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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터치 Mar 01. 2024

[영국일기. 1] 어플로 거절하는 법을 배운다

나는 욕심이 참 많다. 영국에 도착하자마자, 여기서의 시간을 하루라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친구부터 만들려 했다. 현지인 친구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유튜브를 보다 언어 교환어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데이트 목적의 어플은 거르고, 가장 건전한 어플을 설치했다. 그곳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대화를 이어 나가다가 대뜸을 화를 내는 친구, 나의 힘든 점을 그저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친구, 영어를 찐으로 가르쳐 주는 친구. 


문제는 대뜸 화를 내는 친구로부터 시작되었다. 계속 트러블이 있어서, 그에게 답장이 오면 온몸이 긴장되었다. 그냥저냥, 어색한 대화를 이어가다 갑자기 그 친구가 "너 나랑 더 이상 채팅하고 싶지 않지?"라는 문자를 남겼다. 나는 더 이상 그 사람의 템포를 따라갈 수 없었다. "어떻게 거절을 해야 할까. 그냥 살살 달래야 하나". 여러 생각에 먹었던 점심이 체한 것 같았다. 결국 나는 바보 같이 스스로 결론 내지 못하고, 그나마 서양인의 심리를 잘 알고 있을 어플 속 다른 친구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냥 그럼 솔직하게 이야기해, 너도 살아야지. 그게 무시하는 것보다, 그 사람을 더 이상 상처받지 않게 하는 방법일 거야." 


너무나도 명확한 칼답에 솔직히 놀랐다. 


돌이켜보니 나는 참 바보 같았다. 이번처럼 멘털이 나가고 몸이 상해도, 매번 인간관계에서 힘든 순간 도망치거나 나를 숨겼다. 거절하기가 무서웠고, 스스로 단절이라는 것을 경험하기 싫었다. 


"맞아, 너랑 이야기하면서 즐거운 순간도 있었지만, 힘든 순간도 있었어. 행운을 빌게." 


스스로 거절을 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평범한 순간일 것이지만, 나에게는 오랫동안 기억이 남을 것 같다. 매번 찜찜한 결말 뒤에 숨어있었지만, 이제는 당당하고 싶다. 그래야 내가 병들지 않을 것 같다. 


또 다른 친구와는 한국과 영국의 점심 문화를 나누고 있다. 


 "영국은 길거리에서 점심을 가볍게 때우던데, 저는 적응이 안돼요. 아마 여기서 살려면 그 문화에 적응해야겠죠.." 


"적응하려고 하는 생각을 잊으세요. 대신 당신의 문화를 가져오세요. 점심뿐 아니라. 우리는 당신의 문화를 이해하려고 해야 합니다." 


내가 가지고 있던, 부담감이 조금이나마 덜어지는 것 같아 감사했다. 모든 사람이 이 친구처럼 생각하지는 않아도, 인종차별과 문화적 차이 그리고 언어적 장벽에 나 자신을 수그려야 했던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줄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았다.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다. 피부색은 다르지만,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 나에게 힘을 주는 사람이 존재한다. 



10년 만에 보는 런던아이
점성학을 아는 친구가 풀이해 준 내 별자리 속성
전기, 수도 대부분이 민영화되었지만, 도로는 공짜라는 것이 놀랍다
이걸 아침으로 먹다가는 10kg 이상 찌는 것은 확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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