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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Sep 12. 2024

황제 알현 -1

첫 만남


지금 내 옆에서 늘어지게 자고 있는 고양이 젤리에 뽀뽀세례퍼붓고 있는 나를 나도 이해 못 하겠다







나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누가 고양이를 기른다고 하면

-강아지를 르지 왜 고양이를 길러요?

진심으로 정말로 고양이를 기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고양이와의 좋지 않은 기억 때문일까?

어릴 적 우리 집에는 외출냥이 나비가 있었다.

어느 날 나와 단둘이 방에 있게 됐는데 갑자기 그것이 나를 공격했다.

뭘 하느라 꼬물꼬물 거리고 있는 조그만 아이가 장난감이나 사냥감으로 보였을까?

구석에 나를 노려보더니 갑자기 달려들었다.

그때의 공포로 고양이는 나에게 무서운 존재가 되어 버려서 

한 번도 길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고양이의 귀여움과 매력을 넘치게 보여줘도

'고양이는 주인도 잘 모르고 강이지처럼 안기지도 않고, 감정의 교류도 없는 동물'이라는 

인식을 바꿔보려고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다,

큰아들이 고양이 기르고 싶다고 노래를 해도 눈곱만큼도 동요가 되지 않았다.


반면에 개는 무척 좋아한다.

드라마는 보지 않아도 세나개나 동물농장은 다시 보기에 더 볼 것이 없을 정도로 찾아서 보고, 

본 걸 또 처음 보는 것처럼 본다.

물론 개가 등장하는 것만.


그리고 어려서부터 주위에 항상 개가 있었다.

엄마는 끊임없이 어디선가 강아지를 데려와서는 잘 먹이고 살찌워서 개장수한테 팔았는데 

어릴 때 나는 그것이 개들의 운명인 줄 알았다.

서로 뒹굴고 달리고 정이 담뿍 들었을 때 내가 없는 틈을 타서 팔아버리곤 했다.

학교 갔다 와서 또 개가 사라져 버린 것을 알고는 밥도 안 먹고 밤새 울어서 

다음날 눈이 퉁퉁 부은 채로 학교에 가곤 했다.


커서도 내가 기르던 강아지들은 대개 나에게 이별의 슬픔만 안겨주어서

다시는 개를 키우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나에게 개들은 언제나 애틋하게 사랑스럽 귀여운 존재이고

모르는 개들 또한 나를 보면 좋아했다.

그래서 언젠가는

시골 넓은 마당이 있는 집에서 큰 개를 기르며 살고 싶다는 로망이 생겼다.



그러나 지금 현재,

나는 32살 큰아들, 31살 작은 아들, 그리고 2살짜리 아들을 둔 엄마가 되어 있다.

그 두 살짜리 아들이 우리 고양이 차르다.



사실 처음에 차르를 만났을 때는 어떻게 해서든지 다른 곳으로 보내려고 애를 썼다.

시어머니도 '걔를 선택하든지 나를 선택하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해라' 하고 

머리를 싸매고 누우셨다.



2022년 9월 4일 일요일 저녁,

태풍 힌남노가 북상한다고 뉴스가 시끄럽던 날 아기 고양이가 우리 집에 찾아왔다.

아파트 계단에 내놓은 재활용 박스 안에 얌전히
앉아있는 것을 시어머니가 처음 발견했다.

시어머니가 소리소리 지르고 쫓아버리려 했지만
꼼짝도 안 하는 고양이를 

마침 집에 있던 큰아들이 얼른 데리고 들어왔다.

나는 고양이를 기르는 집 여기저기에 데려갈 수
있냐고
 전화하고

심지어 독립해서 원룸에 사는 아들한테 까지도 키울 수 있냐고 물어봤다.

시어머니는 길고양이 보살피는 동네 미용실에 찾아가서 데려갈 수 있냐고 하소연하고, 

급기야 경비실에 내려가 난리를 쳤다.

-어떻게 고양이가 13층까지 올라왔겠냐, 

누가 병들었으니까 남의 집에 놓고 간 거다, 

조치를 취해달라-


경비아저씨가 그냥 1층 화단에 내다 놓으라고 했으니 빨리 데려다 놓으라고 성화를 부리셨다. 

나도 그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럼, 우리도 버리는 거잖아요. 태풍이 오는데...."


몹시 키우고 싶었겠지만 할머니와 엄마가 성화를 부리는 통에 그때까지 

아무 말 안 하고 있던 아들의 이 말 한마디에 상황이 급 진정되었다.

큰아들은 딸처럼 아기자기하고 자상한 성격인데 특히 할머니한테는 대단한 효손이라, 

시어머니는 손자 말에는 꼼짝을 못 하신다.


길고양이인지, 누가 키우다 버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어떻게 아기 고양이가 

13층에 올라와서 그것도 두 집 중 하필 우리 집 재활용 박스에 들어가 있을 수 있을까? 


정말 의문이지만 일단 그날은 우리 집에 머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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