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한 몫하는 집 옥련가든

by 모니카

"맛있는 추어탕 집이 있대"

"어디에?"

"대충 어디쯤인지는 알 것 같아"


남편과 나는 어디에 맛집이 있다고 하면 즐겨 찾아간다.

막상 가 보면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기 때문인지 소문난 맛집도 크게 만족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맛있는 음식 먹는 즐거움도 있지만 그보다는 바람을 쐬러 나가는 목적이 더 크기 때문에 누가 맛집을 소개하면 각오는 하면서도 찾아간다.


언젠가는 서울 시청 뒷골목에 이북 김치국밥 집이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주말에 찾아갔다.

친정아버지는 이북분이시고 엄마는 전라도 광주가 고향이신데 엄마는 남도 손맛으로 특히 이북만두와 김치를 맛깔나게 만드셨다

그래서 이북 자가 붙은 김치국밥도 꼭 먹어보고 싶었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먼 길을 갔는데 공사 중이라고 붙어있었다.

먹기에 실패하니까 더 먹고 싶어 져서 공사기간을 확인한 후 또 찾아갔다.

기대가 너무 컸을까?

우리 입맛에는 보통 김치국밥과 보통 만두와 별 차이가 없었다.


이렇게 일회성 맛집이 있는가 하면

더러는 감탄을 연발하게 하는 맛집도 경험한다.

그런 집은 질릴 때까지 찾아가는데 어느 날 맛이나 양이 변한 걸 느끼는 순간 발길을 딱 끊게 된다.

맘에 들면 줄기차게 가고, 맛이 변하면 어느 날 발길을 딱 멈추는 것, 이것이 우리의 맛집 즐기기 스타일이다.



연휴 마지막 날,

큰아들과 셋이 지인이 추천했다는 그 추어탕 맛집을 찾아갔다.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길로 한참 가니 길 가에 '옥련가든'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옛날 추어탕 전문이라고 쓰여 있는 걸 보니 우리가 찾는 집인 것 같았다.


"이 집인 것 같은데"

"근데 맛집이 왜 이렇게 한산해?"


가정집을 개조한 것 같아 보였는데 자갈 깔린 마당에 차가 한 대 주차 돼 있었다.

맛집치고는 너무 한산했지만 나무와 짚으로 얼기설기 뒤덮인 허름한 모습이 옛날 추어탕과 어울려 우리는 맛집이라고 확신했다.


"이런 곳이 음식 맛은 기가 막히지!"

맘먹고 찾아간 번듯한 맛집들이 번번이 실망시켰잖아."


우리 차가 들어서자 집 뒤에서 방금 밭에서 온 듯한 아저씨가 나타나서 반겨주었다.

안내대로 신발을 벗고 들어가니 원래 거실이었을 것 같은 공간이 나타났다.

그리 밝지 않은 조명 아래에 가운데 식탁 4개가 있고, 정면에는 커다란 노래방 기기와 마이크, 색소폰이 놓여 있었다.


'옛날 추어탕' 전문인데 백숙, 오리전골을 비롯해 십여 가지 정도 되는 메뉴가 한쪽 벽을 채우고 있었다.

입구 쪽 테이블에는 먼저 온 5,60대 아저씨들이 동네 사랑방에서처럼 이야기하고 있었다.

홀 안을 가득 울리는 트로트 색소폰 연주가 주인아저씨 취미를 짐작하게 했다.

걸려있는 그림들과 소품들은 주방에 있는 주인아주머니 이름이 틀림없이 '옥련'일 거라고 믿게 했다.


가지나물, 어묵 조림, 김치, 깍두기.

먼저 나온 반찬들도 꼭 집반찬 같았다.


"누가 소개해서 왔어요"

"그래요? 우리 집 소개하는 사람이 다 있네"


의외라며 아저씨가 활짝 웃었다.

손님이 없어서도 그랬겠지만 반찬이 떨어질까 봐인지 계속 신경 쓰며 왔다 갔다 하셨다.


"우리가 직접 농사지은 들깨를 넣었어요"


펄펄 끓는 뚝배기를 놓으며 건네는 아저씨 말해 군침이 돌았다.

다른 추어탕집과는 달리 청양고추 외에는 추가할 것이 없어서 더 순수한 추어탕 맛일 것 같았다.


우리 식구가 으뜸으로 치는 우리 집 앞 추어탕과 비교하자면 이곳은 덜 진한 국물에 우거지가 듬뿍 들어 있었다,

우거지를 좋아해서 열심히 먹는데 먹어도 먹어도 줄어들질 않았다.

남편도 맛있는지 아무 말 안 하고 내가 남긴 밥까지 말아서 싹싹 비웠다.

우리 집 앞 추어탕을 최고로 치는 아들도 "나쁘지 않은데" 하며 잘 먹는다.


하긴 이 부자는 식당 음식이 아무리 맛없어도 그 자리에선 절대 말하지 않는 뚝뚝이들이다.

심지어 머리카락이 나와도 조용히 빼내고 만다. 미안해할 주인을 생각해 주는 건지, '지적을 해 줘야 조심할 거 아냐?' 해도 성정이 그런지 절대 변하지 않는다.


"추어탕이라기보다는 우거짓국이네"


내가 소곤거리자 아들이 끄덕였다.

맛집이라고 하기엔 좀 부족했지만 주인아저씨 말처럼 시골스러운 맛 같기도 하고 그냥 먹을 만했다.


후식으로 먹음직스러운 수박 4조각이 나왔다.

먼저 수저를 놓은 나와 남편이 세 조각 먹고 좀 커 보이는 남은 한 조각을 아들이 차지했다.

남편과 나는 시원하게 먹었는데 아들이 한입 베어 물더니 자꾸 머뭇거리며 나에게 먹어보라 한다.

'윽'

상한 맛이었다.

하지만 신경 써 주는 아저씨가 눈치챌까 서로 쉬쉬거리며 한쪽은 할 수 없이 그냥 남겼다.

잘 먹었지만 씁쓸한 기분으로 일어섰다.


"잘 먹었어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계산을 하고 나오는 데 계속 우리를 신경 쓰고 있던 주인아저씨가 연신 고맙다며 큰 비닐봉지를 건넸다.

탐스런 노각 두 개가 들어 있었다.


일부러 그랬을 리는 없겠지만 상을 치우며 남긴 수박을 보고 '아이쿠' 했을까?

노각 두 개로 미안한 마음을 전하려 했을까?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모두 의견일치 했다.


"맛있는 우거짓국 먹었네"


"근데, 소개받은 그 추어탕집은 칼국수와 수제비를 말아준다 하지 않았어?"

"그러게~"


나중에 알고 보니 지인이 소개해준 추어탕집은 거기서 100m쯤 더 가야 했다.

엉뚱한 곳에서 먹었기에 남편은 나중에 그 집도 가자고 했다.


역시 우리에게 맛집이란 가기 전의 기대와 후속이 더 중요하다.

옥련가든 주인아저씨도 일부러 찾아와 주었다니 기분 좋을 것이고, 상한 수박도 더 주고 싶어서 주었을 것이고, 우리는 또 다른 맛집을 찾아갈 것이니 일석이조라고 생각했다.


아저씨가 농사지은 그 노각은 그날 저녁 고추장에 무쳐서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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