 글쓰기가 해결책이다. 여기에 답이 있다.


3시 몇 분 전에 쓰기 시작했다. 다 쓰고서 다시 한번 읽어보고 맞춤법 검사하고 올린 시간이 4시 40분.

내가 일어나는 시간인 4시 20분 알람도 핸드폰으로 글 쓰는 중간에 해제했다. 다시 자야 하나 생각할 필요 없이 일어나도 되는 시간이다. 글에 쓴 대로 읽고 싶은 사피엔스 책을 읽어야겠다.


같이 읽는 사람들과 단톡방이 있어 읽고 싶은 책이지만 엄두를 못 냈던 코스모스를 재밌게 읽었고, 이기적 유전자를 읽어 내용 이해는 충분하지 않지만 책 속에 어떤 내용이 쓰여 있는지를 알았고,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재미를 느끼며 읽고 있다.


책을 읽을 때면 저자의 말투와 성격이 읽힌다. 이 벽돌책을 읽을 때 그들의 얼굴과 함께 말소리와 말투가 들리는 것 같이 글이 읽혔다. 재미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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