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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역전 바늘도사 Jul 27. 2021

[울집소]4화_남편의 행복은 나의 힘!(1)

터전이자 가족의 보금잘, 그리고 내 인생 전재산인 우리 집을 소개합니다.

저는 30대 후반의 아이 둘을 둔 주부입니다. 

나이에 비해 놀랍도록 가진 것이 적어 민망하지만

(노력할 기회가 있었는데 늦었으니) 이런 사람도 아이들을 키우고 

집 한 칸 장만하여 잘 지내고 있다 적어봅니다.



<짠 생활에도 무지하던 시절>
저는 미혼일 당시에도 직장생활을 10년 넘게 했습니다. 

회사에 충성했고 수입도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어요. 

부모님과 생활하며 쓰거나 결핍과 우울증을 해소하는데 사용했고 

현재도 미혼 여성일 때 많이들 구매하신다는 

명품가방이나 귀금속조차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30대 초반에 만난 남자친구는 저보다 유복하게 자랐지만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과 취직에 대한 절박함이 없어 

오전에만 아르바이트를 하고 오후에는 여유시간이 많은 사람이었어요. 

연애할 땐 제가 벌면 되니 남자친구가 시간이 자유로운 게 오히려 좋았습니다. 

그러나 경제관념이 좋은 게 좋은 거~인 남자친구과 만나다 보니 

고민이 되어 데이트 통장을 만들게 됐고 

그 흔한 청약통장도 없다는 말에 개설을 권유하게 되었어요. 

미래를 꿈꿨다기 보다는 제 코가 석자임에도 안타까운 마음이었어요.

그러다가 남편이 뭘 믿고 그랬는지 저에게 통장 비밀번호를 주더군요. 

그 때부터 데이트 통장을 중심으로 가계부를 작성해서 

공유하기 시작하고 남은 돈도 차곡차곡 모았던 것 같아요. 

저를 위한 목표가 생기니 직장생활이 즐거워지기 시작했어요. 

데이트는 지자체 축제나 공공기관 강연, 

도서관 방문 등으로 저렴하게/무료로 하게 되었습니다. 

남자친구에게는 전공을 살리고 혼자 있기 좋아하는 성향을 

존중하며 번역일을 권했고 통번역대학원에 가거나 

취직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어요. 

결론적으로 단기간 내에 번역 자격증과 

975점의 토익점수를 취득했지만 급한대로 

아르바이트 하던 곳에 취직을 하고 번역은 투잡으로 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그렇게 모은 돈과 어른들께서 도와주신 돈(감사합니다!) 

6,300만원에 대출을 받아 13,500만원(당시 매매가 21,000만원)의 

실평수12평 아파트를 전세로 얻어 제 나이 34세 초, 2017년에 결혼을 하게 됐어요.



<전세도 감지덕지했던 시절>
두 사람 모두 부모님 집에서만 지내왔고 

부모님 힘으로 서울에서 학교 다니고 출퇴근을 해 왔으니 

부동산에 가본 건 처음이었죠. 

아는 게 없다 보니 방문 전에 인터넷으로 

기본적인 주의사항 등은 숙지하였습니다. 

젊은 예비 부부이니 처음에는 홍대가 가깝고 

양가의 중간 지역인 망원동 빌라에 가 보았어요. 

두 군데를 봤는데 한 곳은 젊은 분이 갭투자한 구축 빌라, 

한 곳은 아이 둘 키우는 젊은 부부가 

서울 생활 정리하고 지방에 내려간다고 하는 

나홀로 저층 아파트였어요. 

세입자로 선호하는 예비 신혼부부에 차도 없으니 

집을 구하는 건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두 곳 다 전세로 살기엔 위험하지 않을까 느낌이 들어 

다시 상의했습니다. 

남편은 제 친정 근처(강서구 화곡역 일대)에 살자고 했고 

저는 직장 근처(배우자 : 종로구 혜화역 / 본인 : 성동구 한양대역)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 서쪽 끝에서 늘 1시간 넘게 지하철에 서서 출근하는 자체가 

힘이 든다는 경험 때문이었어요. 

역까지 도보 15분, 버스 정류장조차 멀었고요. 

남편은 본인은 상관없다고 말했지만 조금이나마 덜 고생시키고 싶었습니다.


당시 화곡역 인근은 번화한 편이었으나 

구축 빌라가 많았고 유흥가가 가까웠어요. 

저는 대출이 처음이라 환급성이 좋은 아파트가 안전하겠지 생각했고 

친정세권을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남편 직장이 가까운 

4호선 라인 중 구축 아파트(저렴한 곳)가 많고 

실거주하기에 어느 정도 인프라가 있을 법한 도봉구 창동과 강북구 번동 일대를 돌아다닙니다.
당시 저희가 살았던 주공아파트 가장 적은 평수 구조는 이러했습니다.

저희가 가진 자금이 워낙 적었고 대출을 받으면 

큰일나는 줄 알았기에 집을 매수하는 건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서울에서 실거주로 살기 좋은 곳에는 

저질렀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아시다시피 창동 일대는 현재 GTX로 천지가 개벽되고 있습니다. 

아무튼 주공아파트는 연식이 오래된 편이고 저희가 찾는 평수 

주 거주자는 노인 아니면 젊은 부부라 집 상태는 복불복이었습니다. 

이 곳에서 전세보증금 11,000만의 상태가 좋은 집을 찾아 계약하기로 했으나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고지하지 않은 상태로 부동산에 매물을 내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분노한 집주인 분은 계약을 해주지 않겠다 엄포를 놓았고 

저희가 계약한 곳은 번동주공4단지였습니다.

이 곳은 지금도 일평생의 대부분을 보낸 친정집보다 그리운 곳입니다. 

미아사거리역에서 도보 20~30분 정도 경사진 언덕길 아래 위치한 곳이라서인지, 

국유지(2, 3, 5단지)가 있어서인지 너무나 저평가된 곳이었습니다. 

노후된 대신 조경이 많아 겨울을 제외하고는 숲에 있는 기분이며 

단지 내 주민센터, 보건소의 공공기관, 우체국이 있고 단지 밖을 나서면 

큰 구민스포츠센터, 도보 10분 내로는 공공 도서관, 

서울에서 면적 규모 4위인 북서울꿈의숲이 있습니다. 

무료 셔틀버스 이용도 용이하고 놀이터 또한 국유지라 

수시로 보수, 관리를 받았어요. 길 건너 도봉구, 성북구의 인프라를 함께 누릴 수 있어 좋았고 

아이를 데리고 체험하거나(4호선 라인이며 서울 중심가 인접하여 교통이 편리) 

놀러다닐 곳도 다양해서 추억이 많네요. 정말로 가성비 뛰어나고 좋았던 곳!


* 아이들 케어하는 주말 아침이라 폰으로 정리하여 

가독성이 떨어지고 자료가 미비한 점 양해 부탁드려요.

현재 교통 이외에도 사방이 천지개벽 수준.. 

개인적으로 거주는 4단지가 조용하고 아늑하여 좋고 

투자 관점에서는 1단지 쪽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성북구 장위동을 맞은편으로 하고 있고요. 

현재 저희가 살았던 소형 평수 시세는 호가 5억대인 것으로 알고 있고, 

1단지는 좀 더 비싼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사 결심>
소중한 첫 보금자리였지만 손님 초대하면 제대로 앉을 곳이 없었네요. 

바로 아이가 생겨 낳고 계약을 한 번 갱신하여 총 4년 가까이 살았는데 

세 식구 옹기종기, 늘어나는 아이 짐은 수시로 정리해야 했고 

티비 소리가 커지면 다른 한 쪽이 화를 내거나, 

재택으로 번역일을 해야 할 때는 도저히 일에 집중할 수 없을 만큼 

가족간 사생활 보호가 되지 않았습니다.

(1)
결혼 초반인 파릇파릇한 새댁이었던 2017년 여름, 

남편의 갑작스런 실직으로 직주근접이 유명무실해졌으며 

낯선 환경, 고된 입덧으로 친정 근처로 가고 싶어져서 

남편의 동의를 얻고 무작정 강서구 화곡역 일대를 돌아다닙니다. 

강서구 마곡동, 양천구 목동이 인접하여 저희가 살고 있던 

강북구 복도식 아파트 전세금으로는 빌라 반지하, 리모델링 된 다세대주택 1층,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 5층 등을 볼 수 있었습니다. 

모두 지하철 역에서 거리가 멀었고요. 

리모델링 된 빌라라며 매수 후 차익 내기를 권유받기도 했지만 

신혼집이 난생 처음 살아본 아파트였음에도 아파트의 장점을 알게 되었고 

실거주할 곳을 찾는 저로선 선뜻 그럴 수가 없었고 

부동산에서도 이번엔 확실히 집을 내놓고 오라고 말했습니다. 

다시 고민 끝에 계약한 지 반년도 안 된 전세집을 부동산에 내놓고 

이번엔 남편을 대동하여 첫 아이를 가진 채로 집을 보러 다닙니다. 

남편은 구축 빌라들을 시큰둥하게 보다가 옆에 분양 중인 

신축빌라에 가 보자고 말했고 깔끔한 인테리어와 대리석 바닥을 보고는 

이 집을 계약하자고 저에게 매달리듯 말했습니다. 

그 지역을 어느 정도 아는 저로선 그 집 위치가 정말 좋지 않았고 

신축빌라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남편을 설득하지 못하고 뭔가에 홀린 듯이 계약금 100만원을 송금하고 맙니다. 

(20평대 24,500만원 / 대출 80% 가능) 이 때 저희가 내놓은 전세집도 나갔고요.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이건 아닌 것 같고, 

오도가도 못할 신세가 된 것 같아 양쪽 부동산에 매달리기 시작합니다. 

신축빌라 계약금 100만원을 사정사정하여 돌려받은 것은 다행이었고 

집 내놓은 걸 취소하고 싶다고 하여 있는 대로 욕도 먹고, 

무마해 주었다 하시는 부동산에도 죄송한 마음에 몰래 몇 십 만원 가져다 쥐어 드리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은행, 부동산 등등 얼마나 찾아가고 전화를 했는지.. 

지금 사는 집이 궁전이란 생각에 우울증도 쏙 들어가고 

배운 점도 있었으나 여러모로 사서 고생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즈음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곳들이 많아 

마음 한 켠으로 좀 더 손을 놓게 된 것 같아요.

(2)
그 후로 부동산에 대한 두려움에 입 꾹 닫고 살며 

아이를 낳아 기르고 동네에도 정이 붙기 시작했어요. 

연애 때부터 알아보던 지자체 프로그램으로 

아이와 남편과 각종 체험을 했고 그 과정에서 

그 지역과 사람들에게 익숙해지게 되었어요. 

살면 살수록 좋은 곳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매매가가 얼마인지 순전히 궁금한 마음에 이따금 찾아보곤 했지만 

당시 외벌이인 남편의 소득은 월 200만원대.. 

쪼개고 쪼개서 저축하며 사는 형편이고 이보다 넓혀 가야 할 텐데 

여전히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특히 제 눈에 찰 만한 집들은 더더욱이요. 

서울 아파트들이 몇 억은 기본으로 하니 

억이라는 숫자가 쉽게 보인 적도 없진 않지만 현실은 달랐지요. 

그러다가 김유라님의 저서를 통해 짠돌이 카페를 알게 되고 

부동산방, 가계부방 등을 알게 됩니다. 

막연하게 걱정만 하며 살다가 좀 더 체계적으로 가계 상황을 파악하게 되니 

큰 도움이 되었어요. 아이가 19~20개월이 될 무렵 보육기관에 보내고 

남는 시간을 그 부분에 좀 더 할애할 수 있게 되었어요. 

남편과 아이를 데리고 무작정 모델하우스에 방문하기도 했지요. 

아이를 데려가면 줄을 서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에요. 

그렇지만 외벌이인 남편 입장에서는 그 자체가 엄청난 부담이 되었나 봐요. 

길음역-미아사거리역에 위치한 <롯데캐슬클라시아> 앞에서는 

돈도 없는데 이런 좋은 집을 보러 왔다며 빈정거리는 남편과 

돈 드는 것도 아닌데 보러 와야 한다는 제 의견이 부딪혀 크게 다툰 적도 있어요. 

이 때부터 막연하기보단 확실하게 해야 한단 생각이 조금씩 들어요. 

수서역 인근 공공분양 청약도 넣어보지만 예비에서 그치고 

남편이 익숙한 강북구 지역 청약도 큰 맘 먹고 넣어보지만 역시 로또.. 

당시 저희 집주인 분이 갭투자를 하신 상황이라 

추가보증금 없이 재계약을 할 수 있기는 했는데 당장의 거주 고민이 사라지니 

한시름 놓이면서도 아이가 크기 전에 자리를 잡아아 한다는 압박감이 매우 컸어요. 

소득은 제한적이고 은행 외에 손 벌릴 곳도 없고 일단 저지른 후 

고민이라고 부모님 도움으로 청약 계약금 내는 사람들 보며 부러워만 하고, 

짠돌이 부동산 2기방에선 어깨 너머로 조금 배우기는 했지만 

가진 것도 적고 우리와는 먼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모짠님의 강의에 갔다가 대왕소금님을 실제로 뵌 적도 있는데 

스스로의 여력에 대해 너무나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자신감도 없어 

지레 포기하고 그냥 돌아왔던 그 날이 후회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울에서 살아야 한다는 바운더리를 정해두고

시간을 허비한 것이 가장 아쉽습니다. 

이제껏 서울에 살 수 있었던 것은, 시대의 혜택은 다르나 

부모님의 희생과 노력 덕분이었고 세입자로 서울에서 산다는 것은 

온전히 서울에서 사는 것이 아니었는데.. 

시간을 되돌린다면 가급적 빠른 기간 내에 출퇴근 가능한 

수도권 지역 중 저희 조건 내에서 갈 수 있는 가장 좋은 집을, 

매수자 우위인 시점에서 장만하거나 그도 안 된다면 

경기 당해점수를 하루라도 더 빨리 쌓았을 것 같습니다.

2020년 초 코로나 시국이 시작되고 두 자녀가 되자 

좀 더 넓은 집에 살아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집 천장에 핀 곰팡이가 번져가자 집에 머물지 않는 시간에도

 저의 스트레스는 커져 갔지요. 계약 만기는 1년 남짓 남았는데 

돈도, 마땅히 갈 곳도 없었습니다. 우선 최대한 돈을 모아보자 생각해서 

아이도 기관에 반 년 정도 적응했고 하니 저도 집 근처에 일자리를 구했습니다. 

둘째 임신 / 워킹맘 / 코로나로 사람에 치여 일에 치여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이 악 물고 견뎠습니다. 

누구 도움없이 아이 데리고 일하기란 여의치 않고 

꼭 안정적인 거주지를 마련해야겠단 생각을 했고 남편은 투잡을 시작했고 

그렇게 전세금 포함 현금 자산을 총 13,000만원 가량 모으게 됩니다. 

(출산, 의료비, 경조사비 등에 필요한 자금은 어느 정도 빼놓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이것도 다 모아서 아주 머리 끝까지 영끌을 했어야 했는데... 

이렇게 실전으로 배우게 되나 봅니다).


<매수 결심>
다급한 마음에 신혼에 태아 포함 2자녀 자격이 되어 

주택공사 장기전세에 지원해 보기도 합니다. 

눈여겨 보던 지역 중 서울 강서구 마곡은 3억대로 20년 거주 가능 / 

가장 많은 인원을 뽑는 강동구 신축 아파트는 2억대로 20년 거주 가능한 조건이었습니다. 

강동구 쪽을 지원했다면 거의 확실하게 입주 가능했고 

2억대 전세라는 조건은 저희 입장에서는 큰 메리트였습니다. 

무엇보다 부동산에 다니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고 원할 때 

이사하고 원할 때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점도요.. 

하지만 둘째 출산을 앞두고 인프라가 좋고 친정이 가깝단 이유로 경쟁률 높은 마곡에 지원했고, 

결과적으론 매수 결심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지금 저희 단지 거래가가 3억 중반대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오를 일만 남았지요. 

만일 공공임대에서 안일한 마음으로 쭈욱 지내게 됐다면 

20년 후 3억으로 갈 수 있는 집은 없을 겁니다. 

20년도 여름, 남편의 직장인 서울 강남 지역으로 출퇴근 가능한 

경기 지역을 알아보게 됐고 수도 없이 발표되는 정책들로 비조정지역인 

김포 / 파주 중 김포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김포 골드라인이 김포공항에서 9호선과 연결되어 강남 출근이 가능하다 판단했습니다).

글이 길어져 이어 씁니다. ^^;


원글보기 https://cafe.daum.net/mmnix/EvhG/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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