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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길 Nov 24. 2024

글자로만 승부를 본다는 것

고집? 아니면 무엇이지?

 처음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올릴 때가 떠올랐다. 그 당시 다른 사람들의 글에는 사진과 그림, 그리고 강조하는 문장에만 다른 임팩트를 넣는 것들, 그런 것들을 굉장히 많이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글'이라는 것에다가 다른 요소를 조화롭게 섞어낸다면, 그것은 굉장한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고집을 부리는 편이다.


 "오직 글자로만 승부를 본다는 것"


 내가 학교에서 수행평가를 볼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수행평가 중에 관광상품을 홍보하는 글쓰기 수행평가 였었는데, 사진이나 그림 등 다양한 요소를 추가해도 된다고 하였었다.

 나를 제외한 친구들은 사진을 준비해서 글의 분량을 줄이고 깔끔하게, 또 다른 친구들은 그림을 그리며 그림과 글자를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묶어내기도 했다. 또 누군가는 인포그래픽 혹은 포스터처럼 간편하게 보기 좋고 글자도 적은 형식을 선택했다.


 그럼에도 나만은 오직 줄글만 적어서 제출했다.


 사진 혹은 그림을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사실 사용하기만 한다고 하더라도 글의 질이 올라가는 놀라운 경험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는 왜 줄글로 수행평가를 제출했으며, 수행평가를 제외한 브런치 스토리, 아니면 다른 글을 쓸 곳, 그런 곳에서는 항상 나는 줄글을 쓰는 것을 즐긴다. (물론 ppt는 제외입니다.)

 나는 도대체 왜 그런 오기를 부리는 것일까에 대해 가끔 생각을 해볼 때가 있었다. 그리고 떠올렸던 생각 중에 하나는 이것이다.


 "난 게으르잖아. 한잔해."


 나는 사람이 너무나 게을렀다. 계획을 세우는 건 좋아하지만 계획대로 하지는 않는다. 사실 나는 계획을 세운다고 하면 목표만 정해둔다. "이 일을 다음 주 까지 끝내놓자." 딱 이런 느낌.

 이 정도로 나는 성격이 굉장히 게으른 편이다. 그러다 보니 사실 글쓰기에 있어서 무언가를 준비한다는 것에 귀찮음을 느낀다. 근데 고작 이러한 이유만으로 내게 글자만 사용하자는 오기가 생기는 것일까? 사실 직접적인 원인을 난 알 것 같다.


 나는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 내 꿈은 수학 교수가 되는 것이지만은, 글쓰기를 좋아하고 글읽기도 좋아하는, 살짝 이과와 문과가 짬뽕된 사람이다. 그리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내게 글을 잘 쓰는 작가는 오직 글만 써도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을 통해 눈에 보이는 글자 수를 줄이지 않아도, 너무 글만 빽빽하게 붙어 있는 것 같아서 처음 글 읽기가 꺼려지더라도 글을 읽기 시작하면 사람을 빠져들게 만드는 그 힘. 마치 소설을 읽을 때의 그 몰입감을 독자에게 불러일으키는 그 힘. 그 힘이 나는 '진정한 작가'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 스스로 '진정한 작가'를 이렇게 정의한다.


 나는 '진정한 작가'가 아니다. 글쓰기는 노력의 면도 있겠지만은 나는 재능의 영역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여기 브런치 스토리만 보더라도 나보다 글을 훨씬 잘쓰는, 심지어는 매체도 잘 활용하는 사람이 대부분, 아니 그냥 전부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이리도 나보다 글 잘 쓰는 사람이 널리 존재함에도, 나 스스로의 한없이 작아짐을 느끼더라도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진정한 작가처럼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그것이지 않을까.


 "진정한 작가가 되고싶으니까."


 이 맥락은 딱 비유하기 좋은 표현이 있다. 내가 즐겨 보던 애니메이션인 쿠로코의 농구에서 주인공 팀이 압도적으로 패배에 직면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으면서 했던 말이다.


 "지는 건 아는데, 이기고 싶으니까 싸우는 거야."


 이 얼마나 감동적인 말인가. 나도 무의식 중에 저 말이 나를 위로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냥 한잔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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