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감사하다
♡ 제목: 내나이 칠십이 되니---
재작년부터 자꾸 몸이 아프기 사작해서 자주 병원에 입원을 하는 일들이 발생했다. 최근에는 일주일동안 아무것도 못먹고 누워만 있기도 했다
나이가 드니 건강한 날보다 아픈 날들이 많아진다. 그리고 인간 수명의 한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몇일전, 병원에서 돌아와 집안을 한바퀴 돌아보니, 정리를 하고 버려야 할것이 너무 많은 것 같다. 특히, 남편과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던 서재의 책들--- 언젠가 유품 정리사가 한말, " 살아 생전 아끼던 소중한 물건도 주인을 잃는 순간, 모두 쓰레기가 된다" 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리고 그동안 방송과 지면을 통해 발표했던 모든 글들도 블로거에 올리고, 정리해서 책으로 묶어야 겠다. 내가 죽고 나면 그 글들 속에서 자식들이 엄마의 인생을 한번쯤 들여다 봐 주기를 ---
몸이 아프고 소화가 안되니, 먹는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유트브와 요리책을 보며 건강 요리를 만들고 있다. 냉장고앞 문에는 " you are what eat= 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이다." 는 글귀가 붙어져 있다.
다리가 아프다. 병원에서 관절염으로 인해 무릎연골이 찢어졌다고 한다. 이제 걷는것이 힘들어
행동반경이 좁아지고 삶의 질이 많이 나빠졌다.
집 근처 공원에서 하루에 만보씩 걷는것이 생활의 루틴이었는데 이제는 꿈같은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남편이 살아 있었을때 자동차를 타고 여행다니는 것을 즐겨했다. 혼자가 되었을때 가끔 버스를 타고 경치 좋은곳에 내려 산책하는 것으로 대신 여행의 즐거움을 누렸다. 내가 사는 곳, 마산은 바다와 산으로 둘러싸여 경치 좋은 곳이 많다. 그러나 지금은 정말 필요한 외출 외에는 자제를 하고 있다.
계속된 맹추위로 인하여 집밖을 나서기 어려운 시간들, 늦은 아침에 커피한잔을 마시며 의자에 앉아, 맞은편의 공원을 바라본다. 몇몇의 사람들이 운동을 하느라 소나무 사이의 길을 따라 걷고 있다. 방안에는 반려견 "별"이가 안아달라고 캥!캥!거리고 있다. 강아지를 안고 창문에 서서 바깥경치를 보여주니 좋아한다.
몸이 아프니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들이 없어지고 하루 하루의 일상에 집중하게 된다. 먹고 소화시키는 것! 실내운동하는것! 평안히 잠자는것!
그리고 사소하고 평범한 것 하나 하나에 감사하게 된다. 살아있다는 것, 추운 날 따뜻한 집에 살수 있는것, "별" 이로 인해 혼자 사는 삶이 외롭지 않은것, 긴 겨울밤 서재에서 마음껏 독서를 하고,글을 쓸수 있어서 감사하다. 작은집, 강아지, 책,
그리고 따뜻한 집밥---- 이 모든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시한부적인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인생을 정리하게 되었다는것이다. 이렇게 하루 하루 충실하게 살아가면서 저 나라에 먼저 가 있는 사랑하는 남편을 만날 날을 준비해본다. 온나라가 추위로 얼어붙고, 세상이 시끄럽고 복잡하다. 그러나 나의 인생 일기장에는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으로 가득 채워보려고 한다. ---- end--- ( 박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