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첫 번째 편지
똥을 싸려 했는데 방구가 나오면 ‘황당’이고,
방구를 뀌려 했는데 똥이 나오면 ‘당황’이랬다.
-과일 가져왔는데요.
-여기 내려놓고, 주머니에 든 거 다 꺼내.
네?
시장 사람들은 황당이고 당황이고 짜증이 치솟았다.
주문한 물건 배달했더니 주머니를 뒤지면서 도둑 취급해?! 참나. 기가 막혀서.
허나,
-신발 안에도 보실래요?
모두들 잠자코 시키는 대로 했다.
더럽고 치사해도, 돈 벌어야지.
-대체 뭔 일이래.
사람들은 시장에 돌아오고서야 숨겨둔 호기심을 꺼냈지만,
머리를 모아도 뭐 하나 짚이는 구석이 없었다.
도둑 들었나? 막연하게 생각할 뿐. 그들의 안중에 고운은 없었는데
-귀찮게 됐네.
순사들이 코우즈키 집 지키는 걸 본 고운의 소감도 그게 다였다.
제아무리 철옹성, 난공불락의 요새래도, 쥐구멍, 개구멍은 있었다.
저 집에 들어갈 방법이 하나는 있겠지.
문제는 소녀였다.
고운과 편지를 마주 잡은 소녀. 그 애가 편지를 숨긴다면, 찾기 쉽지 않을 터였다.
아이는 왜 편지를 고이 쥐고 잔 걸까. 그게 뭐라고.
생각에 잠긴 그때 누나. 민우가 불렀다. 민우의 볼이 붉게 상기 되어 있었다.
왜?
-오늘이야.
첫 번째 편지에 적힌 날짜가 오늘이라고? 소녀에게 집중한 나머지 깡그리 잊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만,
첫 편지를 못 전하면,
그래서 아무도 죽지 않으면,
차라리 사기 사건이 드러나서,
마지막 편지를 찾을 필요도 없이 모든 게 일단락될지 몰라.
차라리 사람들이 잠깐 실망하고 마는 게 방법이겠다 싶은 찰나,
인력거꾼 김씨가 나무 막대기를 들고 뛰어 들어왔다.
뭐야 그거? 인력거 손잡이가 부서졌어. 뭐? 어쩌다?
-전했어!
거두절미. 딱 한 마디였지만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두가 알았다.
김씨는 제 밥줄, 인력거를 망가뜨리며 편지를 전했다.
그리고, 단지 편지를 전했을 뿐인데, 사람들의 얼굴에 오래전 사라진 미소가 움텄다. 눈빛에 무언가 맺혔다. 상황이 달라질 거라는 희망이었다.
그 얼굴들을 보는 고운의 귓가에 민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 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젠장.
그래서 누구한테 전한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