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자리 위에 다시 쌓이는 하루
방학이 되니 수련관은 청소년들의 방문으로 북적북적하다. 두 개의 연습실과 체육관, 자율이용공간은 네이버 예약으로 하루 종일 꽉 차 있다. 아이들은 예약 시간에 맞춰 들어왔다가 땀에 젖은 얼굴로 나가고, 또 다른 아이들이 그 자리를 채운다. 수련관은 코로나19 이후 네이버 예약 시스템을 통해 공간 이용을 받고 있다. 하루 전까지 온라인 예약이 가능하고, 당일에는 현장 상황에 따라 남는 시간에 이용하기도 한다.
작년 여름부터 체육관은 유독 붐비기 시작했다. 냉난방기가 설치된 이후다. 봄과 가을에만 사용하던 체육관은 이제 폭염과 한파에도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지자체로부터 수탁 운영하는 시설이다 보니, 시설 보강 하나에도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전년 대비 같은 시기 청소년 이용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을 보면, 공간의 편리함이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 실감하게 된다.
새 학기를 앞두고 청소년 동아리들은 SNS에 신입생 모집 글을 올리며 분주하다. “우리 동아리는 외모나 실력만 보고 뽑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외모나 실력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성실함과 협동심일 것이다. 특히 공연 동아리는 연습량이 많아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방학임에도 청소년들은 매일 수련관에 나와 연습을 이어간다. 춥고 덥고를 가리지 않고 연습실과 체육관에 모여 배구와 농구를 하고, 치어리딩과 댄스를 연습한다. 체력 훈련부터 기술 연습, 안무 창작까지 하루가 짧다. 신입 단원이 합류하면 3월부터는 더 바빠질 것이다. 5월에 열리는 청소년 축제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3월부터 5월까지, 주말 수련관의 연습 공간은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빈틈이 없다. 열정에 성실함이 더해지며, 아이들은 저마다의 속도로 단단해지고 있다.
지난주에는 청소년 동아리들이 힘을 모아 공포 체험을 기획하고 운영했다. 추운 겨울을 더 춥게 만드는 공포 체험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직접 참여했다. 세 가지 주제로 꾸며진 공간에 들어서자 뿌연 스모그와 음산한 음악이 긴장을 불러왔다. 내가 앞에 서고 동료는 내 옷자락을 잡았다. 중간중간 귀신 역할을 맡은 청소년들이 튀어나와 놀라게 했고, 마지막 방에서 열쇠를 찾아 문을 열고 나오며 체험은 끝이 났다.
짧은 시간 안에 시나리오를 만들고, 역할을 나누고, 공간을 꾸미고, 음향까지 준비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체험은 닷새 동안 이어졌고 많은 이용객이 다녀갔다. 아이들은 매일 아침 9시에 모여 저녁 6시까지 체험을 운영하고, 끝나면 공간을 정리했다. 하고 싶은 일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는 일은 어른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새해가 되면서 청소년들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배정 소식, 대학 입시 결과를 하나둘 전해온다. 정이 든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어 다른 지역으로 떠난다고 하면 마음 한쪽이 허전해진다. 함께 보낸 시간들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그럼에도 수련관의 하루는 멈추지 않는다. 누군가 떠난 자리에는 또 다른 누군가가 들어와 채운다. 선배들이 웃고 땀 흘리던 공간은 그렇게 다시 채워진다. 수련관은 늘 같은 자리에 있지만, 그 안의 풍경은 매번 새롭다. 오늘도 아이들은 이곳에서 조금씩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