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함에 대해서 생각해 봤는데

by 글쓴이


오늘 하루 종일, 나에게 없어진 간절함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내게는 왜 간절함이 사라졌을까요?


백수가 된 지금, 앞으로 갚아야 할 대출금, 생활비, 취업에 대한 간절함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습니다.

일적인 면에서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이미 다 해봤고,

돈도 써볼 만큼 써보았고, 쇼핑도 하고 싶은 만큼 했으며,

배우고 싶은 것도 모두 배웠습니다.

여행, 출장, 힙한 레스토랑, 호텔도 제 수준에서 다 경험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5년 동안 미친 듯이 그렇게 살았으니까요.

저는 극단적인 성격이 되었습니다.

한 번 꽂힌 음식은 아주 질릴 때까지 1년 동안 먹고, 다시는 먹지 않습니다.

음악도 그랬고, 사람 관계도 돌아보면 비슷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진저리가 나서 그런지,

이제는 뭘 해도 ‘해봤자 뭐 그렇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이 이렇게 느껴져서 권고사직을 받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삶에 간절한데,

심지어 홀로 생사의 고비를 넘긴 남편의 눈에서도 삶에 대한 간절함을 봤었는데,

나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남편은 나에게 사랑 그 이상의 존재였습니다.

남편의 죽음으로 인해 내 모든 것이 달라졌으니까요.

남편의 죽어가는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기 때문일까요?


사람이 죽는 것은 생각보다 너무 쉽고,

그래서 삶이 허무하게 느껴지고,

삶이 의미 없다고 느껴지고,

나도 내일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죽어도 괜찮다는 마음이 자꾸 생기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들이 계속되니 간절함이 사라진 것 같아요.

삶이 간절한 사람에게, 저는 참 못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오늘, 컴퓨터에 깊이 숨겨뒀던 남편의 투병 시절 사진을 다시 보았습니다.

제게 너무 큰 트라우마가 있어서, 바로 닫아버렸습니다.


남은 삶은 남편의 몫까지 잘 살아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습니다.

간절함,

어떤 간절함이 나를 이 고통에서 구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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