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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길 May 03. 2024

연인 중개 시스템

대인 관계는 생각할수록 어렵다.

 나는 17년을 살면서 단 한번도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 뭐 그렇다고 슬퍼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어차피 내겐 아직 남은 시간도 많으며, 연애라는 단어에 집착하는 삶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허나 이런 나에게 간혹 연애 상담을 부탁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들의 심리는 내가 잘 알지는 못하겠으나, 일단 상담을 해주기로한 이상 잘해줘야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최근들어서는 연인들 사이의 일에 자꾸 내가 개입하는 일이 생기는 상황이 생기는 것 같다. 두 사람의 사이를 중개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러했던 나의 경험 중 하나를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우리 반에는 공식 커플이 있다. 3월 4일에 개학을 했는데, 3월 중순에 커플이 탄생하였고, 현재까지 알콩달콩하게 잘 지내는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오늘, 기숙사 조기퇴실하는 날에 사건이 발생하였다. 연애를 하는 두 사람중 남자는 기숙사생이고, 여자는 그냥 일반학생이다. 오늘이 기숙사를 조기퇴실하는 날인만큼, 둘이 또 잠깐이라도 만나기로 했다고 한다. 4시 50분에 학교가 끝나자마자, 나는 기숙사에서 챙겨나온 짐들을 가지고 집으로 향하였다. 5시 30분에 집에 도착하였는데, 5시에 여자로부터 연락이 왔었다.


 "너 혹시 남자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

나는 이어서 대답했다.

 "동아리 시간부터는 오늘 본 적이 없어"

그러자 이어서 여자가 말하길

 "그 미친 새끼가 나를 불러놓고 40분째 나를 기다리게 하고 있는데?"


 메시지로 진행되었던 대화였으나 여자 측의 분노가 내게 느껴질 정도였다. 나는 이게 무슨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남자에게 연락했다. 허나 남자는 연락을 보지 않았고, 여자는 그냥 알았다며 일차적인 상황이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남자에게 연락이 왔다.


 "뭐야, 왜 불러"

남자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듯 보였다.

 "너, 여자랑 만나기로 해놓고 안나갔다며, 여자가 40분 동안이나 널 기다렸다는데?"

내가 말하자 남자는 잠시 묵묵부답이다가 이어서 이야기를 했다.

 "아, 인스타그램으로 부모님이 갑자기 데리러 오셔서 다음주에 만나자고 연락했는데, 이거 왜 안보내졌냐?"


 알고보니 남자는 인스타그램 자체의 기능 문제로 억울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 한들 남자에게 잘못이 완전히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찌보면 문자하나 툭 던져놓고, 이제 됐겠지라고 생각하게 되는 여자를 향한 무관심에서 비롯된 행동이라고 나는 해석했기에, 남자가 결코 옳다고 보지는 않았다. 그리고 남자는 자신이 보낸 문자가 보내지지 않았음을 확인한 후 여자에게 연락하고 나서 내게 이어서 말했다.


 "야, 나 차단 당한 거 같은데?"


 여자로부터 차단을 당했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참나, 나는 어째서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 상황이 너무나 웃겼다. 하지만 혼자 즐거워할 노릇은 아니니, 남자를 도와주기 위해 전하고 싶은 말을 내가 여자에게 메시지로 전해줄테니 전하고자 하는 말을 내게 말해보라고 했다.

 남자는 자신이 인스타그램으로 연락을 하였으나 연락이 어플 자체의 기능 문제로 보내지지 않았으니, 일정 부분의 인정을 요구한다고 전해달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나는 여자에게 이렇게 보냈다.

 '남자가 문자를 보내놓고, 제대로 수신이 되었는지를 확인하지 않은 점은 크게 반성하고 있다고 있고, 스스로 자신의 과실이 크다는 점을 인지하며 너에게 직접적으로 사과를 하고 싶다고 전해달래. 그리고 인스타그램 어플 자체의 기능 문제로 내가 보낸 문자가 보내지지 아니한 것은 자신도 어찌 다른 방도가 없었음을 일정 부분인정해주고 대화를 해주길 간청하고 있어'

 이런 내용으로 여자에게 보냈던 것 같다. 시간이 흘러 여자가 내 문자를 보고 답하기를, 자신도 가야할 학원이 있고, 일정이 있는데, 나를 불러 세워놓고 40분 동안이나 나타나지 않아 내 시간을 공허하게 허비한 부분에 대해 너무나 분노스럽고, 남자가 어찌할 수 없었음이란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어도, 화가 사그라들지 않는 부분은 나 또한 어쩔 수 없기에 잠시 차단할테니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였다.

 나는 남자에게 그 소식을 전하였고, 그러게 2차적인 상황이 마무리 되었다.


 시간이 10시가 넘었다. 내가 일찍이 집가는 날이라는 글을 쓰고 있던 중, 여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학원도 끝났으니 차단 풀었고, 남자에게 대화를 해달라고 전달해달라고 내게 부탁을 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남자에게 그 사실을 전하며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음을 남자에게 전하였다.

 반 공식 커플이 헤어지게 된다면 반의 분위기는 반의 반으로 줄어들게 될 터였다. 그래서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커플이 헤어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여자는 꽤나 상당히 무서운 말을 하였다.


 "내가 남자랑 대화를 하는데, 만약에 그가 나를 이해시키지 않고 나의 화만 복돋우게 된다면, 다음주 부터 반 분위기는 곱창날 줄 알아"

 이렇게 자신이 현재도 분노에 차있음을 내게 전하며, 남자보고 대처를 잘하라는 묵언의 메시지를 담아 내게 보낸 것이다. 난 이때부터 상당히 긴장하기 시작했다. 이 커플은 내가 평소에 응원하던 커플이었다. 헤어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냥 평생 연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커플인데, 이렇게 헤어지게 된다는 것을 나는 용납할 수 없었기에, 둘 사이의 관계가 회복이 되도록 무척 돕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결국에는 제 3자에 불과하고, 내가 끼어들 여지도 없다. 결국 그 일은 두 사람 사이의 일이기에, 나는 중개자 그 이상의 역할을 수행해줄 수 없었다. 이 커플의 운명은 남자의 대처에 달린 것이다.


 시간이 흘러 나는 남자에게 연락했다.

  "야, 여자랑 어떻게 됐어?"

남자가 이어서 말하길

 "일단 좋게 잘 끝낸 거 같아"


 나는 일단 안심했다. 둘이 화해를 했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허나 남자의 말에는 확신이 있지 않아서 살짝 불안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리고 그 남자가 이어서 내게 문자를 하길,


 "야, 그 있잖아...흠.. 아니다"


 라고 말하며 나로 하여금 의구심을 유발하도록 하는 것이다. 나는 뭐냐고 무척이나 따져 물었지만 그는 기숙사에 입실하는 날에 설명해준다고 하였다.

 이 둘의 사이가 원만히 해결되었기를 바라며 나는 오늘을 보내야 겠다. 나는 연애를 언제 할란지 모르겠다. 이런 사례들만 보며 연애에 관해 이론만 완벽해져가는 내가 참 신기하다. 하지만 나는 이 마저도 자랑스럽게 살아갈 것이다. 어쨌든, 나의 연애 중개 시스템은 이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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