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관이와 고운의 시간
- 선생님, 저희 관이는요.
어릴 때부터 몸에 좋다는 것은 죄다 먹이고 키웠는데, 언제 한 번은 홍삼을 먹고 열이 올라 다리털이 다 빠지고, 또 어떤 날은 장어를 잡아 먹였더니, 이놈이 비리다고 속을 다 게워 낸 거 아니겠습니까. 그게 그 해 내천에서 잡은 중 가장 큰 놈이었는데 말이죠…
승면의 입은 잠시도 멈출 줄 몰랐다.
마츠모토는 이대로 이야기를 듣다간 관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먹고 자고 싼 모든 걸 알게 될 것 같아 잠시 정신을 딴 데 두기로 했는데
지금이다!
승면은 마츠모토 눈의 초점이 흐릿해지는 걸 놓치지 않았고, 손을 뻗어 관이 쥐고 있는 편지를 조심히 가져갔다.
- 그래서 제가 선생님 드시라고 떡을 좀 해왔는데요.
기승전결도 없이 이어지던 이야기는,
승면이 양손 가득 가져온 떡을 건네는 것으로 갈무리됐다.
그러나 마츠모토는 두 사람을 순순히 보내 줄 리 없었다.
- 아버님. 관아.
그는, 서류를 보았냐. 서명을 했냐. 일일이 캐묻지 않고
- 아까 그 봉투 어디 있니?
본론만 꺼냈다.
아. 이게 말이죠.
마츠모토는 승면의 손에 있던 봉투를 날렵하게 채가 여는데
차라리 보지 말까. 관이가 눈을 감았다 뜨는 순간,
꿀꺽. 승면이 침을 삼키는 순간,
- 뭐야. 이게.
흰 봉투에서 나온 건 떡집 전단이었다.
- 오시면 더 맛있는 놈으로다가 드리겠습니다.
승면은 관이 손에서 쓰윽 가져간 행운의 편지를,
마츠모토가 정신을 판 사이,
지난밤 꼼지락거리며 만든 이면으로 된 봉투에 재차 넣었다.
전단 아래 진짜 행운의 편지가 숨어 있으나,
마츠모토가 끝내 그걸 발견할지 안 할지는 이제 그들 손을 떠난 일이었다.
하늘의 소관이라고 할밖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
승면의 뒤를 따라가던 관이가
- 아버지.
불렀다. 걸음을 멈추고 관이를 보는 승면의 얼굴은 붉었다. 저물어가는 날의 노을이 홍조처럼 드리웠으나, 아버지를 본 관이는 마음이 내려앉았다.
아버지가 하루 사이 늙어버렸어.
차마 말은 못 하고, 다가가 아버지를 끌어안았다.
- 왜 그러냐 이놈아.
아버지.
괜찮다. 괜찮아.
부자는 오래도록 부둥켜안고 있었다.
그렇게, 네 번째 편지가 마츠모토에게 전해졌다.
이제 고운의 시간이었다.