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을 보내고
한국에 돌아와서 5년 만에 처음으로 새해 카운트 다운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계속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약 없이는 잠이 들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보통 평일에도, 주말에도 10시 늦어도 10시 반에는 잠이 들어야 했습니다.
그냥 그래야만 했던 저의 강박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엔 이사를 하고 우리의 첫 집에서 롯데월드가 정면으로 보이는데
새해 카운트 다운 행사를 한다고 해서 약을 먹지 않고 기다렸습니다.
생각해 보니 새해 카운트다운을 지켜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괜히 마음이 설렜습니다.
이렇게 여유 있는 연말을 맞이한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1분여 가까이를 영상을 찍겠다고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 순간이 좋았습니다.
이직으로 바쁜 날들이 많아져 필라테스를 잠시 홀드 시켜두고, 운동을 못하는 날들이 많아졌습니다.
12월부터 아침에 최소 20분씩은 요가로 시작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새해 첫 날인 오늘도 아침 요가를 했고, 아침을 먹고, 책도 보고 집에서 있다가
헬스장에 가서 유산소 운동을 했습니다.
세상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스트레칭 존에서 저녁 마무리 요가 20분을 했습니다.
마음이 참 편했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열심히 산다, 빨리빨리 처리해야 한다, 시간을 아껴 써야 한다, 늘 촉박하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마음의 방황을 다스리기 위해 요가 여행을 떠나기도 했는데 그때도 조급한 마음뿐이며 안정을 찾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정말 맞는 게 저에게 2025년은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2025년 1월-4월은 마음의 여유 없이 3주 간격으로 출장을 다녔고 제 위치에 대한 부담으로 항상 다음 성과에 대해 고민하고 고민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스스로 지쳤고
5월에는 19년을 함께한 우리 강아지를 별로 보냈고, 집을 장만해 이사를 했고, 남편의 5주기였습니다. 이때부터 회사를 많이 쉬기 시작했습니다. 일을 할 의욕이 들지 않더라고요.
6월에는 일주일 간격으로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한국 돌아와서 그동안 친척들을 안 보다가 올해 처음 뵈러 갔었는데 그때가 살아계셨을 때 뵌 마지막이었습니다.
가족 여행도 처음 갔습니다. 부모님과 언니와 어디 여행을 가는 걸 싫어했는데 정말 수십 년 만에 갔었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저에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6월까지 쉬어서 거의 두 달을 회사를 비웠습니다.
그 때문인지 아닌지 저도 모르는 발령이 생겼고 결국 휴직 후 퇴사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7월부터 10월까지 휴직하면서 백수로 지냈고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엄마랑 하루 종일 집에서 아침 점심 저녁을 함께 먹었는데 그 역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나에겐 이런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직을 했고 아예 환경이 바뀌었습니다.
나의 첫 회사가 마지막이 될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지만 막상 퇴사하고 나니 속이 시원했습니다.
나도 회사에 모든 것을 바쳤고, 회사도 나에게 충분한 기회와 보상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저의 마지막 트리거가 된 것 같습니다.
이직 후의 저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운전하며 6시 7시에 출근했던 내가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지만 아침을 여유 있게 보내며
지하철을 타고 출근해서 일을 하고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고 집으로 오면 그날 하루를 마무리를 했습니다.
오늘 문득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는데 처음으로 시간에 대한 촉박감이 없이 여유 있게 운동을 하고
저녁 요가도 처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운동에 온전한 집중을 했던 게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깨닫게 된 마음의 안정,
5년이나 걸렸지만 이제는 더 이상 방황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