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원장= 12시간 30분 근무?
아침 7시,
아직 해가 완전히 떠오르지 않은 시간에 어린이집 문을 열며 하루가 시작된다. 제일 먼저 등원하는 아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교사들과 함께 교실 불을 켜고, 환기와 어린이집 공간의 청결 상태를 점검한다. 부모님들이 아이를 맡기며 건네는 짧은 인사 속에서 그날의 분위기를 읽고, 아이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살핀다. 등원은 단순히 아이들을 맞이하는 시간이 아니라, 가정과 어린이집을 연결하는 소중한 순간이다.
밝게 인사를 건네는 부모와 아이, 부끄러워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분들, 또 허겁지겁 아이만 들여다 보내는 부모님...... 친절하고 상냥하고 따뜻하게 맞이하기
8시 무렵이 되면 교사들의 근무 배치와 일과 점검을 마무리하고, 행정적인 업무를 시작한다. 교육청이나 구청에서 오는 공문을 확인하고, 보육료 및 급식 관련 자료를 점검한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민원 전화가 걸려오기도 하고, 교사의 개인 사정으로 근무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때마다 원장으로서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고 조율하는 일이 하루 일과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오늘은 임신 5주차 교사가 품은 아이가 위태로워 입원한다는 연락이 오고 원어민 강사는 쌍둥이를 가졌다는 소식이 함께 온다. 축하하고 배려할 일이나 당장에 교사 공석인 것에 대한 아이들을 위한 조치가 먼저가 된다.
10시 이후에는 수업 현장을 둘러보며 아이들의 활동에 직접 참여하거나, 교사들의 수업을 관찰한다. 아이들이 즐겁게 놀이하며 배워가는 모습은 언제나 큰 보람을 안겨준다. 동시에 교사들에게 좀더 나은 교육이 되기 위한 피드백을 주고, 더 나은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한 지원을 고민한다. 원장의 업무는 단순히 관리자가 아니라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는 리더라는 점에서 늘 공부하고 세심하게 관찰해 나가야 한다,
점심시간에는 급식실을 찾아 식단과 위생 상태를 꼼꼼히 확인한다. 아이들의 건강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한 끼 식사도 허투루 지나칠 수 없다. 메뉴얼에 따라 준비되는 과정 위생 검수, 식자재 관리, 염도, 배식량 체크 등 ....
안먹는 아이들을 위한 먹기 위한 교사들의 눈물겨운 노력을 보고 있노라면 제 부모도 저리 못하지 싶은 때가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함께 식사를 나누며 대화하는 것을 보면, 작은 이야기 속에서 보물같은 표현들과 가감없고 계산되지 않은 순수한 사랑을 쏟아내는 아이들로 힘을 얻는다.
오후 시간에는 교사회의, 부모 상담, 교육 프로그램 기획 등이 이어진다. 부모님과의 상담에서는 아이의 발달이나 적응 문제를 함께 논의하며, 가정과 협력하는 돌봄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교사들과의 회의에서는 교육과 보육의 균형, 안전관리, 행사 준비 등을 조율하며 협력의 중요성을 체감한다. 하지만 내 맘 같지 않고 MZ세대들의 당당한 주장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울컥 서럽기도 하다.
4시 이후 하원 시간이 다가오면, 다시 현관에서 부모님을 맞이하며 아이들이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전한다. 어떤 날은 즐거운 이야기를, 어떤 날은 작은 어려움을 나누며 부모님과 아이의 하루를 연결하는 다리가 된다.
아이들이 전하는 이야기는 언어 발달이 미숙하여 한계가 있고 특징상 자기중심적 사고로 내게 유리한 쪽으로만 말하는 것과 유도성 질문에 의한 억지 답으로 오해를 사서 민원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사실을 근거로 밀착한 관찰해서 공정한 일과 사례 전달이 꼭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부모님들의 신뢰가 쌓이기도 하고, 때로는 건의와 요구가 이어져 무거운 책임을 느끼기도 한다.
저녁 6시가 넘어야 대부분의 아이들이 하원하고, 이후에는 연장 보육 아동들과 함께 남는다. 저녁식사 시간은 안먹고 투정하는 아이들을 한 숟갈이라도 더 먹이려는 007 작전의 시간이 된다. 일찍 등원했던 아이들이 대부분 늦게 남는다. 애처롭게도 저녁 먹는 일을 무척 어려워 한다. 몸도 피곤하고 엄마도 보고 싶은 아이들은 그 투정을 모두 교사들에게 쏟아 낸다.
마지막 아이를 부모님께 안전하게 인도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교사들의 근무가 마무리되면 다시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이 시작된다. 원아 출석부, 급식 점검표, 안전 일지 등 행정 서류를 마무리하고, 내일을 위한 준비를 한다.
오후 7시 30분, 어린이집 문을 닫으며 하루가 끝난다. 12시간 30분 동안 이어지는 총괄 업무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과 성장이 그 모든 무게를 31년을 견디게 한 힘이었다.
총괄업무에 보육사업 안내서에 영유아보육법에 원장은 그야말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야 하는 사람이다.
아픈 아이들을 격리 보호해야 한다. 인력이 없으면 원장이
교사들의 휴게시간은 확보해 줘야 한다. 휴게시간에 대신 들어가는 교사도 인력이 없으면 원장이
어린이집에 일어나는 모든 소소하고 크고 작은 일들은 모두 원장 책임이 된다.
원장으로서의 하루는 단순한 관리의 시간이 아니라, 아이들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책임지는 과정이다. 아이와 관계한 전 세대의 걸친 사회관계 속에 때로는 지치고 벅차지만, 바로 이 자리가 나의 사명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하루 잘 버티었다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소진 그 자체가 된다. 배터리 방전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모습이.......
원장은 원장의 업무만
행정을 두고 서무를 두고 양호교사를 두고....
교육과정만 돌보는 시스템이 부러운 건 내 마음 만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아이들이 무탈했던 하루가 참 감사하다.
그래서 금요일 밤이 제일 야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