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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uCHO Oct 03. 2023

일본에서 만난 일본인 직장인의 특성

우리나라와는 다른 일본 문화


1990년대 회사 입사한 이후, 많은 일본인들을 만났다.


그룹 도쿄 법인 1년 6개월, 나가사키 주재원 5년과 업무와 관련되어 다수의 일본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느낀 '일본인 직장인의 특성'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이는 나의 주관적인 관점이지만, 일본에서 근무한 지인들의 경험 이야기와 일본을 언급한 자료를 감안하면 그리 편향적인 시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본인 직장인의 특성


근무시간, 자리에서 딴 짓을 하지 않는다


나를 포함하여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근무시간이라도 자리에서 개인적인 용무를 보거나 PC를 통해 신문기사를 읽는 등 업무와 관련 없는 사적인 활동을 간혹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도쿄 및 나가사키 회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면서 일본인 직원들이 자리에서 사적인 활동을 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근무시간 중에 사적인 전화가 올 경우에는 반드시 밖으로 나가서 통화를 하고, 자리의 PC로 개인적인 용무를 보는 직원이 없었다.


이는 나의 관찰력 부족 이라기보다는 일본 직장인의 규칙인 것 같다. 단, 자리에서 딴 짓을 하지 않는다고 모든 직원들이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일본인들은 소식(小食) 한다?


일본인 장수의 비결 중의 하나가 소식(小食)이라고 자주 언급된다. 고령층 위주로 소식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와 같이 근무했던 일본인들은 대부분 대식가이었다.


일본인들이 소식(小食)이라는 나의 생각이 잘못된 선입관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회사 비용으로 회식을 하거나 주재원이 집으로 초대하는 등 본인의 돈이 들지 않는 경우 또는 호다이(放題 : 일정 금액만 내면 시간 내 무제한 먹을 수 있음) 식당을 가면 대부분의 일본 직원들을 무척 많이 먹었다.


일본인이 소식하는 이유는 ‘돈이 없기 때문에 소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나의 추론이다. (일본 직장인이 돈이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전 발행한 글 [일본인, '더치페이'가 대세인 이유]에서 언급하였음)



개인 휴대폰 충전을 위해 회사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우리의 정서로는 조금 이해하기 어렵지만, 일본 직원들은 회사에서의 개인 휴대폰 충전을 ‘회사 전기 도둑’이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한 ‘근무시간, 자리에서 딴 짓을 하지 않는다’와 같은 맥락으로 일본 직장인들은 회사(업무)와 사적인 일을 철저히 구분하는 정서가 강하게 형성되어 있는 것 같다.


휴대폰 충전에 대한 일본에서의 일화

나가사키 주재원 근무시절 도쿄 2박 3일 가족여행 일정 중, ‘도쿄 스카이트리’를 갔었다. 관람을 마치고 1층 로비 휴게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면서 벽면에 콘센트가 보여 휴대폰 충전을 하고 있었다. 잠시 후 경비원이 나타나서 ‘여기서 충전하면 안 됩니다’라고 강력하게 제지를 당한 적이 있다. ‘콘센트를 막아 놓은 것도 아닌데 충전 좀 하면 안 되나?’



사적인 식사 대접을 하면 부담을 느낀다?


도쿄법인 근무 시절 회사 내 업무 관련성이 있는 일본인 남직원에게 저녁 식사를 대접한 적이 있었다. 몇 주 이후 다시 기회가 되어 그 직원에게 저녁을 먹자고 제안하였는데 무척 난감해하였다. 처음에는 ‘저녁 사준다는데 왜 그러지?’라고 의아하게 생각하였지만, 머지않아 알게 되었다.


‘받으면 보답해 주어야 한다’는 일본인의 정서. 그 직원은 나에게 저녁 식사를 사 줄 수 있는 여유가 없기 때문에 두 번째의 나의 식사 제의가 무척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개인 신변에 대하여 묻지 않는다


우리는 업무 등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대화 초기에 ‘자녀 분은 몇 명 이세요?’ 등 개인적인 신변에 대하여 묻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함이다.


하지만 일본인을 만났을 때 가족 관계 등 개인 신변에 대한 질문은 절대 해서는 안된다. 그 이유는 정상적인 가족을 형성 · 유지하고 있지 않는 경우가 예상외로 많기 때문이고, 사적인 사항을 물어보는 것을 일본인들은 매우 꺼리는 것 같다.


나가사키 근무 회사 일본인 직원들 중에 이혼한 사람, 결혼 적령기가 지났는데도 미혼인 사람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가족 관계를 형성 · 유지하고 있지 않은 직원들이 많았다.


일본인과 개인 신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면 상당한 기간과 친분이 형성이 필요하다.



일본인 명함에는 휴대폰 번호가 없다?


일본 컨설팅업체와 업무를 진행하면서 한국과 일본에서 몇 번 만나고 식사도 같이 한 일본 컨설팅업체 담당자(男子)가 있었다.


한 번은 그 담당자의 명함에 휴대폰 번호가 없어 휴대폰 번호를 물어보았다.

“왜 물어보나요?”

담당자의 대답에 무척 당황해 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휴대폰 번호도 알려주지 않았다.


일본 직장인 명함에는 휴대폰 번호가 없다. 본 적이 있는데 무슨 소리냐?

명함에 휴대폰 번호가 있다면 그 번호는 회사가 업무 또는 영업용으로 지급한 핸드폰이고 번호이다. 그럴 경우에는 당연히 명함에 표기한다.


개인의 휴대폰 번호를 명함에 기입하고 다니는 일본인 직장인을 나는 본 적이 없다. 더불어 차량 앞 유리에 비상연락처(휴대폰번호)를 놓아둔 차를 일본에서는 한 번도 못 보았다.


요즘과 같은 SNS 활동이 많은 환경에서 개인 정보 보호와 신변 안전을 위해 명함과 차량에 개인 휴대폰 번호를 기입하는 것에 대하여 우리도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가사키 회사 근무시절, 우리나라 수능이 마치는 날에 나는 항상 ‘수능 일본어 문제’를 풀어 보았고, 그 다음 날에는 몇 명의 일본인 직원들에게 ‘수능 일본어 문제(한국어로 된 지문 또는 보기는 일어로 번역함)'를 풀어 보라고 한 적이 몇 번 있었다.


일본인 직원이 30문제를 모두 다 맞춘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대부분 3 ~ 4개씩 오답을 체크하였고, 정답을 알려주면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능 일본어 문제는 ‘문제를 내기 위한 문제’이지 일본어를 능력을 테스트하는 시험은 아닌 것 같다는 결론에 다 달았다.


한국인에게 '수능 국어(한국어) 문제'가 쉽지 않듯이 일본인에게도 '한국 수능 일본어 문제'를 모두 맞추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한국 수능의 일본어 시험 문제와 일본인 학생들이 보는 국어(일본어) 시험 문제는 수준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동일하게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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