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 나는 꽃이고 별이고 바람입니다.

:83세에 캘리그래피를 배우는 울 엄마.

by 해나

공부가 너무너무하고 싶었다는 울 엄마는

가난했던 어촌 마을 홀어머니 아래

2남 3녀 중 맏이였다

친구들이 국민학교에 다닐 때 엄마는 중퇴를 하고 농사를 짓고 밥을 하고 물질을 했다 한다.


자식들에게 폐가 될 수 없다고 언제나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걷고 스스로 뭔가를 자꾸 하려 하고 해 내는 우리 엄마


30년 식당장사를 하셨을 때도

언제나 하고픈게 공부여서 나중에 우리 동네 주부대학에도 가서 1기 졸업생이다.


파킨슨과 당뇨를 오래 앓고 계신 엄마는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셔서 처방을 받고 한 동안 몰래 우시기도 했다. 좋아하던 수영을 그로 인한 작은 실수로 못 가게 되셨을 때는 더 그랬다.


하지만 자식들 앞에 늘 당당하게 서고 싶은 엄마는 아들이 사 중 실내 싸이클로 매일 운동을 한다.


노래를 좋아하는 엄마는 유선 트로트 채널을 고정해 두고 짬짬이 흥얼거리며 운동 중이다.


얼마 전부터 떨리는 손으로 캘리그래피를 시작했다.


"형님은 손도 떨면서 참 잘 쓴다요"

엄마보다 한참 어린 회원이 그랬다며 자랑도 한다.


쓰고 또 쓴 종이를 뵈주시며 자랑하는 울 엄마


막내 동생이 갔을 때도 자랑하며 뿌듯해하는 울 엄마


엄마는 예전 붓글씨도 배우셨는데

필명이 '느루'라 동생이 말해 준다.


하나 뿐인 남동생이 지어 준 느루는 늘 ,항상이라는 의미를 가진 말


엄마는 남동생이 지어 준 이름이 좋아서 였는 지 그건 또렷이 기억해 낸다.


엄마가 아프시고 나서 들려주시는 다양한 엄마 삶의 역사는

참 대단하고 아프다.


8살에 고추 따서 말려 그 고추 부대 등짐 지고 마산 석전장까지 고개 넘어 팔러 다닌 이야기며

아버지에게 시집와 시누이 시집까지 사느라 고생한 이야기며

그 시절 고구마밭을 메는 데 어린 나이에 손끝 야무지게 풀을 잘 뽑아 칭찬 받은 이야기며

품 삯 버느라 토마토 하우스 풀 메며 그 하우스가 세상에서 제일 냄새하고 힘들었다는 이야기며

아버지에게 어찌 시집 오게 된 이야기며

철없는 시동생들 집 사주고 가게 사주느라 어렵게 아버지와 함께 그런 돈 모아 샀던 논 판 이야기며

열심히 열심히 장사해 살고 있는 집 터 조금씩 조금씩 사서 살림 늘린 이야기

......

엄마의 삶의 이야기는 한 편의 영화처럼

아련하고 다이다믹 하다.


요사이 아기가 되어가듯 그리 풀어놓으신다. 풀고 또 푸는 엄마의 이야기가 눈물겹다.


여전히 손 맛 좋은 엄마의 음식과 여전히 솜씨 좋은 손 끝 여문 우리 엄마


옷도 짓고 음식도 하고 쉬는 법이 없다.

자식들 줄 생각에 더 부지런한 우리 엄마


캘리그래피를

써놓은 종이를 수북이 꺼내 놓는다.


엄마가 써놓은 글귀처럼

꽃 같은 우리 엄마

엄마가 내 엄마라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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