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터의 색다른 요리
만민을 사랑하시는 아기예수
오늘의 메뉴는 몽글리안비프와 청경채 된장무침입니다.
희망터 단톡에 색다른 요리가 올라왔다.
지난 한 달간의 희망터 반찬 메뉴는
황태조림과 고구마새송이조림, 무석지김치와 마늘종멸치볶음, 부대찌개와 시금치나물무침, 메추리알새송이조림과 콩나물무침, 도토리묵과 시래기지침, 코다리조림과 물파래무침이었다.
수산나 씨가 고기반찬 나간 지가 꽤 된 것 같다고 뭘 할까 고민하다 정한 반찬이 몽글리안비프였다.
이번주는 나와 애린 씨가 당번인데 애린 씨 개인 사정으로 수산나 씨와 바꿔서 나와 수산나 씨나 같이 하게 되었다.
토요일 아침 10시에 성당에 도착하니 조를 바꾼 수산나 씨가 장 보는 카트에 물건을 한가득 싣고 도착했다.
"오늘 메뉴는 뭐예요?"
"몽글리안비프와 청경채된장무침이에요."
"네?"
청경채된장무침이야 그렇다 치고 몽글리안비프라니... '그거 할 줄 알아요?' 하는 표정을 읽었는지 수산나 씨가 웃으며 말했다.
"유튜브 보고 준비 다 해와서 익히고 무치기만 하면 돼요. 고기반찬 나간 지가 한참 된 것 같아 준비해 봤어요."
정말 소고기 밑간과 소스, 된장양념까지 기본 준비를 다 준비해 왔다.
재료비는 헌금으로 모금된 희망터 예산으로 지출되지만, 어제도 늦게 퇴근했을 텐데 언제 다 준비했는지 맨몸으로 온 내가 미안했다.
수산나 씨가 몽글리안비프를 완성하는 동안 나는 청경채를 다듬고 씻어서 준비해 온 된장 양념장에 무쳐서 용기에 담았다.
나는 조리 담당이지만 오늘은 조리와 배달을 다 하고 있는 수산나 씨와 같이 배달까지 하기로 했다.
우리 성당 희망터에서는 매주 토요일에 반찬을 만들어 독거노인들에게 배달하는 봉사를 하고 있다.
한 조에 2~3명씩 4조가 있고, 5주가 있는 달은 우리 교인이 아닌 자칭 절기신자라고 하는 분들이 봉사해 주신다.
각 조마다 베테랑이 있어서 그분이 반찬 종류와 재료를 준비해 오고 2~3명이 같이 조리하면, 주로 아버지들로 구성된 배달당번이 배달을 한다.
처음에는 시청 앞에서 노숙자들을 위해 점심제공을 하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그때 앞장서서 활약하신 분들이 지금은 80~90세가 넘으셨다.
반찬배달로 전환하면서 20 가정이 훨씬 넘은 적도 있지만 돌아가시기도 하고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들어가시기도 해서 가정 수는 항상 유동적이다. 지금은 여덟 가정에 반찬 배달을 하고 있지만 항상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찾기에 노력하고 있다.
나는 조리 담당인데 재료 다듬기 세척하기 썰기 설거지를 주로 한다.
오늘은 수산나 씨나 나나 요리를 주도로 하는 역할이 아니라 반찬 종류 정하기와 재료 구입하기에 살짝 어려움이 있었다.
봉사하는 분들 모두 주부경력으로 치자면 음식을 척척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요즘은 대가족 음식을 집에서 하지 않아서 그런지 여덟 가정 정도의 음식도 양과 조리법을 어려워한다.
그래도 그중에 팔을 걷고 나서주는 맏며느리 같은 분들이 계셔서 매주 겹치지 않게 다양한 반찬을 만들 수 있다.
오늘 내가 배달한 분들은 모두 임대아파트에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이었다.
저소득층을 위한 작은 아파트이지만 그래도 안락한 집에서 사셔서 마음이 무겁지는 않았다.
몇 해 전 나도 조리와 배달을 담당하던 때가 떠올랐다.
비닐하우스에 사시는 두 분이었는데 한 분은 혼자 사시고 다른 분은 가족이 있는 것 같았다.
가족과 사시는 분 집은 큰 개 세 마리가 얼마나 무섭게 짖어대는지 들어가지 못해서 반찬을 항상 밖에 있는 나뭇가지에 걸어 놓으라고 하셨다.
또 한 분은 혼자 사는 할아버지인데 그분께 반찬을 드리고 온 날은 항상 마음이 무거웠다.
검은 비닐하우스의 제대로 닫히지도 않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지독한 냄새로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똥이 묻은 바지를 비롯해 지저분한 옷가지들이 아무렇게나 놓여 있고, 온갖 물건들이 쌓여있어서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음식을 해 먹을 조리 도구나 그릇들도 보이지 않고 내용물 찌꺼기가 그대로 남아있는 컵라면 용기만 보일 뿐이었다.
갈 때마다 안 계셔서 나는 한 번도 뵙지 못했지만, 다른 도움을 드리고 청소를 해드리기 위해 성당 아버지들이 찾아뵐 때마다 한사코 거부하셨다고 한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결국 인생의 마지막을 그렇게 힘들고 어렵게 사시다 가신 것을 생각하면 이 나라의 진정한 복지는 무엇이고 누구를 위한 것일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의 속도는 OECD국가 중 두 번째로 빠르다고 한다. 갈수록 최상위층의 소득은 급증하고 상대적으로 하위계층은 소득이 급감하여 빈곤층이 더 늘어간다는 것이다.
심각한 소득의 불평등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을 말할 능력도 지식도 없지만 쓰레기 더미에서 사는 사람들이, 노인들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만민을 사랑하신 아기 예수 탄생일이 다가온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의 가난한 제제처럼
"아기 예수는 가난한 아이들에겐 관심이 없어요. 아기 예수는 부잣집 아이들을 위해서만 태어났나 봐요"
이렇게 생각하는 아이들이 있으면 안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