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토요일) 재외 국민 선거를 하러 한국 대사관에 다녀왔다.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한 시간을 달려 대사관에 도착했다.
한국 대사관이 위치한 세인트 제임스 파크역
세인트 제임스 파크역에서 나와 5분을 걸어가면, 강남에 있을 것 같은 빌딩에 태극기가 걸려있다.
영국에 많이 없는 현대적인 빌딩 7층에 위치한 투표소가 있다. 나는 1월에 한국에서 재외국민투표 신청을 했기 때문에, 사전투표처럼 주민등록증만 제시하고 수월하게 투표를 할 수 있었다. (재외국민투표는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대통령 선거는 40일, 국회의원 선거는 60일 이전에 사전 신청을 해야 한다.)
투표를 마치고, 날씨가 영국답지 않게 화창해서 무작정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까지 걸어갔다.
테이트 브리튼은 테이트 모던, 내셔널 갤러리에 이어 영국 와서 3번째 미술관이다. 영국 친구가 테이트 브리튼을 추천해 줬는데, 앞서 간 갤러리보다 한산하고, 차분한 분위기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터너의 작품을 따로 모아놓은 '터너관'이 있다는 점이다. 터너의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는 터너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따뜻한 기분이 든다. 그림에서 포근한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 터너의 그림을 비롯한 여러 작품을 감상하면서, 평일에 있었던 복잡한 마음을 정리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조금 허무한 마음도 있었다. 지난 일주일간 이번에는 어느 때보다 정당들의 공약과 정책을 찾아보고, 뉴스를 팔로잉하면서 사람들과 정치이야기를 했던 과정의 결론이 2분 만에 끝나 버려서 그런 것일까. 마치 시험을 보고 시험장을 나왔을 때 드는 허무함과 비슷한 느낌 같기도 하다. 시험이 끝난 수험생처럼, 이제는 결과를 기다려 보는 긴장감과 기대에 앞으로 10일을 살아갈 것 같다.
마지막으로 어제 이 순간을 위해, 본인을 희생하고, 싸워 온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느끼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