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는 다른 일본 문화
우리나라와 일본의에서 골프를 친 경험을 바탕으로 양국의 골프장 문화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용어 설명 : 하단 참조)
골프를 늦게 시작하였고 재능도 없는 나는, 일본 주재원 시절 어쩔 수 없이 자주 골프를 치러 나갔다. 나가사키에 있는 한 골프장 12번 홀(Par 4)에서 15打(+11)를 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나라는 Par 4 Hole의 경우 '더블파'인 8打(+4)가 최대 타수. 일본 Golf Play에는 ‘더블파’도 없고, ‘컨시드’도 없이 볼이 홀컵 안에 들어갈 때까지 플레이해야 하였다. (파 4홀에서 왜 15打나 쳤냐는 것은 주제를 벗어나기에 생략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골프장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兩國의 관련 지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항목별로 살펴본다.
· 골프장 수 : 일본이 한국 보다 약 4.3배 많다. 일본의 골프장 수는 정점인 2004년 2,356개를 정점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고, 한국은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이다.
· 골프장당 이용자 수 : 한국이 일본의 약 2.4배. 한국에서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은 그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주중 그린피’도 한국이 일본의 약 3.1배 비싸다.
· 골프 인구 : 이제는 한국의 골프 인구가 일본의 골프 인구를 넘어섰다. 일본의 골프 인구는 1994년 1,450만 명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하여 2021년에는 그때의 약 38.6%의 수준에 불과하다.
골프장 이용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日本에서도 ‘코로나19’의 특수로 최근 2~3년 동안 골프장 이용자 수가 증가하였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최근 골프장 실적이 나아지고 있다. 젊은 층과 여성층 고객의 증가로 일시적인 반등을 보이고 있으나, 일본 골프장 이용자 수가 다시 감소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골프장 문화에 다른 점이 적지 않다. 일본의 골프장들은 버블경제 붕괴 이후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 중의 하나이었고, 그 이후 경영난으로 인해 많은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한국과 일본 골프장 모두에서 적지 않게 플레이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 차이점을 설명한다.
일본은 대부분 'No 캐디 플레이'(셀프 플레이)
우리나라에서도 요즘 캐디 구인난으로 '셀프 플레이'가 증가하고 있지만, 일본은 80~90%가 '셀프 플레이'.
일본 골프장은 대부분 세트 상품으로 판매한다
일본 골프장들은 골퍼들의 가격 저항을 줄이고 식음 매출 증대를 위하여 대부분의 골프장들이 '그린피 + 식사비'가 세트로 된 상품을 판매한다. 식사는 물론 골프장 내 클럽하우스에서 한다. 우리나라는 숙박과 식사가 포함된 패키지상품 이외에는 세트 상품을 파는 골프장을 찾아보기 힘들다. 더욱이 우리나라 골프장 클럽하우스의 음식값이 비싸기 때문에 외부에서 하는 골퍼들이 많다.
캐디 역할이 다르다
일본에서 캐디를 동반한 플레이를 하더라도 우리나라와 비교하여 캐디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적다. 특히 일본 캐디들은 스코어를 적어주지 않는다. 스코어는 플레이어가 직접 기록하고 관리해야 한다.
카트의 페어웨이 진입
일본 골프장들은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카트의 페어웨이 진입을 허용한다. 골퍼들 중 고령자가 많고 셀프 플레이어가 많기 때문에 고객의 편의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다. 단, 비가 와서 젖어 있는 경우에는 진입 금지.
일본은 'OK' 없이 홀 컵에 넣을 때까지 플레이한다
일본인 골퍼들은 본인의 스코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스코어 관리를 철저히 한다.
우리나라는 일정 시기를 제외하고 골프장의 수요가 공급보다 많기 때문에 골프장이 항상 붐빈다. 따라서 골프장마다 ‘경기 진행’이 매우 중요한 관리 포인트가 되고 있다. ‘경기 진행’이란, 골프장의 관리자가 각 홀마다 정체(대기) 없이 원활하게 플레이가 되도록 컨트롤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골프장들이 일본처럼 홀 컵에 넣을 때까지 플레이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이하, ‘뒷문을 열어 놓는다면’) 골프장들은 예약 팀수를 줄여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골프장들이 팀 간 간격을 7분으로 세팅하고 있는데 그 상태를 유지하면서 뒷문을 열어 놓는다면 플레이 지연으로 정상적인 경기 진행이 어렵고, 골퍼들도 진행 지연으로 불만이 크게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뒷문을 열어 놓는다면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 팀 간 간격을 10분 정도로 해야 하며, 그렇게 되면 받을 수 있는 팀의 숫자가 줄게 되고 매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경기 진행을 위하여 ‘더블파’ 룰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일본은 어떻게 뒷문이 열린 상태로 경기 진행을 할까?
먼저 위 표에서 보듯이 일본 골프장당 이용자수가 (일부 골프장 또는 피크 시즌을 제외하고) 우리나라의 반 수준으로 뒷문을 열어 놓고 플레이하여도 경기 진행에 크게 어려움이 없다.
위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 골퍼들의 연간 이용 횟수는 우리나라의 약 2배에 이를 정도로 1인당 골프장을 찾는 횟수가 많다. 즉, 아마추어 일지라도 골프 그 자체에 집중하는 골퍼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일본에서 같이 골프를 친 일본인들도 그랬다.
본인이 골프 플레이를 연구하고 연습하여 필드에서 친 결과가 어떤지를 항상 정확하게 체크한다. 골프 실력이 향상되는 것에 대한 만족감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스코어를 철저하게 관리한다. 첫 홀 티오프에서부터 마지막 홀 홀 컵에 넣을 때까지 정확하게 카운팅.
본인의 그날 스코어가 ‘Life Best’가 나오면 골프장에 이야기하여 공인을 받는다. 일본인 골퍼들이 ‘더블파’ 또는 ‘컨시드’ 없이 홀 컵에 넣을 때까지 플레이하는 이유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으로 생각하여 타수를 정확히 카운팅 하는 것 같다.
결론적으로 일본에서 '더블파'가 없는 이유는 일본인 골퍼들의 스코어에 대한 열정과 뒷문을 열어놓아도 경기진행이 가능한 여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일본 골프는 뒷문을 열어놓고 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치는 것은 아니다. '정식룰'은 아니지만 '로컬룰'에서는 본인이 Give-up 할 경우 규정 타수의 3배로 카운팅 한다고 한다.
[용어 설명]
· 더블파 / Double Par : 골프 플레이어가 각 홀 별로 정해져 있는 기준 타수(3타 또는 4타 또는 5타) 보다 2배의 횟수를 친 타수 (속칭 ‘양파’라고 한다)
· 컨시드 : 볼이 홀컵의 일정한 거리 내에 다다르면 다음 플레이에서 넣을 수 있을 것으로 간주해 주는 것 (속칭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