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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Mar 07. 2024

적응과정에서 미흡함이 배척으로

주저되는 마음

오늘은 글쓰기가 주저됐다. 내 마음이 어떤지 나도 몰라서.

학교에 삼일 갔다.

내가 같은 버스를 타고 인사도 나눴음에도 버스에서 내려서 나를 모른채하고 아마 일부러라고 생각되지만 혼자서 앞질러 가던 언니를 보고, 왜지, 왜 먼저 서둘러가지, 의문을 가지고 떨어지지 않으려 뒤쫓아 달려가다 빙판길 오르막에서 미끄러져 넘어졌다. 얼굴 그중 코를 세게 쾅 박고 놀라 코를 잡고 깨지진 않았는지 코피는 나지 않는지를 생각하며 걸었다. 그 언니의 뒷모습을 보면서.

같은 일행이면 같아 가야 한다고 당연시 생각했던 것에서 산대방의 내침으로 크게 느껴졌고 그건 잔상이 되어 남았다. 빙판길 사고가 겹쳐 시간이 흐르며 그 언니를 내려놓게 됐다.

2학년 1학기 개학 첫날. 학교에서 교재를 파는 곳. 거기서 그 언니를 보았고 먼저 인사했다. 그리고 내 책을 사고 기다리지 않고 말없이 먼저 나왔다. 지난번 버스에서 그 언니가 했던 것처럼. 그리고 다른 건물에 있는 수업받는 교실로 갔다. 건물에 거의 다 도착해 바로 뒤에 그 언니가 온 걸 알게 됐다. 그 언니도 내가 느꼈던 싸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첫날 수업시간에 생일로 조 편성을 할 때, 일곱 중 다섯이 같은 조였고  그 언니와 나만 각각 다른 조가 되었다. 쉬는 시간에 내게 와 점심 먹자 이리 와,라고 와서 말했다. 안 먹는다고 말했고 한 번 더 말해 응하고 가보니 김밥이어서 안 먹겠다고 말하고 왔다. 그때는 날 챙기는 행동이 남아 있었다.

그 후 수업시간이 4시에서 3시로 바뀌었다. 그걸 모르고 휴게실에서 책을 읽고 있었고 3분이 지나 s와 과대의 개인 톡이 왔다. 핸드폰 진동소리에 확인하고 놀라 교실로 달려왔다. 그 잠깐은 서로 챙겨줄 짝이 없는 서러움과 무서움이 공존하는 시간이었다. 여섯 중 한 사람만이 수업시작 3분이 지난 후 수업을 알려주었다. 다른 사람은 관심이 없어서 또 알면서 모른 척했을 수 있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무슨 생각들을 했을까. 그것까지 생각을 구체적으로 하며 자학에 빠져들고 싶진 않다.

암튼, 거기에서 내가 느꼈던 것은 혼자라는 것, 외톨이라는 것, 배제감, 터부시, 배척, 남 못되길 은연중 바라는 심리를 어렴풋이 느꼈다. 왜곡되고 부풀려진 나만의 생각이더라도. 나의 느낌이 그러했다.

그 이후의 감정은 허탈이 조금 있었고 생각 안 하려 하는 방어막이 들었던 거 같다. 무력했고 조금은 가라앉았다. 그날 오후는 하는 일 없이 티브이와 핸드폰만 봤다.

둘째 날, 셋째 날은 그 언니가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하듯 배제하는 게 보였다. 계란을 가져왔고 다른 사람들은 먹었냐, 먹어라며 챙기고 나는 쏙 뺐다.

누가 날 싫어하면 그게 느껴지는 시점부터는 나도 그가 싫어진다. 티 낼 수 없어 못 드러내다가 내게 몰입되어 있거나 감정이 약해져 있을 때 가면 쓰지 못한 본심이 행동으로 드러나 결국 싫음을 행동으로 내비치게 되면 상대도 그걸 느끼고 나를 더 티 내게 싫어할 수 있다. 지난 삼일동안 그 언니를 통해 본 상황이 그랬다.

나는 또 나의 해석을 한다.

자기는 싫어하는 감정을 티 내고 상대방이 받을 상처는 생각 못하고 남이 자기에게 싫은 티를 내면 단박에 화의 감정에 이른다. 사람의 차이다. 알고서 티 내는 사람과 그럴 수 없는 사람. 감정의 배움이 달라서 차이가 있고, 감정이 나 중심과 타인 중심의 정도가 달라서 일 수도 있고, 관계에서 강자와 약자의 입장 차이 일 수도 있다. 나는 감정에 반응이 느렸던 사람이었. 내 감정 알아차림이 느렸다. 알지 못했다. 무시하는 거고 화나는 상황이라는 걸. 매번 모른척하는 것에 익숙하게 커왔으니까. 무시하는 것에 화나고 그것을 표정으로, 말로 표현하는 걸 배워본 적이 없었다. 대신 아무렇지 않은 척 웃는 걸 배웠다. 본가정에서. 연애와 결혼을 통해 나를 인정해 주고 대우해 주고 배려해 주고 특별하게 대해주는 사람을 만났고 그와 함께한 시간이 쌓여가며 서서히 안테나를 남에게서 나에게로 기울일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더 빨리 느끼고 반응한다. 그럼에도 아직 대응에는 어색하다. 잘 모른다. 어떻게 해야 할지. 이건 나의 성숙의 문제이다. 말로 의사전달을 잘하는 법. 정중하고 따뜻하게 나의 마음을 전달하기를 이론적으로 알지만 실행하기는 어렵다. 감정이 앞서 편하지 않으니 따뜻한 여유의 말이 되어 나올 리 없다. 그게 함구로 이어지고 나를 어려운 관계 속으로 빠트린다. 나와야 한다. 입을 열고 말을 해야 한다. 내 맘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은 그걸 생각해 보는 날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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