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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uCHO Oct 11. 2023

일본에 있는 식당의 쌀밥, 왜 맛있을까?

우리나라와는 다른 일본 문화


지난 연휴기간(10/7~9), 5년 살았던 ‘나가사키’를 지인들과 오랜만에 여행하고 왔다. 여행 중 식당에서 나오는 ‘쌀밥’은 변함없이 맛있었다.

 

일본을 여행한 경험이 있는 대부분 사람들은 일본 식당의 쌀밥이 우리나라 식당의 쌀밥과 비교하여 매우 맛있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우리나라와 일본 쌀밥 맛의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하여 여러 자료들을 참고하여 나름대로 추론해 보았다.

 

[조사한 자료 출처]

· 한국 : 농촌진흥청/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국립식량과학원

· 일본 : 農林水産省(농림수산성)

· 우리나라 및 일본, 관련 기사

 


‘벼 품종’에서 차이가 있을까?

 

주식용(主食用)으로 재배하는 쌀의 ‘품종 수’는 두 나라 차이가 거의 없다.

한국 278 품종, 일본 282 품종 (외국산 제외)

 

일본은 우수 품종으로 분류되는 ‘고시히카리’가 전체 경작 면적의 35.0%로 가장 높지만 일본의 모든 식당이 비싼 고시히카리 쌀로 지은 밥을 고객에게 제공하지 않으며, 우리나라 쌀 품종 중에서도 ‘삼광’, ‘운광’, ‘고품’과 같이 밥맛이 좋다고 평가받는 품종이 적지 않다.


따라서 두 나라 ‘벼 품종 우수성’의 차이로 밥맛이 다르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생산 과정에서의 ‘질소 비료’의 사용량의 차이


밥맛을 좌우하는 중요 요소 중의 하나가 ‘쌀’에 함유되어 있는 ‘단백질의 양'이다.


양곡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쌀의 품질은 ‘완전립 비율’(뒤에서 설명)과 ‘단백질 함량’에 따라 등급을 구분하고 있다. ‘단백질 함량’은 쌀의 식미(食味)를 결정하는 요인의 하나로서 단백질 함량이 높으면 쌀이 딱딱해지고 밥을 할 때 밥의 끈기와 식감을 나쁘게 하여 밥맛이 떨어지게 된다.


쌀의 단백질 함량을 결정하는 것은 생산 과정 상에 ‘질소 비료의 사용량’에 따라 좌우된다. 많이 사용하면 단백질 함량이 올라가고 적게 사용하면 그 반대이다. 하지만 질소 비료를 많이 사용하면 수확량이 많기 때문에 생산자들은 사용량을 줄이기를 꺼려한다.


우리나라 ‘농촌진흥청’에서는 ‘3저 3고 운동’을 진행하고 있는데, ‘3저’ 중의 하나가 ‘질소비료 사용량 10a(아르) 당 9kg에서 7kg 이하로 줄이기’.


일본의 질소비료 사용량은 품종마다 다르지만, 고품종인 ‘고시히카리’의 경우에는 10a당 2.4~3kg로 현저히 낮고, ‘하야히카리’ 품종은 10a당 6.4~8 kg.
 

따라서 생산 과정에서의 ‘질소 비료’ 사용량이 두 나라 밥맛의 차이가 발생하는 주 요인 중의 하나라고 추정된다.



‘혼합미(米)’ vs ‘단일미(米)’


‘단일미’는 하나의 품종으로 정미(精米) 된 쌀을 말하며, 당연히 ‘단일미’의 밥맛이 더 좋다. 한국과 일본에서 판매되는 쌀의 ‘단일米 비율'은 다음과 같다.


한국 : 38% (2020년)

일본 : 74% (2006년)

  * 일본 최근 데이터를 찾지 못하였으나, 쌀 소비량 감소 추세를 감안할 경우 ‘품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단일미’ 비율이 더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됨


우리나라는 2017년 ‘단일미’ 판매 비율을 26% 보다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일본 보다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왜 ‘혼합미’가 아직도 많을까?


‘혼합미’가 많은 이유는 단일품종으로 재배된 쌀을 유통하고 판매하기 어려운 유통구조 때문이다. 대부분 농가들은 지역에 설치된 미곡종합처리장에 쌀을 넘겨 이곳에서 관리하며 유통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단일품종의 쌀만 따로 골라 판매하기가 어려우니 여러 농가의 쌀을 섞어 혼합미로 판매하는 것이다. 당연히 전체 쌀의 질도 균일하지 않고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혼합미’의 비중이 높은 것이 두 나라 밥맛의 차이가 나게 하는 두 번째 요인이라 생각된다. 특히 우리나라 식당들은 대부분 '혼합미'를 사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추가적으로 일본은 ‘혼합미(複数原料米)’ 분류 기준이 더 넓다. 동일 품종이라도 생산지역, 생산연도가 다르면 ‘혼합미’로 분류한다. 따라서 일본의 '단일미'의 품질은 매우 높을 것 같다.



쌀을 구입할 때

 

나도 이전에는 쌀의 ‘브랜드’와 ‘가격’만 대충 보고 구입하였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쌀을 살 때 습관적으로 사는 경향이 있는 것은 아닐까? 늘 사던 쌀을 사고, 비슷한 가격대의 쌀을 사는 소비 성향.
 

우리나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꾸준한 정책 시행으로 ‘양곡 표시 이행률’(양곡의 품질 정보 표시)이 2020년 기준으로 97.9%대 다다른다.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은 앞으로 쌀을 구입할 때 쌀 포대의 앞 또는 뒷면에 표기되어 있는 다음 사항을 꼭 챙겨 보시길 추천한다.

출처 :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쌀 등급 알리미>

1. 생산연도, 도정연월일

 * 현재와 가까울수록 좋다

2. 품종

 * '단일 품종'을 구입해야 한다

3. 등급 (완전미 비율로 책정)

 * 완전미 : 미정 과정에서 쌀알의 형태가 완전한 상태의 정도

4. 단백질 함량

 * 함량이 낮은 순서로 '수/우/미'. 하지만 임의 사항이라 표기한 쌀을 찾기 힘들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식당에서 맛있는 쌀밥을 기대하기 상당기간 동안 어려울 것 같다. 가격도 중요하지만, 최근에 생산된 높은 등급의 단일미를 구입하여 댁에서 맛있는 쌀밥을 드시길 바란다.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귀국하는 이삿짐에 일본쌀 10kg 2개를 넣어 국제 운송(컨테이너로 운반)으로 가지고 왔던 기억이 새롭다.



 

어느 시기에는 식당의 차별화 요소 중에 ‘맛있는 쌀밥’이 등장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저희 식당은 단일 품종의 95% 완전미 쌀로 만든 맛있는 밥을 고객님께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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