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애착 형성

소소와 엄마는 친해지고 있는 걸까(소소 31개월)

by 신니

엄마 뒤에 숨다(소소 31개월)

저녁밥을 먹고 나면 보통 양가 부모님들과 영상통화를 하는 게 일상이다. 그날도 외가에 영상전화를 걸었더니 언제나처럼 밝은 목소리의 할머니가 소소의 이름을 크게 외치며 등장하셨다. 반갑게 인사를 마친 할머니는 전화기 화면 방향을 돌려 할머니 친구분을 비추셨다.


“소소야, 여기 지금 5층 할머니도 와있어.”


소소는 외가에서 5층 할머니를 몇 번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오랜만이라 낯설었는지 화면에 그분이 등장하자 얼른 내 등 뒤로 숨어버렸다. 할 수 없이 다시 할머니가 화면에 나타났고 짧은 인사 후 전화를 끊었다. 이날 밤늦게 친정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까 영상 통화할 때 말이다. 5층 할머니가 화면에 나왔을 때, 소소가 토토 찾았나? 내가 찾는 소리를 못 들었나 해서 말이다.”


토토는 소소의 소중한 애착 인형이다.


“아뇨. 아까 소소가 토토는 안 찾았고, 그냥 엄마 등 뒤에 숨었어요.”

“아이고야! 소소가 무서운데 토토 대신 엄마를 찾았구나! 이런 적 처음 아니냐!”


친정엄마의 흥분한 목소리를 듣고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다. 처음이었다. 소소가 무섭다며 토토 대신 엄마를 찾은 것이.


소소는 잠잘 때뿐만 아니라 불안하거나 무서울 때도 엄마나 아빠가 아닌 토토를 찾았다. 그걸 처음 인지한 것 역시 친정엄마였다. 두 돌 즈음 외갓집에 가있을 때 집 밖에서 ‘쾅’ 하고 굉음이 들렸다. 그때 놀라서 후다닥 작은 방에서 뛰쳐나온 소소는 거실에 있는 나를 지나쳐 안방으로 들어갔다. 안방에서 토토를 찾아 품에 꼭 안고 나서야 아이는 안정된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날 저녁, 친정엄마가 낮의 일을 언급하셨다. 보통 아이가 무서우면 엄마한테 와서 안기는 법인데 엄마를 지나쳐 토토를 찾으러 가더라며 걱정하셨다. 나는 소소가 워낙 토토를 좋아하니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냐며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그날 이후 소소가 불안할 때 나 대신 토토만 찾는 행동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랬던 소소가 오늘 눈앞에 있는 토토를 두고도 엄마 뒤로 숨은 것이다. 딱 한 번이지만 의미 있는 변화 같았다. 이번엔 대수롭지 않은 척 할 필요가 없었다. 자꾸 생각해도 신기하고 좋아서 "어머, 정말이네" 소리가 자꾸 나왔다. 드디어 우리 사이에 애착이 생기고 있는 건 아닐까. 가슴이 콩닥콩닥했다.


엄마에게 안기다 (소소 32개월)


그로부터 열흘 뒤 두 번째 애착 사건이 있었다. 그날 친구네 가족이 우리 집에 놀러 왔다. 남편이 현관에서 손님을 맞이했고 나는 주방에서 요리 중이었다. 남자 어른을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는 소소는 거실에서 놀다가 친구 남편을 보고 울음을 터뜨렸다. 소소가 울면서 안방으로 뛰어가자 남편이 얼른 따라가 달랬지만 소소가 계속 “엄마, 엄마” 하면서 울었다. 결국 내가 얼른 손을 씻고 소소에게 달려갔다. 소소는 나를 보자 “엄마”하며 안기더니 그제야 토토의 이름을 불렀다. 나는 품에 안긴 소소에게 토토를 안겨주었다.


소중한 변화였다. 소소가 무서운 상황에서 애착 인형을 찾지 않고 엄마를 찾았다. 심지어 인형은 바로 옆에 있고 엄마는 멀리 주방에 있었는데도 올 때까지 엄마를 불렀다. 엄마에게 안기고 나서야 비로소 토토를 찾았다. 이제 정말 엄마에게 애착이 생기고 있다고 믿어도 될 것 같았다.


정말 이렇게 못난 엄마에게도 두 번째 기회를 주는 거니. 엄마가 밉지 않니. 그동안 무서울 때 혼자 견디느라 얼마나 외로웠니. 소소에게 묻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어서 그저 꼬옥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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