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을 향한 창
마당과 정원을 향한 창은 제법 큰 새시 창
요기는 빨강
시작할 때는 프레임 가드에 나무 간살을 넣은 덧문을 디자인으로 달고 싶었다, 빨간 머리 앤이 턱을 괴고 앉은 그런 덧문 달린 창을 만들어 아래 조르르 빨간 꽃을 놓아 포인트가 되게 장식하고 싶었다.
의자가 놓인 건물 테두리 앞은 데크를 깔아 기둥을 세우고 썬룸을 만들어 테이블을 놓고 시람들이 오면 함께 차도 나누고 담소도 나누고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부서뜨리고 새로 짓는 게 아니라
" 천천히 하자. 다 돈이다. 나중에 퇴직하면 제대로 고치던가?" 하는 옆지기의 시큰둥하고 귀찮은 듯한 말에 동조하며 생각만으로 그쳤다.
빨간 창문에는 거기밖에 달 수 없는 창문형 에어컨 파세코를 다느라 열지 못하고 고정되어 생각과는 다른 모습이 되었고 데크로 만들 자리는 그대로 두고 대신 업어온 화이트 수납장이 놓여 시골살이 잡동사니를 쌓아두고 있다.
꽃 정원, 텃밭을 향해 열리는 가장 큰 창문도
열리지 못하고 고정되어 내 맘대로 되지 않았다.
시골집 셀프 리모델링은 로망은 없고 현실과의 타협이 먼저가 된다.
어땠거나 칠하고 보니 깔끔하고 산뜻해지긴 했다.
그리고 2025년 현재에도 시골집은 카멜레온처럼 변하고 있다. 옆지기의 바람과 나의 바람이 혼재되고
더 커지는 이의 바람대로 계속 진화하거나 복잡해지거나 때론 방치되거나 하며
집도 사람도 사람의 온기가 더해져 가꾸어 가는 것!
안 그러면 금세 표가 난다.
삶은 결국 집과 정원을 가꾸듯
정성스럽게 사람과 부대끼며
진심을 다하며 사는 것이 아닐까?
조금만 소홀해도
조금만 무심해도
풀더미가 된다
사람 손길
그 정성스러운 눈길과 손길에 따라
집도 윤이 났다가
빛을 잃고 스러지기도 한다.
#5도 2촌
#시골살이
#셀프리모델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