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지도사가 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 여러 순간들
3년 전, 함께 미국으로 출장을 다녀왔던 아이들과 점심을 먹었다.
댄서가 꿈이던 셋은 각자 희망하던 대학 실용무용과에 합격했다. 우리 기관 소속의 댄스 동아리로 활동하며 다양한 무대에 서고, 상도 여러 번 받았고, 누구보다 성실하게 연습하던 아이들이다.
작년 한 해, 입시를 준비하며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 한 친구는 최종 합격 소식을 듣기까지 몇 번의 불합격을 지나야 했다. 아이를 만날 때마다 할 수 있다고,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격려할 때 실망스러운 얼굴도 함께 보여 마음이 안 좋았다. 하지만 결국 끝까지 버텨냈고 마침내 원하는 학교에 합격했다.
졸업을 앞두고, 각자의 학교가 있는 도시로 떠나기 전에 응원의 마음을 담아 함께 밥을 먹었다.
한 친구는 전라도로, 두 친구는 서울로 간다고 했다. 방은 구했는지, 학교생활은 어떨지, 밥은 잘 챙겨 먹을지. 나도 모르게 엄마 같은 질문을 쏟아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웃고 떠들다 보니, 열여덟이던 아이들이 어느새 스무 살이 된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으면 “잘 모르겠다”라는 답을 자주 듣는 요즘, 일찍이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발견하고 그 길을 향해 전력을 다해 달려온 아이들이 참 대견했다. 물론, 이 길을 선택하고 나아가기까지 많은 반대와 걱정 어린 시선을 통과해야 했다. 그리고 학교에 입학을 하는 것은 시작일 뿐, 그 뒤에 펼쳐질 숙제들을 하나씩 해결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난 아이들을 믿는다.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고 흔들릴지언정 포기하지 않고 뚝심 있게 밀고 나아간 그 힘을, 진심을.
헤어지는 길에 한 친구가 돌돌 만 편지를 건넸다. 순간 울컥했지만, 괜히 눈물이 날까 봐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사무실로 돌아와 천천히 편지를 펼쳤다. 깨알 같은 글씨로 빼곡히 적힌 문장들 속에는 3년 동안의 응원과 지지에 대한 고마움이 담겨 있었다. 연이은 불합격 소식에 흔들리던 시간, 건넸던 말들이 큰 위로가 되었다는 문장을 읽으며 오히려 내가 더 위로를 받았다.
아이들을 만나고 돌아온 내 자리에 앉아 꽤 오래 마음이 벅찼다. 내가 이 일을 선택한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하는 일상은 특별한 일이 있는 날이 아니라, 이렇게 아이들을 만나고, 고민을 듣고, 웃고, 울고, 또 편지를 건네받는 평범한 하루이다. 그 하루가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매일 많은 청소년을 만나지만, 스쳐 지나가는 인연도 있고 이렇게 마음 깊이 새겨지는 인연도 있다.
모든 만남이 꽃을 피울 수는 없겠지만, 내가 있는 자리에서 아이들이 뿌리를 내리고 각자의 방향으로 건강하게 자라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