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연구] 상사가 불편해 할 수 있는 상황
이번 사례는 회사에서 자주 발생하는 유관 부서장의 협조 결재가 필요한 상황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직속상관이 아닌 유관 부서장은 결재받아야 할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사전 준비를 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 건설사 경영지원본부 준법경영실장 A / 주택사업본부 도시정비팀장 B
도시정비팀에서 진행 중인 ‘서울 M지구 정비사업 PJT’에 이슈가 발생하여 ‘M지구 재개발조합’을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하기로 주택사업본부의 방향이 정해졌다. 몇 개월 전 팀장이 된 B팀장은 품의서(M지구 정비사업 현황, 이슈와 대응방안)를 준비하여 소송 업무를 주관하는 법무지원팀의 부서장인 A실장에게 처음으로 협조 결재를 받으러 들어갔다.
B팀장 : “안녕하십니까. 실장님. 도시정비팀장 입니다. 협조 결재받으러 왔습니다.”
A실장 : “아. 얼마 전 팀장이 된 ○○○팀장이지? 앉게.”
자리에 앉은 B팀장은 10장 분량의 보고서를 A실장 앞에 내밀고 첫 장부터 구두 보고를 하기 시작한다. B팀장은 아직 첫 장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A실장은 벌써 페이지를 넘겨 3페이지를 보고 있다. 보고서를 계속 읽고 있는 B팀장에게 A실장이 한마디 한다.
A실장 : “잠깐만. 내가 읽어 보고 있으니까 …"
갑작스러운 A실장의 이야기에 B팀장은 잠시 멈칫하였으나, A실장이 읽고 있는 3페이지에 대하여 다시 설명하기 시작한다. 약간 짜증이 난 A실장이 다시 이야기한다.
A실장 : “내가 보고 있으니까 기다리세요. 궁금한 것 있으면 물어볼 테니까!”
B팀장 : (당황하며) “네… 알겠습니다.”
보고서를 다 읽은 A실장이 질문을 한다.
A실장 : “이번 건은 소송 이외에는 다른 해결 방법이 없나요?”
B팀장 : “네. ‘서울 M지구 정비사업 PJT’는 2021년에 시작되어 … …”
B팀장은 PJT의 연혁부터 장황하게 설명하기 시작하자 짜증이 난 A실장은 말을 끊고 다시 이야기한다.
A실장 : “아니, 해결 방법이 있냐고? 없냐고?”, “내가 PJT 처음부터 설명해 달라고 한 것 아니잖아!” “질문을 했으면 질문에 대한 답을 해야지. 바쁜데 왜 묻지도 않은 이야기로 시간을 빼앗나?”
어쩔 줄 몰라하는 B팀장에게 A실장은 비수가 날아온다.
A실장 : “내가 곧 회의가 있어 나가봐야 하네. 다음에 다시 갖고 오게.”
협조 결재를 받으러 갔던 B팀장은 아무런 성과 없이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회사에서 결재를 받는 목적은 본인(팀)이 하고자 하는 일을 진행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결재는 가급적 한 번에 빨리 받아야 원활하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보고자들이 보고서 내용에는 신경을 쓰면서 피보고자에 대하여 미리 파악하지 않고 결재를 진행하여 업무가 지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위 사례에서 B팀장은 A실장이 어떤 스타일의 경영진인지 전혀 모르고 보고를 갔다가 목적을 이루지 못하였다. B팀장은 팀장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결재받은 경험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협조 결재를 받으러 가기 전에 A실장의 성향을 파악하지 않고 본인 스타일 대로 보고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에서 중요하면서 쉽지 않은 일 중의 하나가 상사에게 대면 보고를 통해 결재를 받는 것이다. 특히 직속 상사가 아닌 협조 결재를 받아야 하는 상사일 경우 자주 접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여러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상사에 대한 보고는 내 입장이 아닌 상대방(상사)이 쉽고 빨리 이해할 수 있게 보고를 해야 한다. 특히 자주 접하지 않는 상사에게 대면 보고할 경우에는 사전에 그 상사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사에 대한 예의이자 배려이며, 빠른 결재를 받기 위함이다.
어떤 형태의 보고서를 선호하는지
보고의 내용에 따라 보고서 형식이 주로 정해지지만, 상사가 선호하는 보고서 형식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글 중심의 보고를 좋아한다면 워드 형식의 보고서가, 이미지 또는 함축된 내용을 선호한다면 PPT 형식의 보고서를 준비해야 한다. 보고서의 내용상 워드 파일로 작성되었더라도 피보고자가 PPT 형식을 좋아한다면 번거롭지만 PPT 형식의 요약본을 추가로 준비하면 결재받기 용이할 것이다.
다음으로 상사가 프린트된 보고서를 좋아하는지 화면(PC 또는 스크린)으로 보고받기 좋아하는지 파악하여 준비할 필요가 있다. 보고 시작부터 상사가 선호하지 않는 형태의 보고서를 내밀어서 힘들게 진행할 필요는 없다.
상사가 어떠한 사고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듣는 성향인지, 읽는 성향인지)
상사가 어떠한 사고 구조(생각하는 방식)를 가진 사람이냐에 따라 보고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위 사례에서 A실장은 ‘독해형’ 성향의 상사이다. 혼자 쭉 읽어보고 궁금한 것 등을 질문하는 스타일. 다른 유형으로는 보고서를 읽는 것보다 보고하는 사람이 쭉 이야기하는 내용을 듣고 판단하는 ‘청취형’ 스타일이 있다. B팀장은 A실장의 성향을 알지 못하고 계속 설명하다가 오히려 핀잔만 들었다. 어떤 스타일인지 미리 파악하고 간다면 보고가 스무드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독해형’ 스타일의 상사에게 보고할 경우에는 중간중간 질문이 나올 가능성이 높으므로 어디를 보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질문에 대한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한다.
지금까지 어떤 업무 경력을 가지고 있는지
내가 보고하는 업무에 대한 피보고자(상사)의 근무 경력이 있는지 파악해 두어야 한다. 경험의 유무에 따라 내가 보고하는 내용의 이해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해당 업무 경험이 있는 피보고자라면 앞쪽 부분(개요 등 기본적인 사항)은 빨리 지나가고 결론을 중심으로 보고해야 한다. 보고서에 있는 그대로 개념부터 설명하려고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는 본인 위주의 보고이며, 상대방(상사)을 전혀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에는 피보고자를 위하여 간략한 설명 자료를 별도로 준비하여 제시하면 피보고자는 당신의 준비에 감동받을 가능성이 높다.
보고받을 상사의 현재의 상황은 어떤지
상사에게 보고하러 가기 전에 그 상사의 다음 일정이 있는지, 어떤 일정인지 미리 파악해 두고 들어간다. 상사의 다음 일정의 유무와 그 일정의 중요도를 파악하고 있으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범위 내에서 시간과 강약 조절이 가능하다.
보고 과정에 상사가 휴대폰을 계속 보고 있다면 “실장님. 지금 매우 바쁘신 것 같습니다. 나중에 다시 보고 드리러 올까요?” 라고 이야기하는 편이 좋다. 집중력이 떨어져 있는 상사에게 보고하는 것은 서로에게 시간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보고를 준비함에 있어 '보고서'에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보고서'가 완성된 이후 어떻게 보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을 적게 하는 것 같다.
어느 타이밍에 보고할 것인지, 어떤 흐름으로 이야기할 것인지, 보고서 외에 별도의 자료를 준비할 것인지 등 사전 준비를 한다면 한 번만에 보고를 마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피보고자(상사)의 성향과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기본적 요소이다.
상사에 대한 성향을 파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 상사에게 자주 보고하는 선배 · 동료로부터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