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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맘유하맘 Jul 31. 2020

농담(弄談)같은 유하네 농담(農談)-1

[유하네 농담農談]


“깍! 깍!”
요란한 까치소리에 눈을 뜹니다. 집 앞 커다란 은행나무 꼭대기. 까치 두 마리가 번갈아가며 나뭇가지를 물어와 집을 짓고 있습니다. 집 앞 텃밭에는 아직 서리가 성성하지만 까치는 벌써 새봄을 준비합니다. 그 속에 유하네가 있습니다.

유하네는 원주시 호저면 광격리 영산마을에 삽니다. “시골 가서 농사나 지을까”했던 장난스런 농담이 현실이 된지 햇수로 8년, 만으로는 7년이 꽉 찼습니다. 원주에서 농부로 농사이야기를 만든 지 3년 차입니다.


2013년 겨울, 유하가 막 일 년을 살아냈을 즈음이었습니다. 유하에게 자유와 평화 뜻을 담은 이름을 선물한 지 일 년이 됐을 무렵 유하네는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시골로 갔습니다. 자유롭고 평화롭게 사는 것은 무엇인지 찾아가는 여행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농부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유하네에게 농부란 자본주의를 넘어 대안적인 삶을 고민하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유하네가 되려는 농부는 스스로 가난을 선택한 사람입니다. 스스로 가난을 선택한다는 것은 경쟁과 욕망으로 가득 찬 자본주의를 벗어나는 것이었습니다. 돈이면 뭐든 되는 자본주의 쳇바퀴를 벗어나 조금은 느리게 살고 싶었습니다. 소비하기 위해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나누기 위해 무언가 만들어 내는 것,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마음을 가득 채우는 삶을 만들어 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유하네는 최대한 자연스러운 농사를 짓기로 했습니다. 더 많은 농산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땅이며, 물이며 다 죽이는 것이 아니라 느리더라도 땅을 살려 더불어 사는 농사를 짓는 것이 목표입니다. 어느새 농사의 필수품이 된 비닐을 쓰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화학비료며 제초제를 쓰지 않는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매일 풀과 씨름 중인 유하네를 보고 앞집 할머니는 혀를 끌끌 차지시만 말이죠.


“유하 같아”


초여름 어느 날, 세 살짜리 유하가 마당에 앉아 엄마가 따다준 완두콩을 깝니다. 야무진 손끝으로 완두콩 깍지 끝을 쭉 잡아 가르면 탱글탱글 완두콩이 얼굴을 내밉니다. 유하가 영롱한 연두빛 동글동글 완두콩 한 알을 집어 들고 “예쁘지?” 합니다. “크레파스에도 없는 참 예쁜 색이네”하니 “유하 같아”라고 답합니다.

유하를 낳고 ‘사람을 낳아 기른다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 맞벌이가 필수인 도시에서 돌도 안 된 유하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바쁘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 정답일까. 우리는 한 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유하, 세하의 시간 속에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스물네 시간 함께 자고, 함께 먹고, 함께 일하고, 함께 놀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유하, 세하의 삶이 정해져있는 답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답을 함께 만드는 순간들이 모이고 쌓이기를 바랐습니다. 유하는 오늘도 ‘제 밥값은 누구나 해야 한다’며 개똥을 치우고, 잔가지를 모아 땔감 더미를 만듭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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