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비단 농작물을 생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어느 선배 농부는 “하늘 농사, 땅 농사, 아스팔트 농사까지 지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늘을 이고 땅을 딛고 농사를 짓다보니 세상 이야기가 더 잘 들리는 듯합니다.
시골 마을 어디서든 심각한 얘깃거리로 나오고 있는 노령화, 인구절벽의 문제, 농민 스스로가 망가뜨리고 있는 자연, 막무가내로 지어지는 태양광 발전소며 축사들, 아이들이 없다는 이유로 사라지고 있는 작은 학교들 등등. 도시의 삶에 가려진 문제들이지만 결국 우리에게 심각한 영향을 줄 많은 이야기들이 시골에 있습니다.
이런 시골의 이야기, 농촌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유하, 세하가 만나고 있는 동화 같은 이야기들도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유하네가 만들어가고 있는 자유롭고 평화로운 이야기를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답답한 삶 속에서 유하네의 이야기들의 작은 숨구멍이 되길 바라봅니다.
작은 이야기
겨울은 농한기입니다. 땅이 꽁꽁 어니 땅도 쉬고 사람도 쉬는 때이죠. 하지만 유하네는 쉴 수가 없습니다. 유하네 밭은 한동안 사람이 만지지 않은 곳이 많아 그곳에 자리 잡고 있는 잡목들을 정리해야 올해 봄부터 농작물을 심을 수 있거든요. 톱을 들고 숨어 있는 밭을 찾아 나섭니다. 화전민이 따로 없네요. “유하야 피해!!” 유하아빠가 소리를 지르니 커다란 아카시아 나무가 우지끈 넘어갑니다. 엄마 뒤에 숨었던 유하, 세하가 얼른 뛰어나오며 “우아~ 놀이터가 만들어졌다!”합니다. 다른 나무에 걸쳐 반쯤 쓰러진 나무 위에 유하가 올라섭니다. 울렁울렁 엉덩이로 앉아 눌러보기도 하고 아슬아슬 나무 위를 걸어도 봅니다.
유하, 세하가 놀고 있는 사이, 우리는 나뭇가지를 정리하고 주변을 돌아봅니다. 언제 썼는지도 모를 폐비닐 뭉텅이를 발견했습니다. “어휴... 또 비닐이야” 손으로 풀을 뽑는 일을 줄이겠다고 밭에 깔았던 비닐들이 아무렇게나 버려져 나무들 사이며, 땅 속이며 썩지도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겁니다. 검은 폐비닐들을 보며 유하, 세하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비닐들이 이렇게 많으니 땅이 제대로 숨을 쉴 수 있겠어?” “그러게 나도 언젠가 장난으로 비닐봉지를 머리에 써 봤는데 숨을 쉴 수 없더라고. 정말 깜짝 놀랐어” 나무에서 내려온 유하, 세하와 함께 얼른 비닐들을 모읍니다. 땅이 답답하지 않게, 숨을 쉴 수 있게 말이죠.
통계에 따르면 농촌에서는 매년 약 32만 톤의 영농 폐비닐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유하네는 꼭 필요한 곳에만 전분으로 만들어 6개월이면 썩어 없어지는 친환경 비닐을 사용해보려고 합니다. 강원도는 너무 추워 비닐 없이 고추농사를 짓기 참 어렵거든요. 비닐 없이 농사짓다 고추농사가 다 망해버린 유하네 고추이야기는 다음 기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