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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나봉 Sep 03. 2024

7화. 개+AI=?

개아이.. 비글봇...

* 6화와 이어집니다.

* 모든 에피소드는 믿을 수 없겠지만

실화임을 알려 드립니다.


①. 결혼하고 2년이 흘렀다.

우리에게 드디어 아이가 생겼다.

아덜이 '신혼' 입력값에 출력값

'무엇'을 충실히

수행했기 때문이 아닐까.


②. 하지만, 예정일이 되어도

아이는 나올 생각이 없었고, 결국 나는

1박 2일간 인간이 아닌

좀비의 행색으로 병원에서

생사를 오가야 했다.


점차 떡져가는 머리.

물광보다 효과적인

땀광과 기름 광으로 번드르르한 얼굴.

두 번의 관장으로

험한 것을 몇 번이고

봐야만 했던 내 눈.


③. 그럼에도 그 순간들이

위로가 되었던 것은

산모와 보호자 할 것 없이

다들 같은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비록... 병실에 있던 아덜이

분만대기실로 들어오기 전까지였지만...


열리지 말았어야 할 그날의 분만대기실

자동문이 기어코 열리자,

진통에 신음하던 산모들은 일제히

눈앞에 펼쳐진 고통으로 인해

진절머리 쳤고,

의료진들은 비통함에

절로 탄식을 내뱉었으며,

보호자들은 본능적으로

처자식을 지키기 위한

적대 모드에 들어갔다.


새벽의 이른 시간임에도

샤워를 하고 머리에 왁스를 바르고,

비비크림까지 얼굴 전체에 도포한

아덜의 등장. 두둥.

햇볕에 그을린 목을 경계로

위로는 과하게 허연 얼굴,

아래로는 그가 아끼던 화려한 셔츠.

스쳐 지나갈 때마다

소독약 내음마저 덮는

강한 수컷향의 스킨로션 냄새.


 '나님(=아덜)' 등장. 데헷!


④. 안타깝게도

당시 분만대기실에 있던 산모들은

둘로 나누어졌다고 한다.

너무 놀라 예상보다

빨리 출산한 산모.

너무 놀라 진통을 참으며

익일 출산을 요청한 산모.


우리의 아이는

모든 분란의 정점에 있는 주인공이

본인의 아버지임을 알아서인지

'Birth=현실'인 걸 깨달아서인지

급기야 산도를 향해 내세운 정수리를

다시 거둬들이고야 말았다.


마치 소라게가 적의 위협으로

껍데기 안에

몸을 움츠리듯...


⑤. 아버지와의 현실 조우가

두려웠던 아이는...

하염없이 흐르는 시간에도

나올 생각은 도통 없었고,

참다 참다 나의 뱃속에서

그만 변을 지리고야 말았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수술실에서

운명적인 첫 만남을 갖게 되었다.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by 투어스)


⑥. 회복실에서 눈을 뜬 내 앞에

아덜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게 보였다.

시어머니의 선구안으로

첫아이가 태어나면

아빠가 눈물을 흘려야 한다

명령어가 수행된 것이다.

하지만...

비비크림이 같이 흘러내릴 거라곤...

시어머니도 거기까지는...

모르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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