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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길 Nov 15. 2024

불편한 공휴일 폼 미쳤다.

왜 나는 pc방에 가는가?

 11월 14일 목요일. 수능이 치뤄지는 날이다. 내가 재학중이 고등학교도 수능 시험장이어서 1학년인 나에게 있어서는 공휴일처럼 느껴졌다.

 마음이 편안한가에 있어서는 쉬는 당일날보다 그 전날이 더 마음이 편하다. 쉬는 날에는 다음 날에 학교를 가고, 수행평가를 보고, 공부를 해야할 것에 대한 한탄밖에 나오지 않는 반면, 공휴일 전날에는 "내일은 쉬잖아. 오늘은 뭘 해도 합법이라고, 한잔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11월 14일. 나는 오후 12시가 되어서야 일어났다. 오후 12시면 수능 시간표 대로라면 수학 시험 시간이 10분 정도 남은 시각이다.

 눈을 뜨자마자 내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친구에게 연락을 하는 것이었다.


 "pc방 가자."


 공휴일이라면 단 하루도 빠짐없이 전화를 걸어서 pc방을 가자고 연락한다. 근데 곰곰히 생각해본다면 몇 안되는 공휴일이니 휴식을 만끽하자는 취지라기보다는 pc방을 가야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친구에게 연락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유하자면 자습 시간에는 공부를 해야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고 몰래 게임을 하는 것은 일탈의 기분을 느끼게 한다. 딱 이런 거 아닐까?


 공휴일은 자습 시간에 공부를 해야할 것 같은 기분처럼, 쉬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게다가 공부라는 행위가 일탈처럼 느껴진다. 어째서 이러한 기분이 느껴지는 것일까?


 pc방에 가서 게임을 즐겁게 하느냐고 묻는다면 딱히 그렇지는 않다. 게임에 몰입하는 순간에는 잠시 즐거움에 빠지기는 하나, pc방에서의 시간 중 70%정도는 이런 생각이 든다.


 "공부해야 하는데..."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그럼 공부하면 되잖아"라고 말할 것이다. 나여도 그렇게 말할 것 같다. 근데 내게 있어서 공휴일의 공부를 해야한다는 생각은 자습 시간에 게임하고 싶어지는 것처럼 느껴지며, 공휴일에 공부를 한다는 것은 자습 시간에 게임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기에 나는 공휴일에는 도저히 공부를 못하겠다.


 고등학교 들어와서는 공휴일을 제대로 즐겨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공휴일에 게임을 하자니 공부해야한다는 생각이 나를 괴롭히고, 공부를 하자니 몇 되지도 않는 공휴일을 쉬어야 정배라는 생각이 나를 괴롭힌다.


 "그냥 뭘 해도 불편하다."


 쉬어야 마땅한 날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뭘하든 혼자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서는 오히려 더 힘들어 한다. 도대체 나는 왜 그러는 것일까?

 고등학생이 되면서 공부에 대한 집착이 생긴 기분이 든다. 난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편이다. 그런데 내 마음은 아직 중학교를 벗어나지 못했나 보다. 쉬는 날에는 쉬는 것이 맞다고 여겨왔던 오래된 나의 관념과 고등학생이 되면서 새로 자리잡은 공부를 해야한다는 생각. 두가지가 충돌을 일으키며 궁극적으로는 내게 불편한 공휴일을 만끽하게 만든다.


 그러나 내 친구들을 본다면 나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나의 친구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는 중이었다. 아주 짧게 요약하면 "공부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게임이 멈추지가 않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공부를 해야한다고는 생각하는데 게임을 하는 것. 아마 대부분이 경험했을 경험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결국 나도 그저 평범한 고민에 빠져있을 뿐이다. 


 이러한 걱정은 나 혼자만의 것이라고 생각하면 암울하지만, 모두의 것이라고 여겨지는 순간 마음이 편해진다.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자. 너무 깊이 고민하지 말자. 아무리 고민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답은 없었기 때문이다.

 고민이 있다면 그냥 외치고 싶다.


 "한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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