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학문이 사라져가는 한국.

순수문학이든 순수과학이든 그게 뭐가 되었든.

by 이병윤


자꾸만 내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고

허심탄회한 얘기를 서로 툭 까놓고 말할 때

늘 나오는 얘기는 우리나라에 순수과학 비중이 줄어든다는 말이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새삼 그 말이 생각난다.

입자에 관련한 연구를 하기 위해 페르미라는 교수를 필두로 만든

페르미 입자 가속기가 미국에 세워지던 날,

미국 국방부 장관과 페르미 교수진의 대표와 면담을 할 기회가 마련해져있었다.

그때 국방부 장관이 물었다.

"여기에 쓰인 연구가 우리나라의 국방과 연관이 되나요?"

그러자 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장관은 고쳐물었다.

"아 그럼 여기에 쓰인 연구가 국방과 적지만 그래도 조금은 연관이 있다는 것이죠?"

교수의 대답은 똑같이 '아니오'였다.

그러자 장관은 열이 있는대로 뻗쳐 그에게 따져물었다.

"아니 그럼 이 연구는 어떤 쓸모가 있습니까?"

교수는 자세를 고쳐앉고 말했다.

"이 연구는 일체 국방과 상관이 없는 연구입니다. 다만, 이 연구는 우리나라를 국방으로 지킬 가치가 있는 나라로 만들어줄 뿐 입니다."


이런 말을 듣고 나는 한참동안 멍하니 주의를 빼앗겼다.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 그런듯 싶었다.

우리는 현대에 와서 정말 모두가 너나할 것없이 마치 경영자가 된 것처럼

이거할 때도 값어치, 저거할 때도 값어치을 추구하게 되어

가장 중요한 가치를 놓치고 있었다.


값어치와 가치는 아주 뼈저린 차이점을 갖고 있다.

값어치는 다른 한 대상으로 값이 매겨질 수 있지만

가치는 정말 내재적으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나라가 정말

값어치가 높은 나라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가

아니면 가치가 높은 나라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가.

이 별개의 문제를 우리는 너무 쉽게 동일시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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