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골길 Nov 14. 2024

집에 가고 싶다. ㅇㅈ?

근데 지금 집에 있기는 함.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편이다. 그리고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할 때마다 주변에서 하는 말이 다 똑같다.

 "너 지금 어딘데?"

 "나 지금 집인데?"

 "...?"

 "?"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하는 순간 모든 사람과의 대화 맥락이 똑같아진다. 이 얼마나 신기한 마술인가.


 내가 집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를 꺼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내가 집이 아닌 다른 곳에 있으니 집에 가기를 원한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허나 내가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하는 이유는 그러한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집에 가고 싶을 때 내 마음 속에 피어나는 감정? 정서? 그런 것들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추상적이라 표현하기가 어렵지만 집에 가고 싶어서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집에 가고 싶을 때 드는 마음이 자꾸만 내 마음속에서 떠나가지를 않아서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다. 하.. 내가 봐도 무슨 말인지 솔직히 좀 어렵긴 하지만 여러분이 잘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그래도 딱 정리하자면 이런 말이 아닐까?


 "집에 가고 싶다는 건, 그냥 내가 힘들다는 거에요."


 고등학생이 된 후 중간고사, 기말고사, 모의고사 등등 여러 시험을 거치면서 내 몸에 공부라는 습관이 당연하다는 듯이 베었다. 그런데 문제는 공부를 하지 않으면 불안감이 느껴진다. 누군가는 이를 좋게 평가할 수도 있겠으나, 나에게 있어서는 공부를 당장이라도 시작하지 않으면 큰 위험이 닥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아마 여기서 집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비롯된 것이 아닐까?


 집은 누구에게나 있어서 안식과 안위를 가져다 주는 곳이다. 내 집은 그렇지 않다고? 그럼 당신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곳이 집인거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집은 내게 있어서 편함을 제공해주고 불안을 없애준다. 그런데 그 역할을 하는 집이 내가 거주중인 이 집이 아닌 것일 뿐이다. 불안함은 우리가 집을 찾도록 만들지만 그 집이 실거주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편안한 곳. 그게 집이다."


 바로 이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을 상당히 자주 꺼낸다. 그럴 때 마다 가족은 "지금 집에 있잖아"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는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 것 같다.

 그냥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줘.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은 이러한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별것도 아닌 학업 따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근데 이건 뭐 누구에게나 그럴 수 있는 거다. 그저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편해지고 싶을 뿐이다.

 그렇다고 "나 지금 우울해", "나 지금 슬퍼"같은 말은 듣는 이에게 부담을 심어준다. 근데 생각해보자.


 "집에 가고 싶다. 이 말은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기분이 좋잖아?"


 그렇지 않은가? 한명이 허탈하게 집에 가고 싶다고 말을 하면, 옆에 있던 누군가도 그 마음에 공감하며 서로서로 그냥 별 이유 없이 웃는다. 서로 기분을 좋게 해주는 말이다. 너무 좋은 말이잖아?


 살다보면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참 많다. 물론 그 중에 나도 포함이 된다. 누군가가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하면 이렇게만 한마디 해주자.


 "나도 가고 싶은 걸?"


 이러면 딱히 별 이유는 없는데 그냥 서로 웃는다. 아 웃으면 된거지 뭐. 한잔하자고요.

이전 03화 돌아왔구나! 오태식, 아니고 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