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Question 요즘 주로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
내가 진짜 원하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편안함. 기분 좋음.
시험기간이었음에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다. 생각이 달라지면서 느끼는 감정이 달라졌다.
시험은 내게 있어 감정의 블랙홀 같았다. 모든 감정을 다 불안과 긴장으로 만들었다.
시작의 진입 장벽이 높아 펼쳐보지도 않고서 걱정을 하고, 시험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시작 전부터 식욕이 솟구치고, 시험 보기 전까지는 눈으로만 읽기를 반복하는 효율성 낮은 학습법으로 공부해 와 시험 시작 전까지 단기기억을 붙잡고 있느라 힘들고, 읽은 걸 잊어버릴까 봐, 의식하지 못한 채 불안하기만 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달라진 점 두 가지. 그중 하나는 즐기는 취미가 생겼다는 것!
오븐과 반죽기를 구입했다. 비싼 가격이었지만 내가 번 돈으로 구입을 결정했다.
컨벡션 오븐이 집에 오고부터 하드계열 빵을 만들 수 있었다. 매일 아침 반죽을 하고 빵을 구웠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그 시간이 즐거웠다. 기쁨을 느꼈다. 때마침 기쁨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을 때 기쁨을 만난 것.
기쁨이라는 단어는 우울이라는 단어에 친근감을 갖는 나에게 낯선 단어였고 해맑은 영혼을 지닌 아이가 연상되었고 나와 어울릴 거라 생각해 본 적 없는 본연의 즐거움이 연상되는 단어였던 거 같다. 막연하게나마 그런 거 같다. 너무 내추럴한 충만한 순수한 단어 같았다. 물론 기쁠 수 있다. 순간적으로, 일시적이고, 지나가는 찰나로. 스치는 감정이지 내게 매일 와닿고 함께 하며 공존하는 일치되는 감정일 거라고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기쁨으로 가득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 보지 못했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독서모임에서 읽게 된 <소유냐 존재냐>6장을 읽고서, 황창연 신부님의 예수님이 돌아가실 깨 몇 날 며칠을 기쁨으로 가득하셨다는 말씀을 듣고서.
사는 건 기쁘게 사는 것이 참이고 우울이 악이라는 말에 뇌를 한 대 맞은 듯했고 생각지 못하던 걸 알게 됐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때 베이킹이라는 취미를 다시 만났다. 아침부터 빵 굽기는 내게 즐거움을 주고 기쁨을 알게 했다.
그렇구나 좋아하는 것을 하면 즐겁구나!
기쁠 수 있구나.
또 하나, 미리 공부하고, 적으면서 공부했다.
시험을 어려워하며 시작 못하는 나와 달리 시험 한 달 전부터 열심히 하는 같은 반 언니에게 자극받았다. 그와 함께 리포트로 배운 부분 요약하기 숙제를 하며 정리를 하게 됐다. 그게 도움이 됐다.
목차를 적으며 내용의 가닥이 잡히고 이해가 쉬워졌다. 눈으로만 하던 공부법이 좋은 방법이 아니란 걸 알았고 고쳐야 할 점 보였다. 쓰면서 정리한 후 다시 보기. 다음에는 더 핵심적으로 요약하기까지 이르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시험이 어제 끝났다. 벌써 한 과목씩 점수가 올라온다. 아쉬움이 남는다. 내가 한 만큼의 결과를 받았다. 기말에는 미리 공부하고서 내용을 알고 수업을 들으며 흥미를 갖고 이해하며 듣는 존재적 학생에 다가가야겠다.
계획을 하고 해야 할 일을 알고 실행하기. 계획을 하고 스케줄을 적으면 달성율이 올라간다. 실행률이 올라간다. 성실한 하루하루를 쌓아 기말고사 때 이번 중간고사 때 느낀 시험에 대한 편안함이 더 깊어지길 바란다.
나의 바람.
편안함이 깃든 일상에서 유유히 헤엄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