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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냥이실록
17화
고양이 발톱 깎기, 그런 방법이 있었네!
by
모니카
Jan 2. 2025
얼음이 되었던 차르
'딱 딱 딱...'
"하이힐 소리 난다"
"저녁에 자를까?"
"그러자~밤에 양치하기 전에."
차르 발톱 깎을 때가
되었다.
발톱을 깎을 때가 될 때마다,
'고양이들은 스스로 스크래칭을 하면서 발톱을 다듬는 게 아닌가?'
'극도로 싫어하는 일을 굳이 해야 할까?'
고민했다.
어떤 분은 실제로 기르는 고양이 발톱을 깎아주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차르가 귀를 긁고 피가 난 것을 보고는 혹하던 마음이 단박에 사라졌다.
실내 고양이는 스크래칭만으로는 발톱을 뾰족하게 할 수는 있어도 길이 조절까지는 어렵다고 한다.
깎
아주지 않아 너무 길게 되면 발톱을 숨기거나 발바닥을 펴고 오므리는 행동이 힘들어서 고양이 자신이나 사람이 다칠 수 있고 가구도
손상될 수 있으니
관리를 해 줘야 한다는 말에 동의했다.
더구나 발톱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변형이 올 수도 있고 염증도 발생할 수 있다니 자연스럽게 놔둘까 하는 마음이 싹 사라졌다.
발톱 깎기 행사를 치르려면
저녁을 먹고 한가한 시간에 기회를 잡아야 한다.
차르가 나른하게 졸고 있을 때 배 밑으로 손을 넣어 살짝 안는다. 다행히 커갈수록 안기는 걸 싫어하지 않아 발버둥 치지는 않는다.
가위를 들고 대기하던 아들이 온갖 칭찬을 하며 하나씩 자르기 시작하면 몸을 비틀기 시작하는데, 그때 나는 재빨리 이마와 볼에 뽀뽀를 한다. 그러면 차르는 잠시 손을 내밀고 참아 준다.
역할 분담도 정해져 있다.
피가 날까 봐 무서워서 못 자르는 나 대신 눈 밝은 아들이 깎기 담당을 하는데, 나중에 아들이 없으면 어쩌나 벌써부터 걱정이다.
마지막 며느리발톱을 자를 때 한계에 다다른 차르가 몸부림을 치며 안고 있는 손을 물려고 하면
얼른 내려놓고 혹시 차르가 먹기 전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밥톱까지 샅샅이
찾아야 한다.
그렇게 하루는 앞 발톱, 다음 날이나 며칠 후에 뒷 발톱을 자르는 행사를 주기적으로
치른다.
인터넷에서 각양각색의 노하우를 알려주지만 우리 차르는 이 방법이 딱이다.
"아휴, 행사 치렀네."
"뒷 발은 언제 하지?"
아들과 내가 차르 발톱 깎기에 씨름하는 것을 지켜보던 남편이 말했다.
"뭘 그렇게 힘들게 해? 목덜미를 꽉 잡으면 꼼짝 못 한다던데."
이 의견에 각자 알고 있는 상식을 주장하며 옥신각신했다.
"그건 엄마 고양이가 아기 고양이를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킬 때 하는
거지. 그때는 아기 고양이도 운반되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서 몸에 힘을 빼고 얌전해지는 거래."
"성묘는 싫어할 수도 있고 체중 때문에 통증을 느낀대요. 괜히 시도하다 신뢰만 깨지고..."
"성묘도 제대로만 잡으면 오히려 심박수도 내려가고 안정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대."
아들과 나는 그 말을 신뢰하지는
않아서 그 후로도 계속 우리 방식대로 했다.
하지만
남편이 우기지는
않아도 끈질기게 말하므로 한 번 시도는 해 보자고 의견을 모얐다.
드디어 또 발톱을 잘라줘야 할 때가 되었다.
내 역할을 남편이 맡았다.
"피부 말고 목덜미를 잡아야 한대."
"오래 끌면 안 되니까 최대한 빠르게 잘라야 돼."
처음 시도해 보는 방법에 셋이
긴장하여 우왕좌왕했다.
차르도 갑자기 아빠가 안고 목덜미를 잡으려고 하니 발버둥을 친다.
남편이 차르를 무릎에 놓고 목덜미를 꽉 잡았다.
.
.
.
.
순식간에 양 발톱을 다 잘랐다.
목덜미를 잡히는 순간
차르가 '땡' 할 때까지 '얼음'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오호! 이런 방법이 있었네!!
갑자기 목덜미 잡혀 넋이 나간 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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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발톱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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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잠과 줄탁동시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젊은 시절 30년을 아이들하고 어울리다 보니 어른들보다는 아이들과 노는 것이 자연스런 사람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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