댈러웨이 부인 - 버지니아 울프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은 '자기만의 방'에서도 경험 했지만, 읽기가 쉬운건 아니었어요. 역시나 의식의 흐름 기법은 어렵네요... 어떤 소재를 통해 갑자기 이사람에서 저사람으로 시선과 의식이 옮겨가야 하기 때문에 방심하는 순간, 맥락이 끊어지기 일쑤거든요. ㅎㅎㅎ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서는 이전에 '자기만의 방' 포스팅에 소개해 두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https://blog.naver.com/twinkle0904/222788800046
댈러웨이 부인은 6월의 어느 날, 파티를 열기 위해 그녀가 꽃을 사러 나가는 것으로 시작 되어 저녁 그녀의 파티가 절정을 이루며 끝이 납니다. 즉 딱 하루를 이야기에 책 한권이 다 쓰인 거죠. ㅎㅎ 어찌보면 단순한 스토리지만 그 안에서 각 인물들의 심리들이 섬세하게 묘사되어집니다.
그녀는 꽃을 사러가는 길에 옛 연인이었던 피터 월시를 떠올려요. 그는 그녀에게 거절 당하고 인도로 가버리는데, 인도로 가는 길에 만난 여자와 결혼을 해버린 인물이에요. 그런 그가 그날 갑자기 런던에 나타나고 그녀의 파티에 초대받게 됩니다. 딱 봐도 열정적이고 즉흥적인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댈러웨이는 그를 떠올리며 본인과 같은 감수성이 뛰어난 사람으로 결혼을 했더라면 불행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왜 그녀의 결혼관은 그녀의 생각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데요. 반면 현재의 남편인 리처드는 굉장히 단순한 성격의 사람 이었죠. 성공한 집안의 정치가인 리처드 댈러웨이는 소위 시키는 것을 잘하는 착한 남편상 이었죠. 그렇게 그녀는 리처드의 아내인 현재의 상태에 만족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녀가 그와 결혼하지 않은 것- 또 그래야만 했다.-이 옳았다는 것을 입증하려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결혼 생활에서 매일매일 같은 집에서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은 제멋대로 할 수 있는 권리, 다소 독립된 부분이 있어야만 했다. 그것을 리처드는 그녀에게 주었고, 그녀 또한 그에게 주었다. 하지만 피터와는 모든 것을 공유해야 했다. 모든 것을 자세히 의논해야 했다. 그것은 참을 수 없다.-P15
리처드는 여전히 무기력했다. 생각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었다. 인생은 이런 잔해를 던져주었다. 상점 진열장들은 색깔있는 인조 보석들로 가득했고, 상점을 들여다보면서 나이 든 이의 무기력함으로 경직되고, 나이 든 이의 완고함 때문에 뻣뻣하게 들여다보고 있었다.-P153
그는(리처드 댈러웨이) 베개와 담요를 들고 돌아왔다.
"점심 뒤에 한 시간은 완전한 휴식을 취해요." 그는 말하곤 가버렸다.
얼마나 그다운지! 그는 "점심 뒤에 한 시간의 완전한 휴식"이라고 시간이 다할 때까지 계속 말하리라. 왜냐하면 의사가 한때 그것을 지시했으니까. 의사가 말한 것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그다웠다. 그가 가진 경탕할 만한 신성에 가까운 단순성의 일부였다. -P162
그 밖에도 위선적인 상류층 인사들이 많이 묘사가 되는데요. 대부분 사회 제도 안에서 우월한 위치를 선점한 상류층 인물들로 대부분이 위선적이고 속물적으로 묘사되어 있어요. 휴 휘트브레드, 클러리서를 오찬 파티에 초대하지 않은 브루톤 여사, 의사 윌리엄 브레드쇼 등등 입니다.
특히, 이들과 대조적인 인물이 나오는데요. 바로 셉티머스와 킬먼 입니다. 셉티머스는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절친한 친구 에반스를 잃고 정신질환에 시달리게 되는데요. 이는 바로 그런 그의 연약한 감수성을 대변합니다. 책 속에서도 묘사됐지만 1차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친구나 가족을 잃은 일은 흔한 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전쟁의 기억이 그에게는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되었던거죠. 그의 아내인 레지아가 극진히 간호했지만, 윌리엄 브래드쇼가 그를 요양원에 보내려하자 자살해 버립니다.
나는 문듯 한나 아렌트의 ' 파리아로서의 유대인'을 생각한다. 그녀는 아우슈비츠 생존자들이 중산층 이상으로 성공하고 잘 살다가 갑자기 자살하는 것에 대한 분석 글을 썼다. 차별받고 억압 당하는 자 '파리아'들이 죽음에 이라는 원인이다. 인간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는 것. 어제 당신을 향해 웃던 친군들, 친절한 이웃들이 갑자기 등을 돌리는 것. 무너진 세계에서 죽음은 절망보다 가볍다는 것.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 김미옥>
킬먼도 사회 제도 안에서 외모나 신분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인물로 클라리서의 딸 엘리자베스의 선생님으로 나오는데요. 자신은 고통을 받는데 비해 상류층들이 누리는 듯한 즐거움과 편안함을 속물이라고 비웃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러워 하는 열등감이 많은 인물로 그려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해진 사회 제도 안에서 자신들의 본성을 숨기고 사회적 위치를 다지며, 다소 위선적이고 가벼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던하게 사회 안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죠. 하지만 셉티머스는 전쟁이라는 큰 풍파를 겪고, 인간의 본성의 민낮을 목격했다고 볼 수 있겠죠. 그리고 그는 아무일 없다는 듯이 쉽게 삶을 살게하는 그런 가벼운 사회를 견딜 수 없게 됩니다. 사회에서 중요한 인물인척, 내적 상처가 아무것도 아닌, 괜찮은 것처럼 살아갈 수 없게 된 것이죠. 셉티머스의 상처받은 내면과 상류층들의 오만, 위선이 대립되어 보여지면서 인생의 무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는데요. 사회 제도에 적당히 적응하며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에 급급한 사람들과, 고통과 진실을 마주하며 하루하루의 삶을 견디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죠. 두 극단의 균형이 어디쯤일까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어떤 것이 있었다. 그것은 시시한 이야기에 둘러싸여서, 외관이 흉하게 되고, 그녀의 삶 속에서 손상되어 매일매일 부패와, 거짓말과, 잡담 속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는 이것을 그대로 보존하였다. 죽음은 도전이었다. 죽음은 의사를 소통하려는 시도였다, 반면에 사람들은 신비하게도 자신들을 피해가는 중심에 다다르는 것이 불다능하다는 것을 느꼈다. 친밀했던 관계는 멀어져 가고ㅡ 황홀함은 시들고, 사람은 혼자였다. 하지만 죽음에는 포옹하는 힘이 있었다. ~
만약에 그 청년이 그런 이들의 열정을 가지고 윌리엄 브래드쇼 경에게 갔더라면, 훌륭한 의사였지만 그녀에게는 어딘지 모르게 사악해 보였고 성도 성욕도 없는 것 같았고, 여자들에게는 극도로 정중했지만 어떤 표현하기 힘든 무도한 행동 - 상대의 영혼을 강요하는 맞아 그거야 - 을 할 수 있는 이에게 말이야. 만약에 이 청년이 그에게 갔다면 그리고 윌리엄 경이 힘을 갖고 그러첨 그를 억지로 강요 했다면, 그러면 삶을 견딜 수 없다고 그가 말하지 않았을까? 그들, 그런 이들이, 삶을 견딜 수 없게 만들었다고? -P247
저녁이 되자 그녀의 파티에는 고위급 인사들이 참여하면서 성공적으로 진행 되었고, 파티에는 윌리엄 브레드쇼가 참여하면서 셉티머스의 죽음을 전합니다. 클러리서는 한번도 보지 못한 셉티머스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죠. 본인을 포함한 때가 묻은 상류층 지인들은 절대 하지 못할 일로 셉티머스의 자살이 어쩌면 사회 제도에 저항하는 인간, 인간 본연의 순수함을 만나게 해주었기 때문일까요? 그녀는 진정성이 없는 자신의 삶의 가벼움을 이미 느끼고 있었던 것이었죠.
어찌된 일인지 그녀는 아주 많이 그 사람 - 스스로 자살한 청년- 같다고 느꼈다. 그가 그 일을 해서, 삶을 던져버려서 그녀는 만족스러웠다. 그 청년은 그녀에게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P249
클러리서의 파티 장면은 진정한 즐거움을 느낄 수 없는데요.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 파티를 연다고 생각하지만 파티 속의 인물들의 인위적인 관계 속에서 진정한 즐거움은 찾을 수 없습니다. 그대신 클러리서는 자연의 순수함을 느낄 때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사회 제도 안에서의 인위적인 관계들에서는 어떤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없고,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으로부터 느껴지는 진정성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이야기 였을까요?
또한 이 책을 보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지금 현재 이 순간을 살며 행복을 느끼는 그녀가 세상을 보는 따듯한 시선이었습니다. 그녀의 시선을 통해, 일상의 사소한 아름다움을 느끼는 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매일 걷는 동네를 산책할때 클러리서가 되어서 걷다보니 익숙한 풍경도 새롭게 보이더라구요.
이 책을 읽고 사회 제도 안에 가려졌던 인간의 본성, 본연의 순수함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현재를 사는 우리 사회 안에서 나는 이 책속의 어떤 인물과 닮아 있을까? 내 주변 사람들이 등장 인물들의 누구와 비슷한지 생각해보면 이 책을 더 재미있게 읽어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눈 속에 그네 속에, 터벅터벅 걷는 무거운 발걸음, 포효하는 소리와 소란함 속에, 마차들, 자동차들, 버스들, 화물차들, 휘적휘적 흔들며 지나가는 샌드위치맨들, 취주 악대들, 손잡이를 돌리는 휴대용 풍금들, 승리의 기쁨, 짤랑짤랑 울리는 소리, 머리 위에서 어떤 비행기가 내는 이상하게 높은 소리들 속에 그녀가 사랑하는 것이 있다. 삶이, 런던이, 유월의 이 순간 말이다.-P11
그녀가 사랑하는 것은 그녀 앞에 있는 이것, 여기, 현재였다.-P17
그녀는 결코 그렇게 행복해본 적이 없었다. 어떤 것도 만족스럽게 누릴 수가 없었다. 어떤 것도 너무 오래라고 생각될 만큼 지속되지 않았다. 의자들을 바로하면서 책꽃이 위에 책 한 권을 밀어넣으면서 생각했다. 이렇게 젊음의 승리를 마감하고, 살아가는 일에 몰두하며, 해가 뜰 때, 날이 저물어갈 때, 기쁨으로 깜짝 놀라 다시 하늘을 쳐다보는 것에는 어떤 즐거움도 비길 수가 없지. 부어톤에서 그들이 모두 얘기하고 있을 때 여러번 그녀는 하늘을 보러 갔다. 혹은 만찬 때 사람들의 어깨 사이로 보았다. 런던에서 잠을 이룰 수 없을 때도 보았다.
이 생각이 어리석을지 몰라도, 이 나라의 하늘은, 웨스트민스터 지역 위의 이 하늘은 그 안에 무엇인가 그녀의 일부분을 지니고 있었다. -P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