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그다드 카페"
영화 《바그다드 카페》는 여성 간의 연대를 통한 갱생을 동화의 형태로 그려낸다.
연대의 주인공인 브렌다(Brenda)와 야스민(Jasmine)은 두 명 모두 여성이라는 것 외에 표면적으로 공통점이 존재하지 않는다. 브렌다는 바그다드 길가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흑인 여성인 반면, 야스민은 독일에서 온 백인 여성 관광객이다. 한편, 영화가 진행될수록 두 여성 간의 공통점이 드러난다. 야스민과 브렌다는 남편과 실질적인 자식이 없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야스민과 브렌다의 남편은 모두 두 여성이 그들에게 바라는 욕망과 역할을 실현시키지 못한다. 야스민은 남편이 차를 운전하지 못하자 뒤를 돌아보지 않고 떠난다. 또한, 야스민은 자식이 없고 그 이유가 영화에서 나타나지 않으나 브렌다의 자식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장면들을 통해 자식을 가지고 싶은 욕망이 있었으나 실현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브렌다 역시 남편이 커피 기계를 가져오라는 자신의 요구를 무시하고 카페를 운영하고자 하는 자신의 바람을 충족시키지 못하자 그에게 떠나라고 말한다. 브렌다의 자식들도 남편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흥미와 욕구에만 충실할 뿐 카페의 운영과 가사를 브렌다에게 전가한다. 이와 같이 브렌다와 야스민의 삶에 남편과 자식들은 실질적으로 부재한 것이다.
남편을 떠나고 삶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순간 야스민과 브렌다는 처음 서로를 마주한다. 이 장면은 브렌다의 관점에서 로우 앵글로 진행되고 야스민 뒤 햇빛이 후광처럼 비치는 것으로 묘사된다. 브렌다가 남편을 떠나보내고 슬퍼하고 있을 때 야스민이 구원자처럼 등장하는 것이다. 이를 기점으로 브렌다는 카페를 운영하는 일에 다시 몰두한다. 브렌다와 야스민의 연대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야스민의 노란색 커피통은 커피 기계가 없는 브렌다의 카페에서 기계의 역할을 대신하여 카페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능한다. 또한, 브렌다의 신고로 야스민을 검문하러 온 경찰이 커피 기계를 가져온다. 간접적으로 야스민의 존재가 브렌다의 카페 운영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야스민과 브렌다의 연대가 자식의 형태로 구체화된다. 야스민은 브렌다의 딸인 필리스(Phyllis)가 외모를 꾸미는 것에 관심 있는 것을 알고 그녀에게 옷을 빌려줌으로써 그녀의 친구가 된다. 또한, 야스민은 브렌다의 아들인 살라모(Salomo)의 피아노 연주를 진심으로 감상하여 그의 연주의 진가를 알아준다. 결국 야스민은 필리스와 살라모의 존재의 가치를 발현시킨 것이다. 야스민을 경계하던 브렌다는 자식이 없다는 야스민의 말을 듣고 가면을 벗고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은 후, 야스민을 자신의 공간으로 끌어들인다. 자신을 경계하던 브렌다가 마음을 열자 야스민은 신비로운 마술 묘기를 하며 브렌다의 허물어가는 카페를 사람들이 동심으로 돌아가 마술을 즐기는 공간으로 변모시킨다. 한편, 야스민은 브렌다의 자식들을 돌보며 자식이 없는 자신의 결핍을 해소한다. 이렇듯 두 여성의 연대는 자식을 통해 강화되고 서로의 욕망과 이상을 충족시킨다.
야스민의 마술을 통해 동화적이고 특별한 장소로 변모되었던 바그다드 카페는 그녀가 떠나자 생명력을 상실한다. 신기루와 같은 야스민의 존재가 사라지자 카페는 적막하고 황폐한 곳으로 회귀한 것이다. 브렌다도 야스민을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이 의자에 정적인 상태로 누워 있는 도중에 야스민을 발견하자 생명력을 되찾는다. 두 여성의 두번째 만남은 평등하다. 카메라는 와이드샷으로 브렌다와 야스민이 수평적으로 서로를 마주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어느 쪽의 불균형 없이 브렌다와 야스민의 연대는 완전해진 것이다. 야스민의 마술로 바그다드 카페는 다시 동화적인 장소로 변모하고 자신과의 결혼을 통해 바그다드 카페에 영원히 있으라는 남자의 말에 야스민은 브렌다와 상의하겠다고 말한다. 브렌다의 표상인 바그다드 카페는 야스민을 통해 생명력을 얻고 야스민은 브렌다와 그녀의 가족들을 통해 삶의 가능성을 되찾는다. 영화는 남자의 청혼에 대해 야스민이 “I’ll talk with Brenda”라고 말하면서 끝난다. 결국, 두 여성의 존재와 연대는 사랑을 초월해 서로의 생존에 필수적으로 기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