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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길 Nov 25. 2024

순수하게 실수해버려

~~

 11월 24일. 지금 난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아마 이 글은 11월 25일에 '아 그냥 집에가고 싶다.'에 올라갈 것이다. 연재일도 아닌 날에....


 나는 내 연재북의 연재일을 매주 일요일로 선택했다. 매일로 선택하자니 꾸준히 못할 것 같고, 일주일에 한번만 하는 것이 글쓰기를 취미로 가지는 사람으로서 올바른 것 아닐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해 내린 결정이었다. 근데 내가 간과한 점이 있었다.


 "나 글쓰는 거 너무 좋아하는데?"


 오늘은 특히나 글쓰기에 집중이 잘됐다. 그러다보니 평소 내가 쓰던 글에 비해서 질이 너무나 좋은 글을 2개나 써버렸다. 원래 이것을 11월 25일, 11월 26일 이렇게 이틀에 나눠 연재할 생각이었지만, 내가 쓴 것 치고는 글이 너무 좋은 것 같아서 연재일과 맞게 12월 1일, 12월 8일 이렇게 선택해버렸다.


 "연재일을 하루만 선택한 것은 내 실수였다."


 브런치 스토리의 시스템을 정확히 알지는 모르지만, 연재일로 선택한 날에 글을 올리면 조회수가 더 높은 것으로 보아 아마 연재일에는 글을 더 노출시켜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연재일을 고작 일주일에 '하루'를 선택해버렸다. 내 스스로의 생각이지만 양질의 글을 써서 바로 올리고 싶어도, 글의 노출을 생각하면 연재일에 맞춰서 올려야 했다. 그러다보니 다음주, 그리고 그 다음주는 되어야 내 글이 올라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내가 고작 '하루'를 선택한 것은 너무 자신감 없고, 포부가 작았던 것이었을까. 하지만 내 과거의 선택을 난 욕하고 싶지 않다. 조금만 생각해보자.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나, 즉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나 자신을 걱정해주며 그러한 선택을 해준 것 아닌가.

 아무리 과거가 후회되더라도, 그때의 나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과거의 후회할 일에 그렇게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그 당시의 내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선택한 일이며, 내 가치관에 맞게 '지금에 충실하자.'를 실천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 근데 어쩌라고 연재일 하루만 선택한 거는 진짜 후회되는데?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하루종일 방에 박혀서 노트북만 붙잡고 글만 써대고 싶다. 그것이 내 삶의 로망 중 하나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 고작 고1의 학생. 내 로망은 성인은 되어야 실천할 수 있다. 지금에 충실하기 위해서 나는 공부를 해야한다. 공부를 해야하기 때문에, 공부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나는 연재일을 선택해야했다. 그렇게 선택한 것이 일요일이었다.


 이때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아니 굳이 연재일이 아니더라도 그냥 글을 올리면 되는 거 아니야?"


 위 말에 나는 100%동의한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자. 내가 글을 상상이상으로 잘 썼다. 그럼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랑'하고 싶지 않겠는가? 나도 그럴 뿐이다. 평소의 나를 능가하는 수준의 글을 써내는 날을 우연히 맞이했고, 결국 나는 평소의 나에 비해 좋은 글을 썼다. 이 글을 나는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최대한 많은 사람이 보게 하려면 연재일에 올려야 한다. 딱 그것 뿐이다.


 난 지금 하고 있는 후회가 순수함에서 비롯된 것만 같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내가 좋은 걸 만들었으니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어!"


 이것은 마치 5살짜리 아이가 엄마와 산책하다가 멋있는 돌을 발견하고서는 엄마에게 "엄마 이거봐! 내가 멋있는 돌을 주웠어!"라고 자랑하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닌가? 고등학생이나 되어서 벌써 늙어간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이런 어린아이의 순수한 면이 남아있다니, 너무나 감동적이다.

 조금 더 5살에 비유하자면 지금 내 상황은 이렇지 않을까?


 엄마가 살 것이 있어서 잠깐 마트에 가자고 했는데, 엄마에게 위퐁당당하게 "엄마! 나 혼자 심부름 할 수 이쒀!"라고 말하고 혼자 나간다. 그리고 나갔다가 멋있는 돌을 발견해버린다! 이것을 자랑하고 싶지만 엄마는 같이 없다. 집에 있다. 지금 당장 엄마에게 이 돌을 자랑하고 싶어서 바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심부름을 끝내고 와야 엄마가 나를 이쁘게 봐줄 것이다.


 딱 이 상황 아닌가? 내가 평소의 나를 능가하는 글을 써낸 것이 돌을 찾아낸 것이고, 마트에 갔다가 집에 가자는 선택이 연재일에 올리는 것, 바로 집으로 가는 것이 연재일이 아닌 날에 올리는 것.


 결국에 좋은 글을 써버렸을 때나 '멋있는 돌'을 주워버렸을 때나, 결국에는 시간 좀 쓰면된다. 좀 더 나중에 보여주면 어때. 어차피 언제 보여주든 똑같이 반응할텐데.


 "마음이 급할 때는 오히려 기다립시다."


 한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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