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썸머 Mar 13. 2024

책이 좋아진 만큼

글쓰기가 줄었다

두 달 동안의 방학 동안 알게 된 것은 내가 책을 좋아한다는 것이고 갖게 된 것은 시간이 생기면 그 시간에 책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를 갖게 됐다. 빈 시간에 뭐 할까를 생각하며 시간을 흘려보내는 대신  '시간이 생기면 책을 읽을 수 있어 좋다'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게 좋았다.

아침이면 일어나 제일 먼저 크래프트지 a5크기의 노트에 볼펜으로 일기를 썼다. 그리고 일 년 넘게 거의 매일같이 일기 같은 글을 카페에 썼다. 쓰다 보면 대여섯 장이 써졌고 시간은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하루 일과를 순서대로 쓰고 감정을 쓰고 생각을 쓰던 거였고 양은 계속 늘어갔다.

글쓰기가 좋아져 독서 관련 인강에 있는 단톡방에서 매일 주제가 있는 글쓰기도 같이 했다. 카페글이 우선이었고 단톡방의 에세이 글쓰기는 후순위였다.

쓰다 보면 글을 길어졌다. 하지만 매일 쓰는 지속력은 얼마가지 않고 흐지부지 해졌다. 양보다 매일 쓰는 게 중요하다고 했던 말이 맞았다.

"한 줄 쓰기부터 시작하세요",

"많이 쓰려고 하면 부담되어 안 쓰게 돼요, 그러니까 조금씩 매일 쓰기를 목표로 하세요"

이런 내용의 말이었고 지나 보니 그 말의 뜻이 이해가 됐다.

학교를 다니고 근로장학을 했다.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가 높아 시험 2,3주 전부터는 시험에 대한 생각으로 스트레스통이 있다면 거기에 담가져 있다시피 살았다. 어느 순간 카페글쓰기와 일기 쓰기, 에세이 쓰기가 후순위로 밀렸다. 습관은 금방이었고 방학 때 특히 그게 공고해졌다. 대신 그 자리에 책이 들어와 있었다.

운 좋은 근로장학 근무지를 갖게 되어 방학 중 근무 시간을 개인 시간으로 가질 수 있었다. 그 시간 동안 책을 읽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여러 권 빌려와 읽었다. 기간이 되어 반납하러 가서 그만큼 혹은 그 이상을 빌려왔다. 욕심부려 빌려온 책이 너무 많아 다 읽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나면 읽고 싶은 책을 계속 읽었다.

그렇게 두 달의 방학을 지내고 나서 새로운 나를 발견했다. 내가 변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충족시켜 주었고 좋아했던 책에 흠뻑 빠지는 맛을 보게 된 시간이 됐다.

아침 4시 20분에 하루를 가뿐히 시작할 수 있는 건 책 읽기가 좋아서. 일어나기가 힘들지 않고 알람에 바로 일어나지고 책상에 앉게 된다. 일어나서 할 일이 즐거운 일이기 때문에 잠자리의 유혹이 힘겹지 않은 것이다.

지금 그 즐거운 행위를 하고 있다.

집중력이 최고인, 고요한 아침시간에. 나도 모르게 몰입의 세계에 담가져 있고 담금질은 매일 계속 중이다. 해가 지속되어 변화될 내가 궁금하다.

작가의 이전글 적응과정에서 미흡함이 배척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