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필요한 것은 간절함

나를 알기

by 글쓴이


*매주 토요일은 정신과 선생님께 가는 날입니다. 현 선생님이라고 하십니다.*


가족보다 친구보다 저에 대해 더 잘 아시는 분입니다.

남편을 보내고 나서 시작한 상담이었지만, 아직도 여전히 상담과 약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8월 말에서 9월 초의 극심한 무기력과 우울증, 그리고 자살 충동이 있었을 때,

선생님 덕분에 많은 위안을 얻었습니다.


*어떻게 지냈어요?*

고작 일주일에 한 번 보는데, 선생님이 늘 물어보시는 질문입니다.

*네, 잘 지낸 것 같아요.*

오늘은 제 생각보다 더 밝고 크게 이야기한 것 같습니다.


현 선생님: *요즘 무슨 생각하세요? 관심 있는 건 뭐예요? 어떤 일들이 있었나요?*

저: *흠... 그냥 감정 기복 없이 지냈어요. 면접이 있으면 면접 보고,*


현 선생님: *면접은 잘 봤어요?*

저: *잘한 것 같은데 문제가 하나 있어요. 최상급 영어가 아니라는 점이죠. 요즘은 하루에 일정이 하나만 있어도 하루가 다 가는 것 같아요.*


현 선생님: *원래 그렇죠. 면접도 힘들고, 스트레스받잖아요?*

저: *근데 저는 생각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더라고요. 잘 되면 좋지만, 안 되면 할 수 없는 거고.*


현 선생님: *그러면 안 되는데...*

저: *지금은 꼭 이걸 해내겠어하는 마음이 안 생겨요. 해서 뭐 하나, 잘 돼도 그만 안 돼도 그만...*

현 선생님: *이게 제일 문제네요. "간절함"이 없어요.*


저: *맞아요. 간절함이 없어요. 그냥...*


간절함이 없다는 말에 정신이 살짝 들었습니다.

남편을 잃고 5년간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사고 싶은 대로 살았고,

이윽고 남편과 생각했던 목표들을 보이는 것으로는 전부 이뤄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이후, 저에게 간절함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받았을 때도, 면접에서 다 떨어졌을 때도,

물론 3-4일은 우울하기도 했지만, 비극적으로 느끼거나 다시 열심히 해야겠다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요즘 들어 하기 싫으면 등록은 했어도 돈을 아까워하지 않고

안 하고 끝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남편은 남편이고, 나는 나일 텐데, 여전히 저는 벗어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남편과의 목표 중 하나인 내 집 마련을 마지막으로 이루고 나서, 저는 방전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그게 작년 말이었습니다. 그 이후 회사 일도 급격히 관심에서 밀리고, 세상 사는 것도 그랬습니다.


목표의 절반인 "내 집 마련"이라는 타이틀만 달성했을 뿐, 이제 그 대출금을 갚아나가야 하고,

그러니 회사에 빨리 취직을 해야 하는데 그 간절함이 이상하게 생기지 않습니다.


전 언제쯤 정신을 차릴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간절함"이 저에게 다시 돌아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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