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보내기에 대한 고찰

가정보육이 무조건 낫다? 세상에 무조건은 없는 듯

by 신니

생후 36개월 전까지는 부모 손에서 자라는 것이 아이 정서 발달에 최고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 집의 경우엔 저 이론이 들어맞지 않았다. 내가 내린 결론은 ‘부모도 부모 나름’이다. 가슴 아픈 이야기지만 어린이집 보내기를 갈등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자 이 글을 쓴다.


나도 36개월까지 소소를 내 손으로 직접 키우고 싶었다. 그런데 알아보니 어린이집을 처음 다니기 시작하면 적응기간이라는 게 필요하다 했다. 원하는 어린이집에서는 신학기인 3월에는 입소가 가능하지만 이후엔 자리가 남아있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적응 기간도 가지고 자리도 확실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예정보다 1년을 당겨 두 돌 즈음되는 3월에 보내야 했다.


막상 날짜가 다가오자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36개월까지는 엄마가 데리고 있다는 게 제일 좋다는데.’ 이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 사이 터진 코로나 문제도 마음에 걸렸다. 결국 그냥 내가 힘들더라도 더 데리고 있겠다고 결심을 굳히고 남편에게 입소를 미루겠다고 말했다.


“안 돼. 넌 몸이 약해서 지금도 종일 데리고 있는 거 무리야. 어린이집은 예정대로 보내.”


나의 결정에 감동할 줄 알았던 남편은 뜻밖에 단호히 반대했다. 평소 나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주고 아이도 끔찍하게 아끼는 남편이 이 정도로 말할 정도면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소소는 어린이집에 입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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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이 시기에 나는 체력이 완전히 바닥난 상태에서 음식도 잘 먹지 못하고 잠도 잘 못 자고 공황장애까지 앓고 있었으며 심지어 재테크 공부까지 하고 있었다. 몸과 마음이 망가진 내가 어떻게 아이를 집에 계속 데리고 있겠다는 용감한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답은 간단하다. 그때는 뭐랄까, 아이를 방치하고 있으니 그다지 힘이 들지 않았던 거다. 사실 심리적으로는 육아에 대한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었지만 그럴수록 더욱더 회피하고 휴대폰 속으로 도망갔다. 종일 밥 챙겨 먹이고 기저귀 갈아주는 일들을 기계적으로 할 뿐이었다. 아이는 혼자 노는 데에 익숙해지니 엄마를 잘 찾지 않았다.


심지어 내겐 자부심도 있었다. 요새는 어린이집을 일찍 다니는 아기들이 워낙 많으니까, 나는 두 돌까지 어린이집을 안 보내고 직접 키우는 엄마라는 ‘가정보육 자부심’이 있었다. 그뿐인가. 나는 ‘영상 자부심’도 갖고 있었다. 영상이 아이 발달에 나쁘다고 해서 일절 보여주지 않았다. 그럼 그 시간에 아이와 눈을 맞추고 상호작용을 했어야 하는데, 그냥 혼자 놀게 뒀다. 영상만 안 준 게 아니라 다른 긍정적 자극도 주지 않은 것이다. 혼자만의 위험한 착각으로 가득한 엄마 자부심 시리즈의 마지막은 ‘요리 자부심’이 되겠다. 이유식과 유아식이 집 앞까지 배달되는 편리한 세상에 나는 내 자식의 음식을 직접 해 먹인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이 역시 표면적으로는 훌륭해 보이지만 이면에는 다른 진실이 숨겨져 있다. 나는 아이와 안 놀아준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나 느긋하게 요리를 했다. 요리는 아이를 위해 영양가 있는 음식을 준비하는 시간이 아닌 그럴듯한 도피처일 뿐이었다.


내 부끄러운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36개월 전까지 부모가 끼고 키우는 것이 발달에 좋다는 이론에는 대전제가 필요하다. ‘부모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어느 정도 건강한 상태’ 여야 한다는 거다. 엄마가 육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피폐한 상태에서 그래도 직접 데리고 있는 게 최고라고 믿으며 아이를 끌어안고 있다면, 나는 조심스럽게 어린이집을 고민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아이와 무조건 한 공간에 있는 게 다가 아니다. 아이와 함께 살을 부대끼고 눈을 맞추면서 웃는 일이 수반되지 못한다면 오히려 아이를 힘들게 할 수도 있다. 그런 엄마라면 아이가 어린이집 간 사이 잠시 쉬면서 어떻게든 체력과 정신력의 회복을 도모하는 게 낫지 않을까.


나는 무작정 이상향만을 쫓느라 정작 나와 아이의 상황을 살피지 못했다. 지금도 흔들릴 때가 있다. 모두가 가는 방향으로 같이 뛰지 않으면 낙오될 것처럼 불안해질 때가 있다. 그런 날엔 잊지 말고 기억하기를. 삶의 유일한 정답은 정답이 없다는 사실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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