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아이들 놀이에 자유를 ...

.박스는 무엇보다 훌륭한 놀잇감입니다.

by 해나 이미현

“재활용 택배 박스는 위생적으로 걱정이 됩니다. 실거미가 나오거나 벌레 알이 있을 수도 있는데..... 우리 아이는 그런 박스를 사용하지 않게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한 학부모님께서 조심스럽게 남겨주신 말씀입니다. 사랑하는 아이를 향한 부모님의 염려는 언제나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벌레 하나도, 혹은 혹시 모를 위생 문제 하나도 아이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실 때, 부모님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이를 향한 걱정은 바로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삼키지 않고 표현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저는 아이들이 재활용 박스를 가지고 노는 순간들을 곰곰이 떠올려 봅니다.

또 고민에 빠져 듭니다.

" 어떻게 하지?...... " 박스로 정말 다양한 것들을 조합하고 만들어 내는 아이들어떤 아이는 큰 박스를 자동차로 변신시키며 운전대를 잡고 신나게 “부릉부릉” 소리를 냅니다. 또 어떤 아이는 작은 박스를 이어 붙여 아기자기한 집을 만들고, 그 속에 인형들을 앉혀 가족 놀이를 합니다. 한 아이는 박스를 눕혀 ‘비밀 아지트’를 꾸미며 오롯이 자기만의 상상 세계에 몰입하기도 합니다.


특히 이번에 전화를 주신 아이 역시 박스를 이용해 만드는 활동을 무척 좋아하는 친구입니다. 단순한 네모난 상자가 그 아이의 손끝에서 로봇이 되고, 성이 되고, 비행기가 되는 모습을 지켜볼 때마다 저는 늘 감탄하게 됩니다. 이런 모습은 곧 창의성과 몰입의 또 다른 증거이자, 유아기 놀이의 본질이기도 합니다. 박스는 무궁무진한 변신이 가능한, 그야말로 유창성 있는 교구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부모님의 우려처럼, 재활용된 상자가 처음 상태 그대로라면 위생상의 문제가 따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사용 전 박스를 꼼꼼히 살펴보고, 먼지를 털어내며, 햇볕 소독을 통해 자외선으로 자연 살균을 합니다. 또한 필요에 따라 크린 콜과 같은 소독제를 이용해 표면을 닦아 아이들이 안전하게 만질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작은 구멍이나 찢어진 부분도 테이프와 종이로 보강하여 손이 다치지 않도록 합니다. 이렇게 위생과 안전을 확보한 박스는 놀이의 소재로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놀이 지원에 동행해주시는 부모님들도 재활용품을 보내실 때 깨끗이 씻고 손질하여 말려서 보내주시고 살펴 보내주고 있습니다.


유아교육의 현장에서 우리는 늘 ‘창의적 경험’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아이가 자유롭게 생각하고, 스스로 시도하고,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며 배울 때, 그 경험의 과정은 교과서의 어떤 지식보다도 더 깊이 마음에 남습니다. 재활용 박스는 그 가능성을 열어주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값비싼 교구가 아니더라도, 아이의 상상력은 언제나 경계를 넘어섭니다. 오히려 단순하고 제한 없는 재료가 더 큰 창의성을 불러일으킵니다.


박스를 통한 놀이는 아이들에게 여러 교육적 의미를 가집니다.

첫째, 문제 해결력을 기릅니다. 박스를 자르고 붙이고 쌓는 과정에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어떻게 하면 쓰러지지 않을까?’, ‘어디에 창을 내면 더 좋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둘째, 사회적 협력을 경험합니다. 친구와 함께 큰 박스를 활용할 때 아이들은 역할을 나누고, 의견을 조율하며 협동심을 키워갑니다.

셋째, 정서적 안정과 몰입을 줍니다. 아이가 만든 아지트 안에서 조용히 책을 읽거나 인형을 놀이는 시간은 자기만의 세계에서 안정감을 얻는 순간입니다.


이 모든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단순한 놀이를 넘어, 사고력·창의성·사회성·정서 발달을 동시에 이뤄갑니다. 부모님들께서 염려하시는 위생 문제는 저희가 책임 있게 관리하고, 그 위에서 아이들은 상상력이라는 날개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육자의 역할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이 글을 통해 다시 한 번 부모님들께 안심을 드리고 싶습니다. 걱정은 저희가 함께 나누며 관리해 나가겠습니다. 동시에 아이들의 눈빛 속에 반짝이는 창의성과 기쁨은 꼭 지켜주고 싶습니다. 혹시 아이가 집에서 박스를 가지고 놀고 싶어 한다면, 부모님께서도 직접 작은 상자를 안전하게 준비해 주시길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아이와 함께 그림을 그리며 꾸미고, 작은 집이나 가방을 만들어 보는 경험은 부모님과 아이 모두에게 따뜻한 추억이 될 것입니다.


“아이들이 상자를 통해 만드는 세상은 단순한 종이 구조물이 아닙니다. 그것은 아이의 마음속에서 자라는 꿈과 상상력의 씨앗입니다.”

저는 오늘도 아이들이 박스를 붙잡고 즐겁게 웃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그 웃음은 곧 배움의 기쁨이고, 성장의 순간이며, 무엇보다 부모님께서 가장 바라시는 행복한 아이의 모습일 것입니다. 아이들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위해, 저희는 위생과 안전을 지키며 창의적인 놀이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러니 "우리 아이만 쓰지 않게 해주세요." " 공산품만 제공해 주세요" 에 대해 좀더 아이 입장에서 아이의 자유로운 놀이 선택과 주도와 몰입의 과정을 조금만 더 혜량하여 주셨으면 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