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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만의 첫 경력직 면접

권고 사직을 당하다

by 글쓴이

이력서는 대충 대충 50개 정도 낸 것 같습니다.

사실 정성 들이기 시작된 건 얼마 되지 않았어요.

사진도 거의 15년 전 사진을 쓰다가 최근에 요새 스타일로 다시 찍었더니

좀 부담스럽더라구요. 하지만 트렌드라고 하니까 따라 했습니다.


사실 18년만의 첫 면접이라 떨릴 만도 한데,

생각보다 떨리진 않았어요.

꽤 큰 중견기업이었고, 너무 조용해서 숨쉬기도 불편할 정도의 분위기.

(아,, 내 분위기랑 다른데..)


휴게실에서 대기하다가 면접자가 와서 컨퍼런스 룸에 들어가 면접을 보기 시작했어요,

이력서를 아주 크게 출력해 오셨더라고요.

가방이나 다른 걸 못 가지고 들어가게 해서 핸드폰만 들고 갔습니다.


된다면, 제가 입사할 영업2팀의 2팀으로 들어가는데, 영업 2팀의 전무님이 면접을 봤습니다.

그런데 시작부터 하는 말이, 아니 그 포지션으로 보자고 한 게 아니라 다른 포지션으로... 말을 흘리시더라구요.


자기 소개를 하라고 해서 준비했지만 생각나는대로 하고, 떨지는 않았고 물어본 것에 대답은 다 했습니다.

면접자가 업계 탑 3 중 한 곳에서 22-23년을 있었다고 말하는데

(어쨋거나 지금은 거기에 다니는 게 아니니까 ) 조금 무례하더라구요. 솔직함을 가장한 무례함.


그러면서 저도 약간 태도가 바뀐 것 같아요. 저도 저한테 무례하게 굴면 조금이라도 티를 내는 편이라.

면접자의 요지는 지금까지 내가 맡아온 필드에 대한 궁금증이었어요.

자기들도 이 필드에 들어가고 싶은데, 가능성이 있을지 없을지, 한 군데를 컨택했는데 안됬다,

하게 되면 나 혼자 맨 땅에 헤딩해야 한다. 등등등 좀 민감한 문제도 물어보더라구요.


당연히 기업 조사를 했으니 알았는데 그 회사는 지금 다니는 회사보다 매출액이 적었습니다.

제 담당하는 프로그램 매출액보다 적었습니다.

그런데 그 필드를 들어가려면 만만치가 않습니다. 엄청 보수적인 필드이고, 그 사람이 그 사람이고,

네트워킹이 아주 중요해요. 우리는 미국오피스에서 사장님이 직접 영업을 하시는데 오더를 따내기까지 정말 몇 년이고, 콜드콜, 콜드 메일을 무지하게 보내시고, 연결이 되는 기회를 잡을 때까지 하십니다.


그런데 한 곳 컨택해보고 안됐네 이래 버린다면 이 회사는 너무 쉽게 먹으려는 것이 아닌가.

마무리로 저더러 잘 생각해 보라고 그러시더라구요.

음.. 회사가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데 개인의 역량만으로 하겠다?

매우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어요.


다른 포지션이라면 본인이 결정할 수 있는데 이 건은 여러 번 면접을 볼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연락하겠다. 아무 연락 없으면 안된 것으로 알아라를 끝으로 나왔습니다.


간만에 신경쓰고 구두도 신었는데

18년만의 첫 면접은 아무 의미도 없었지만 그래도 면접을 어떻게 보느냐의 포문을 열었으니

그 부분에 10점 주겠습니다. 100점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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