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 꿈꾸고 원하는 삶이란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

by Chatoyant

공단에서, 재단에서, 그리고 은행까지 계약직으로 근무하면서 나는 빨리 정규직 취업에 성공하기를 바라고 준비했다. 미래가 안정적이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길 위에 서면 비로소 내가 원하는 삶에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자주 국내여행과 해외여행을 다니며 행복한 추억을 쌓고 다양한 취미를 즐기며 살아가는 삶, 저축과 투자로 자산을 늘리고 나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삶, 나는 오랫동안 그런 '잘 사는 삶'을 꿈꿔왔다.


하지만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돈을 벌어야 하고, 초봉이 높은 회사에 취직하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믿었다. 그 기준에 도달하기 전까지의 내 삶은, 어딘가 멈춰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퇴사 이후의 삶은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봉사활동을 하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기쁨을 알게 되었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나의 모습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크고 분명한 목표 없이 흘러가는 시간 같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더 자주 웃고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내가 바라던 삶은 단순히 ‘잘 사는 모습’이 아니라, ‘잘 살아가고 있는 상태’였다는 것을. 충분한 돈, 안정적인 직장, 남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결과가 모두 갖춰지지 않더라도,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삶의 결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지금의 나는, 삶이란 ‘살아가며 만들어가는 과정’에 더 가깝다고 느낀다. 어떤 자리에 서 있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내 삶이 멈춰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돌아가고, 흔들리고, 예상하지 못한 길 위에 서 있는 시간들조차도 모두 나의 삶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한번 금융권 정규직 공채에 도전하려 한다. 어쩌면 미련일 수도 있고, 끝까지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 선택이 나를 증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방향이라는 점이다. 또한 내가 원하는 삶은 단순히 어떤 직장에 속해 있는 상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 나는 조금 다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는가’가 아니라, ‘어떤 삶이 나를 더 풍요롭게 만드는가’. 그리고 그 답은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웃을 수 있는 시간, 스스로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하루하루, 그리고 작더라도 내가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일들.


그렇기에 오늘도 나는 묻는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조금 더 솔직해지기로 한다. 안정과 도전, 현실과 꿈 사이에서 흔들리더라도 결국 내가 선택한 방향으로 걸어가겠다고. 그 길의 끝에서 나는 조금 더 나다운 삶을 살고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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