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을 위한 새 건물 짓기, 누구를 위한 것인가.

광주 충장로

by AVA

서론

충장로는 광주광역시 동구에 위치한 구도심 핵심 상업지구이다. 지리적으로 충장로는 도로의 이름이자 그 도로를 중심으로 펼쳐진 상권을 모두 의미한다. 역사적으로는 광주 읍성의 남문과 북문을 잇던 도시의 주된 남북축이었고, 현재는 광주 도시철도 1호선, 그리고 금남로라는 거대한 동서축대로의 남쪽 블록을 중심으로 밀집해 있다. 충장로는 1가부터 5가까지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차량 통행이 제한된 보행자 전용 거리를 중심으로 수많은 골목 상권이 자리잡고 있다.


또한 광주 충장로는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패션 상업지역의 중심 역할을 해온 상징적인 공간이다. 70~80년대 유행을 선도했던 젊음의 거리이자,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현장이기도 한 이곳은 광주 시민들의 삶과 정체성이 가득 담긴 곳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징성이 무색하게도, 현재는 충장로는 신도시 개발과 인터넷 쇼핑의 확산 속에서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다. 충장로의 상권을 분석한 조사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충장로의 패션, 음식, 뷰티 업종은 2016년 소폭 증가했으나 2019년부터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미운영점포는 2011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충장로 상권이 경기에 매우 민감함을 보여주었다. 공간적으로는 서석로 7번길 등이 2021년까지 패션 거리로서의 고유한 성격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 19 이후 2021년에는 공실이 전반적으로 급증하며 패션 거리의 성격이 약화되었다. 대신 스포츠, 액세서리 등 저가 상품 업종이 증가했으며, 공실은 외곽에서 유동인구가 많은 내부 사거리 방향으로 확산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처럼 충장로의 상권에 공실이 많아지는 뚜렷한 쇠퇴의 양상은, 충장로가 왜 도시재생을 필요한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에 따라 충장로 일대에는 도시재생을 위한 막대한 공공예산이 투입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74억 원의 예산으로 옛 간장공장을 개조한 ’충장22‘, 8억 원을 들여 쇠락한 골목을 이국적으로 꾸민 ’홍콩의 거리‘, 세계적인 건축가와 조경가들이 참여하여 충장로를 비롯한 광주 곳곳에 공공 건축물을 설치한 ‘광주 폴리’가 진행되고 있다. 이 밖에도 민간 사업체들이 시행하는 구도심을 복합주거시설로 재개발하는 행위가 일어나고 있다. 이들 사업은 충장로의 쇠퇴하는 구도심에 새로운 거점을 만들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도시재생을 위한 새 건물 짓기,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하고자 한다. 지금 충장로가 진행하는 거점 중심의 도시재생 모습들의 취지는 좋지만 각각의 사업, 프로젝트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과연 현재의 방식이 전시를 넘어 사람과 주변 상권을 살리는 실질적인 해법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본론

11월 5일 답사를 진행하며 충장로의 모습들을 눈에 담았다. 광주학생운동기념역사관에서 부터 시작된 이번 답사는 광주극장, 도매상가의거리, 충장 22, 홍콩의 거리, 금남로 공원, 금남로 지하상가, 광주 충장로 우체국, 아트스페이스 흥학관을 순서로 답사가 진행됐다. 충장로라는 구도심을 둘러보며 느낀 점을 “도시재생을 위한 새건물 짓기,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서술해 보고자 한다. 충장 22, 홍콩의 거리, 오피스텔&거대한 주거시설 , 광주폴리를 중심으로, 이러한 공공적, 상업적 개입이 과연 충장로의 기존 맥락과 조화되며 진정으로 '사람'을 향하고 있는지 비판적으로 고찰해보고자 한다.


1. 충장 22

충장 22는 광주 충장로 22번길에 위치한 충장로 도시재생 선도사업의 핵심 거점으로 74억원을 들여 조성한 4층 규모의 복합 문화 예술공간이다. 1930년대부터 약 60년간 운영되다가 1990년대 폐업 후 20년 이상 방치되었던 ‘삼복 간장공장’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탄생했다. 이름처럼 22개의 예술가 레지던시를 핵심 기능으로 하며, 갤러리, 커뮤니티 공간, 카페 등을 갖추고 있다. 또한 문화예술 프로젝트 공간 제공, 지역 축제와의 연계, 전시와 버스킹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개최하여 충장로 상권 활성화에 기여한다.


하지만 자치구(동구)가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만들어낸 이 4층 규모의 ‘충장22’ 건물이, 과연 장기적인 관점에서 충장로 전체의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충장22’와 같은 단일 거점 시설의 재생 방식은, 충장로라는 전체의 상권의 활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세부적인 방안도 필요하다. 그러나 ‘충장22’는 예술가 레지던시라는 특정 그룹을 위한 기능에 집중되어 있어, 지역 상권과 실제 충장로 방문객들과는 동떨어져 있다.


게다가 초기부터 공모를 통해 선정된 운영기관인 사회적기업 ‘(주)상상오’는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2023년 5월까지만 운영하겠다고 전했다. 자치구에서 지원하는 돈은 공과금 정도인데, 코로나로 재생사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안 좋아지다 보니 30명 정도의 인건비 부담만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그 후 공모를 통해 비영리 재단인 ‘(사)대동문화재단’이 운영기관으로서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지만 초기 운영을 맡았던 사회적 기업이 2년 만에 물러났다는 것은, 이 공간이 자체적인 수익 모델을 찾는 데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결국 막대한 초기 예산 투입 이후에도, 지속적인 공공 예산(세금)에 의존해야만 운영될 수 있는 구조임을 보여준다.


2. 홍콩의 거리

‘홍콩의 거리’는 광주 동구 충장로 4가의 쇠락한 골목길을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일환으로 새롭게 디자인한 테마거리이다. 홍콩 특유의 네온사인과 간판, 이국적 풍경을 재현해 마치 홍콩의 밤거리를 걷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2025년 10월 공식 개장한 홍콩의 거리는 젊은 창업자와 다양한 지역 상인들이 모여 홍콩풍 식당, 포장마차, 칵테일 바 등 개성 넘치는 점포를 운영하며 밤에는 거리 음악과 조명이 어우러져 활기찬 야간 명소가 된다.


2025년 10월 2일 공식 개장 이후 한달 간의 성과는 수치상으로 명백한 성공을 의미한다. 홍콩의 거리에 있는 4개의 점포에 17,000명 이상이 방문했고, 월 매출은 총 3억 2천만원이 넘는다는 집계를 바탕으로 현재까지는 성공간 도시재생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이국적인 홍콩의 컨셉이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MZ세대를 타킷팅한게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홍콩의 거리’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충장로에는 k-pop 스타의 거리와 같이 활성화에 도전한 이색거리가 많지만 실패한 경우가 있다. ‘홍콩의 거리’역시 초반의 반짝한 인기가 식은 후, 이전의 실패 사례를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는 당연히 나올 수 밖에 없다. 보도에 따르면 ‘홍콩의 거리’를 계획하고 설계한 ‘(주)시너지타워’는 ‘홍콩의 거리’ 프로젝트가 완공되기 전 자금난으로 인해 해당 사업에서 철수했다. 이 보도의 뜻을 해석해 보면 홍콩의 거리를 시행하는 사업체는 건물이 지어지고 나서의 문제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금난의 이유와 건물이 지어진 후의 법적인 책임이 미비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주)시너지타워는 광주 첨단지구에 ’시리단길‘이라는 부동산 개발 사업을 진행했었다. 처음에는 아주 성공적이었고, 광주에서 약속을 잡으면 ’시리단길‘이라고 불리는 건물들에서 만났다. 그러나 현실은 자영업자들에게 높은 임대료를 내게 하며 코로나와 같은 경기침체가 닥쳐왔을 때는 자영업자들의 늪이 되어 현재는 높은 공실률을 자랑하는 곳으로 전락하였다. 이러한 ‘(주)시너지타워’의 사업체의 건물만 짓고 끝나는 형식의 문제는 과연 이 사업체만의 문제일까?


3. 오피스텔, 거대한 주거시설

앞서 소개한 공공이 주도한 ‘충장 22’나 ‘홍콩의 거리’와는 성격이 다른, 민간이 주도하는 재개발 또한 충장로에서 진행되고 있다. 민간사업체는 시/구가의 특정 노후 지역을 재개발 구역을 지정한 후 수익을 목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답사를 하며 둘러본 충장로 내의 민간 주도의 사업들은 충장로의 맥락을 훼손하며, 현행 건축법의 용도지역 시스템이 가진 맹점을 이용한 자본주의의 실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민간사업체는 충장로의 역사나 휴먼 스케일의 골목 경관을 고려하지 않고, 최대 용적률과 최대 수익만을 목표로 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광주 충장로라는 공간이 광주 극장, 공예의 거리, 패션의 거리 등 충장로의 역사성의 공간은 충분하지만 이런 공간들이 자본주의의 논리에 의해 철거되어 거대한 주거시설로 변해버린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문제는 이들이 법적인 기준만 충족하면 제어할 수단이 마땅치가 않다는 것이다. 도시 맥락은 법규가 아니기 때문에 심의 대상에서 밀려나고, 그 결과 네모 반듯하고 거대한 주거시설이 역사적 상권 한가운데 무분별하게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4. 광주 폴리

광주 폴리 또한 충장로를 비롯한 광주 구도심 일대의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1년부터 진행되어 온 사업이다.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소규모 건축물인 ‘폴리’를 설치하여 새로운 문화적 거점을 만들고 도시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목표였다. 예술과 건축을 공공 공간에 접목하여 충장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시민들에게 예술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목적은 좋았으나 그저 바라보는 예술 작품에 그칠 뿐, 시민들이 실제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있었다.


답사를 하며 만났던 스페인 작가 알레한드로 자에라 폴로의 ‘유동성 조절’로 예를 들 수 있다. 유동성 조절이라는 폴리는 지하철역 입구 역할을 하며 나무를 소재로 하며 부드러운 곡선으로 구불구불 이어진 모습을 하고 있다. 작가는 태극기에 영감을 받아 구불구불한 모양으로 설계하였다고 하지만 실용적인 면을 보았을 때 시민의 일상적인 필요가 다소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유동성 조절 폴리 안쪽으로는 금남로 공원이 위치해 있는데, 지하를 파서 계획된 이 공원을 좀 더 시각적으로 숨겨지도록 만들어, 결과적으로 공원으로의 시각적, 동선적 연계성을 차단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물론 도시 경관에서 예술적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광주폴리의 긍정적인 역할도 있지만, 이처럼 시민의 일상적인 필요나 주변 공간과의 조화보다는 작품 자체의 조형성을 우선시하여 그냥 바라보는 예술에 그치고 만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론

본론에서 살펴본 충장 22, 홍콩의 거리, 오피스텔 & 거대 주거시설, 그리고 광주 폴리 사례들은 도시재생을 위한 새 건물 짓기가 수익 창출이라는 그림자에 가려져 역사적 맥락과 주체인 시민, 상인들을 향하지 않다는 공통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막대한 공공 예산이 투입된 사업인 충장 22, 광주 폴리는 지속가능한 운영 모델을 찾지 못하거나, 시민의 실질적인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바라보는 예술에 그쳤다. 민간이 주도한 사업인 홍콩의 거리, 거대 주거시설은 단기적인 수익성이나 개발 이익만을 좇으며, 그 과정에서 충장로 고유의 역사적 공간을 없애고 골목 상권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공공은 거점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민간은 수익을 창출하는 데 집중하는 동안, 정작 충장로의 쇠퇴를 막고 상권을 지탱해야 할 사람은 소외되고 있다. 이는 "누구를 위한 도시재생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시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비판적인 답을 내릴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물론, 쇠퇴하는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시도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방식이 지금처럼 하드웨어 중심의 새 건물 짓기에만 머무른다면, 충장로는 결국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떠나고, 그 자리를 거대 자본이나 일시적인 유행이 채우다 사라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충장로에 필요한 도시재생은 화려한 건축물을 세우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충장로가 가진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고, 그곳을 지켜온 기존 상인들과 주민들의 삶에 귀를 기울이는 관계 맺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단 하나의 거대한 거점 시설이나 반짝하는 유행을 좇기보다, 쇠퇴하는 골목 구석구석에 실질적인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소규모 지원과 휴먼 스케일의 회복이 필요하다. 또한, 민간 개발이 역사적 맥락을 훼손하지 않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보완하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결국 “누구를 위한 도시재생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그것은 그곳을 찾는 방문객, 그리고 그곳에서 터전을 일구며 살아가는 시민과 상인이 되어야 한다. 건물이 주인이 되는 도시재생이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되는 충장로의 미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