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마음, 다양한 봉사활동, 계약직 면접
2024년 10월 퇴사 직후 나는 한동안 바빴다.
IRP계좌에 입금된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하기 위해서 계좌를 해지해야 하는 한편, 실업급여도 받기 위해 고용센터에 방문해서 신청해야 했으며, 한국산업은행 5급과 NH농협은행 6급 필기시험을 본 후 국민은행도 서류합격해서 필기시험을 봤다. 시험장에서 나왔을 때 나쁘지 않게 본 것 같아서, 특히 국민은행의 경우에는 필기 합격한 경험이 있기에 좀 더 기대를 했지만, 아쉽게도 다 불합격했다.
퇴사 후 그동안 제대로 쉬지 못하고 바쁜 일정을 보내느라 지쳐있었기에, 나는 아쉬운 마음도 마음이지만 숨 고르는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평소보다 여유롭게 늦게 일어나서 아침 겸 점심을 먹은 후 가고 싶은 카페에 가서 마시고 싶은 커피를 마시고, 서점에 들러서 새로 나온 책들도 둘러보고, 쇼핑거리에 들려서 다양한 옷들을 구경하기도 하는 등 나만의 힐링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한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행복했다. 하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마음 한편이 공허했다. 만약에 필기에서 합격하고 면접도 합격했다면 연수원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텐데, 현실은 실업급여받으면서 쉬고 있는 백수이기 때문이었다. 퇴사한 지 두 달도 안된 시점에 이런 감정이 든다는 게 웃픈 일이었지만 그만큼 나는 미래가 막막했다. 금융권 공채 도전도 2년을 준비한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은 무리일 것 같았고, 기업 홈페이지가 아니라 이제는 구직 사이트에 들어가서 채용공고를 매일 확인하기 시작했는데 내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직무를 찾기 어려웠다.
한숨이 나왔다. 3년 9개월이라는 경력을 버리고 다시 신입으로 시작하려고 하니까 연봉이 아쉽고, 경력직으로 지원하려고 하면 흩어진 경력 조각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직무를 찾기 힘들고,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경력을 쌓아온 것 같아 속상해서 결국 금융권 정규직 공채만이 답인 걸까라는 생각이 들면 더 이상 기회가 안주 어질 것 같아서 답답하고.
실업급여는 2025년 3월까지 수급 예정이었는데 내 고민이 단기간 깊어졌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12월이 되면서 봉사활동을 알아봤다. 실은 그동안 문화체육 분야 등에서 100시간 이상의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왔는데 이번에는 기존과 달리 교육 분야 봉사활동이 하고 싶었다. 32살의 나이에 가능할까 싶었지만 그래도 일단 신청은 해봤는데 한 초등 돌봄 센터에서 5시간씩 4일이라는 단기간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다. 아이들과 돌봄 센터 선생님들과 함께 보낸 시간은 짧지만 강렬했다.
그래서 해당 봉사활동이 끝나고 이번에는 3개의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평일 오전에는 공립 단설 유치원에서 4시간씩 봉사활동을, 평일 오후에는 아이꿈 누리터에서 4시간씩 봉사활동을, 주말에는 아름다운 가게에서 4시간씩 봉사활동을 했다. 다양한 사람들과 아이들을 만나면서 나는 회사 다닐 때와는 또 다른 만족감이 들면서 행복하고 따뜻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 와중에 혹시 몰라서 지원했던 서민금융진흥원 직접대출 직무 관련 단기계약직 면접을 보고 결과를 기다리게 되면서, 다음 해 1월에 발표될 때까지 천천히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